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일 없는 하루가 가장 특별하다
난 어릴 때 기념일이나 휴일을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저냥 보냈을 때 아쉬워했던 적이 종종 있다.
"난 왜 이런 기념일에 함께 기념할 사람도, 함께 즐거움을 나눌 일도 생기지 않지?"
혼자 속으로 푸념을 내뱉었던 적도 있다.
SNS를 보면 다들 멋진 곳에서 특별한 시간을 보내는 것 같았다. 크리스마스에는 예쁘게 장식된 레스토랑에서, 연말에는 화려한 파티에서, 생일에는 깜짝 이벤트를 준비한 친구들과.
그런데 나는? 그냥 집에서 TV 보고, 평소처럼 밥 먹고, 늘 만나는 친구들과 평범하게 시간을 보낸다.
그때는 그게 초라하게 느껴졌다.
그런데 그 별일 없이 보낸 특별한 하루를 매년 반복하다 보니 생각이 바뀌었다.
내가 이날을 그냥 특별하지 않게 보내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날을 지나왔는지, 그리고 매년 그 특별하지 않은 날을 보낼 수 있다는 게 생각보다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게 되었다.
별일 없다는 건 평온하다는 뜻이다.
아프지 않다는 것, 크게 걱정할 일이 없다는 것, 늘 만나던 사람들이 여전히 내 곁에 있다는 것. 그게 당연한 게 아니라는 걸 조금씩 깨달았다.
누군가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할 수 없어서, 누군가는 건강이 좋지 않아서, 누군가는 마음이 너무 힘들어서 평범한 하루조차 버겁게 느낄 수도 있다.
남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특별한 날이나 기념일에 그냥 별일 없이 항상 만나는 친구와 밥 먹고 이야기 나누고, 쉬고 싶을 때 쉴 수 있는 게 실은 가장 중요하고 특별한 하루란 걸 알게 되었다.
화려한 이벤트보다, 깜짝 선물보다, 특별한 장소보다 더 소중한 것.
그냥 평범한 일상이 계속되는 것. 아무 탈 없이 하루를 보내는 것. 늘 보던 얼굴들이 여전히 내 곁에 있는 것.
올해도 아마 내 연말연시는 별일 없이 항상 보는 가족, 매일 붙어다니는 친구와 함께 보내게 될 듯하다.
그러나 난 이 별일 없는 하루가, 내 주변에서 아무도 변함없이 내 곁을 지켜주는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재미있고 특별하다.
예전 같았으면 아쉬워했을 이런 평범한 연말이, 이제는 가장 감사한 선물처럼 느껴진다.
별일 없는 하루를 보낼 수 있다는 것.
그게 진짜 특별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