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시, 껍닥, 대그빡

-소월삼대목 100-

by 김병주

산다는 것은 양식을 지키는 일

지구에는 물고기가 산다

빗장뼈 사이로 손을 넣어 지붕을 들추는

물고기 가운데 바짝 선 것을 에둘러

모두 겹을 이룬다


육지에 물고기가 오른다

얼마나 아름다운가, 하마터면

못 보고 죽을 뻔했으니

바다에서 둥근 밥상에 이르기까지

물고기의 빗장이 뻗어 나간다


옆줄 곁 가장 깊은 비밀을 지키는

살점이 비늘보다 단단히 얽힌다

먹는다는 것은 날붙이로 틈을 내는 일

칼이 든 자리에 물이 차올라

벌어지는 틈새가 엿보인다


창시 안에 알, 껍닥 안에 창시

대그빡부터 졸아드는 냄비 안에

소화 못 한 찌꺼기가 가라앉는다

지는 해를 감싸 안으려

빗장뼈가 휘어든다


욕망은 곧 이름 붙임

썩기 쉬울수록 힘이 좋으니

오늘의 양식을 내어 맡긴 손은

하마터면 보지 못했을 죽음 앞에 멈춰

서둘러 눈을 파먹으며 이름을 빌린다


밥상을 둘러앉은 삼대

문 하나에 바닥과 지붕 하나

벽 넷을 떠받드는 한없이 둥근 풍경

모두 겹을 이뤄 비밀을 지키니

산다는 것은 물고기 빗장뼈 사이로 손가락을 찔러넣어 보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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