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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흔들의자 May 31. 2023

마흔이지만, 커리어 고민은 "현재진행형"입니다.

【'마흔에 마주한 마흔 가지 고민들'...#01】

직장생활 10년이면,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탁월한 성과를 내는
'업의 전문가'가 되어있을 줄 알았다.

 직장생활을 한지도 10년이 넘었지만, 스스로를 '업의 전문가'로 평가하기엔 부족한 점이 너무 많다. 이직을 하는 과정에서 몸담고 있던 산업군을 이동한 이유도 있었겠지만, 여전히 스스로를 특정 분야, 혹은 업의 전문가라고 말하기엔 어색하다. 주니어 시절 스스로 상상했던 시니어의 모습과 지금 나의 커리어는 어느 정도 맞닿아 있을까. 6개월, 1년 단위로 스스로가 걸어온 커리어의 궤적을 돌이켜보면 항상 성장의 모습만을 보여온 건 아니었다. 하지만 스스로 느끼기에 성장이 멈춘 듯한 느낌의 시간이 누적될수록 커리어에 대한 고민은 깊어져 갔다.  




신입사원 시절 상상했던 커리어는, 다양한 경험을 통해 전문성을 쌓고 실적으로 인정받는 현업 전문가가 되는 것이었다. 몸담았던 산업이 B2B산업군인 관계로 다양한 노력들이 실제 성과로 결실을 맺기까지 짧게는 1년, 길게는 2,3년이라는 인고의 시간이 필요했다. 내가 한 노력이 오롯이 성과로 이어지기까지 기다릴 줄 아는 인내심, 내가 한 노력에 비해 형편없는 성과를 받거나 반대로 과분한 성과를 받는 것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평정심, 흔히 남이 싸놓은 분비물들을 후임자라는 이유만으로 치워야 했던 불합리한 경험을 하면서도 팀원들을 위한 이타심을 배운 시간이었다. 


5년 차가 넘어가니, 새롭게 해보고 싶은 것들이 생겨났다. 하고 있는 업무에 익숙해지고, 노력한 결과들이 성과로 손에 잡히기 시작하는 만큼 새로운 직무를 해보고 싶은 욕심이 생겨났다. 그리고 6년 차 즈음 원하던 기획 업무로 직무를 변경했다. 새롭게 배우고 익여야 할 것 투성이었지만, 기대했던 직무였던 만큼 성장에 대한 충족이 가장 큰 시기이기도 했다. 


머리가 커지기 시작할 즈음, 새로운 산업을 경험해보고 싶어졌다. 한 곳에서 축적한 역량을 바탕으로 새로운 곳에 도전해보고 싶은 이직의 욕구가 샘솟던 시기였다. 5~7년 차가 가장 적합한 시기라고들 하지만 그보다는 조금 늦은 시기, 이직에 도전했고 그 결과 산업군도 달라졌다. 이후에는 새로운 산업, 환경에 적응하며 빠르게 조직에 적응하고 성과를 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시간들이 이어졌다. 


익숙함이 늘어갈수록 불안감도 커져갔다. 스스로 결심하고 선택한 도전, 변화였지만 그래도 사람 하는 일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기에 시간의 힘에 기대어 적응하며 익숙해져 갔고, 업무적인 성과도 따라오기 시작했다. 겉보기에는 이직 후, 약간의 적응 기간을 지나, 어느 정도 성과를 내며 인정받는 시기로 넘어가고 있었지만, 내심 속으로는 불안감이 커져갔다. 


하고 싶은 일, 스스로 생각하는 앞으로의 커리어 방향성이 모호해졌다. 연봉, 워라밸, 근무환경, 좋은 동료 등 다양한 요소에서 지금 있는 곳이 나쁘지 않았지만, 일과 성장의 효능감은 상대적으로 낮아진 느낌이었다. 반년 전의 나, 일 년 전의 나 보다 '일을 통해 얼마나 성장했는가'라는 스스로의 물음에 확실하게 답을 하기 어려워졌고, 그럴수록 커리어에 대한 불안감이 커져갔다.




지금 하는 일의 몰입도를 더 높여보거나, 새로운 변화를 선택할지 그 답은 아직 모르겠지만, 

그저 시간이 흘러 한 조직의 책임자가 되고(가능성이 어느 정도 일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주어진 리더 역할을 하다 쓰임이 다해 선택권이 없는 채로,

조직에서 소외되거나 잊혀지는 구성원이 되고 싶지는 않다.

(누구의 잘잘못을 떠나 그렇게 밥벌이 '직장인'모드로 버티기를 시전 하는 선배님들을 점차 많이 보게 된다. 그리고 나 역시 미래에는 그렇게 버티기에 급급한 모습이 될까 두렵기도 하다.)        


직장생활 10년이면, 풍월을 읊다 못해 렙도 하고 브레이크 댄스도 출 줄 알았건만, 오히려 답이 안 나오는 고민들만 늘어가고 있다. 지금 가진 것을 잃을까 봐, 지금까지 쌓아온 유/무형의 자산이 무너질까 봐 순간순간의 선택에 더 주저하게 된다. 어떤 기준과 마음가짐으로 선택을 해야, 10년 뒤의 내가 돌아봤을 때 최선은 아닐지라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을까. 그 고민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이미지 출처: UnsplashReuben Juare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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