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 좋은 주말 오후, 문득 친구와 맛집에 가서 밥 한 끼, 커피 한 잔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오늘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우리 주변 어디에나 있는 평범한 공간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리고 그 공간에서 제가 지불해야 했던, 메뉴판에는 없는 '눈치'와 '미안함'에 대한 비용에 관한 이야기다.
나는 어머니나 다른 가족 없이 식당이나 카페를 갈 때면 조건반사처럼 하는 말이 있다.
"죄송한데 이거 좀 도와주시겠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나 같은 극 내향인은 주문하기 전부터 신경이 곤두서 있는 느낌이다. 겨우겨우 상황을 설명하고 도움 요청을 성공한다 하더라도 먹기 전부터 항상 진이 조금 빠져 있다.
지금은 나도 먹고살기 위해서 꼭 필요한 요청, 부탁은 용기 내어하는 편이지만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점원과 눈이 마주칠 때까지 기다리느라 거의 30분을 대치 상태로 있던 적도 많다.
한 번은 반찬이 더 먹고 싶은데 셀프 코너에 담겨있는 단무지와 각종 반찬을 더 달라하기 눈치 보여서 친구와 누가 점원분에게 요청할지 눈치 게임을 한 적도 있었다.
그 친구와 카페에 함께 갈 때면 나는 최대한 카운터와 가까운 곳에 앉거나 입구 쪽에 앉는 편이다. 음료 두 잔과 케이크를 가져다 달라고 부탁해야 하는데 너무 멀리 있으면 왠지 모를 미안함이 들기 때문이다.
이제는 전보다는 부탁에 도가 튼 느낌이다.
각종 상황별 멘트도 시뮬레이션을 돌려본 뒤 머릿속에 입력해 놨다.
굳이 식당 사장님도, 카페 아르바이트생분도 나에게 눈치를 주지 않지만 스스로 이미 경직되고 눈치가 보이는 이 느낌. 언제쯤이면 나는 그리고 내 친구는 눈치가 첨가되지 않은 밥과 커피를 먹을 수 있을까?
나는 이걸 소위 눈칫밥을 먹는다는 걸 넘어서 나의 에너지가 소비된 가장 비싼 한 끼라고 칭하고 싶다.
누군가는 더 이상 눈칫밥을 먹지 않도록, 위축되지 않도록 모두가 온전히 밥과 커피를 즐길 수 있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