brunch

매거진 막글 발행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하다 Jul 10. 2024

어머니는 짜장면이 싫다고 하셨어


우리네 어머니들은 자식사랑이 끔찍하다.


자식 입에 뭐라도 하나 더 넣어주려 하고, 자식 낯에 웃음꽃 한번 더 피게 하려 하신다. 


나의 엄마도 마찬가지였다.

늘 당신보다 내가 우선이었고, 항상 나를 먼저 챙기셨다.


99년. GOD는 '어머니는 짜장면이 싫다고 하셨어'라는 노랫말로 우리네 감성을 강하게 때렸다.


대단한 히트곡이 되었다.

모르는 대중이 거의 없을 정도로 이 노래는 모두의 가슴을 울렸다.


격동의 시절을 겪은 어머니 세대 희생을 양분 삼아 자라온 우리네 세대는 이 노래에 격하게 공감했다.

나 또한 마음이 몰랑몰랑해졌었다.


나의 엄마도 우리네 어머니들처럼 짜장면이 싫다고 하셨다. 

엄마가 짜장면을 드시는 모습을 단 한 번도 본 적 없기에 이 노랫말이 더욱 와닿았다.


저 노래가 발매된 지도 25년이 지났다.

우리나라는 엄청나게 성장했고, 세상에는 맛있는 먹거리가 넘쳐난다. 

이제 짜장면은 옛날같이 귀한 음식이 아니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배불리 사 먹을 수 있다.


하지만,

세월이 좋아진 지금까지도 난 엄마가 짜장면을 드시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얼마 전, 엄마한테 물었다.


"엄마, 엄마는 짜장면 왜 안 드셔?"


"엄마 젊었을 때, 먹을 게 딱히 없어서 천날만날 라면만 먹었어. 질리도록 먹었지. 그 후론 면은 입에도 대고 싶지 않아. 소화도 안돼."


그렇다.

나의 엄마는 진짜로 짜장면을 싫어하셨던 거다.


(뭐 물론, 당시 엄마가 짜장면을 좋아하셨다 해도 나에게 양보했을 거란 것은 의심하지 않는다.)


엊그제 우리 아들들이 말했다.

"아빠, 오래간만에 짜장면 시켜 먹어요!" 

"응, 아빠는 짜장면 별로야. 너희들 것만 시켜줄게."


나이가 되니 나도 짜장면이 좋지 않다.

건강을 생각할 나이기도 하거니와, 짜장면 먹은 후 그 더부룩함이 싫어서 나는 언제부턴가 짜장면을 잘 먹지 않는다. 


훗날, 내 아이들은 '아버지는 짜장면이 싫다고 하셨어'라고 기억하겠지?


우리 세대처럼 가슴 찡한 감동 없이 그저 '짜장면은 우리 아빠 취향이 아닌 음식' 정도로 기억하겠지?


우리 세대가 짜장면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우리 부모님 마음을 연상했듯이,

우리 아이들은 어떤 매개체를 통해 부모의 마음을 연상하게 될까? 


문득 궁금해진다.



20240710















매거진의 이전글 얼떨떨한 브런치 작가 승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