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뇌병변 장애를 가진 행정 업무 담당자로 일하고 있다. 10년 넘게 다니던 물리치료 기관에서 이젠 치료받는 학생이 아닌 행정선생님으로 일하면서 느낀 점을 써볼까 한다.
매일이 도전이었던 시작
뇌병변 장애 때문에 긴장하면 손이 떨리고 몸이 굳어 반응 속도가 느려진다. 컴퓨터로 자료를 입력하거나 서류를 정리할 때 남들보다 족히 두 배는 더 시간이 걸리는 것 같다. 하루 목표량을 못 채울 때가 많았다.
특히 학부모님 응대가 큰 부담이었다. 전화로 급한 요구사항을 받거나 질문에 답할 때면 긴장해서 말이 더듬거나 실수할 때가 많았다. 그럴 때마다 제 자신이 작아지고 자책할 때가 많았다. 남들과 같은 업무량을 해내는 것보다, 지치지 않고 꾸준히 나아갈 생존 전략이 절실했다.
'직장 배움 일기'가 준 변화
스스로를 돌아보는 '직장 배움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말은 거창하지만 쉽게 말하면 나만의 넋두리를 적은 하소연 노트라고나 할까.
한 번은 급한 서류를 요청한 학부모님께 제대로 대응 못했을 때
"오늘은 떨려서 메모도 못하고 목소리도 불안했다. 다음부턴 자주 묻는 질문을 미리 정리해두라 한다. 전화 전에 숨 고르기를 해야 말이 나온다. 왜 이런 걸 한다 했지? 퇴사 마렵네. 가령 이런 식이다.
거창한 변화는 없어도 요령이 조금 생긴 것 같다. 자주 쓰는 업무 매뉴얼을 책상에 붙이고, 메모가 어려울 땐 사진을 찍어 저장해 둔다. 전화 전엔 항상 시뮬레이션을 열심히 돌린다.
장애인 친화적 행정 환경을 위한 제안
경험에서 비롯된 제안을 하고 싶은 것이 있다.
첫째, 음성인식 시스템의 도입이다. 손 떨림이 있어도 정확한 문서 작성이 가능한 음성명령 프로그램이 있다면 업무 효율이 크게 좋아질 것이다.
둘째, 단계별 업무 가이드라인과 시각적 매뉴얼이 필요할 것 같다. '직장 배움 일기' 같은 개인화된 업무 지침서가 기관 차원에서 지원된다면 많은 장애인 직원의 적응 기간이 단축되고 불필요한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을 것 같다.
셋째, 업무 평가의 다양화다. 속도만이 아닌 정확성, 꾸준함 같은 다양한 역량을 인정하는 평가라면, 장애인도 자신의 강점을 살려 역량을 발휘할 기회가 많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