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거가 되었다.

by kito

“트리거”라는 단어는 가끔 영화나 드라마 제목에서

몇 번 들어봤을 뿐이다.

그런데 어느 날 회사에서 내가 그 트리거가 되었다.


부서 이동 후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는데

평소처럼 결재문서를 하나 올렸고

그 내용은 다른 팀의 확인이 필요한 항목이었다.

나는 근거를 첨부했지만, 그 안엔 오류가 있었다.


그리고 상사가 자초지종을 물었고

나는 당황해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어떻게 하면...” 말이 끝나기도 전에

팀원들이 회의실에 소집됐다.


회의실 화면에 내가 올린 결재 문서가 띄워졌다.

상사는 오류들을 하나씩 짚었고

나는 할 말이 없었다.

아마 회의실에 있는 팀원들도

민망한 상황이었을 거다.

그 시간은 꽤 길었다.

나만 그렇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너만 해당하는 얘기가 아니다. 네가 트리거였을 뿐.”

다른 팀원들도 문제가 많다며 실수나 잘못을 이야기했지만

억지로 꺼내는 얘기일 뿐이다.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냥 이 시간이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다.


회의가 끝나고 회의실을 나와 자리에 앉았다.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다.

평소와 같이 앉아 있었고 퇴근 시간이 되어 사무실을 나와 주차장으로 걸어가면서도

그다지 느낌은 없었다.


차에 타서 시동을 걸고 회사 주차장을 빠져나가면서 이런 생각이 들았다.

'트리거? 많은 사람들 중에 내가 트리거가 된 이유가 있지 않을까?'


트리거라는 단어를 검색해 보았다.

“방아쇠, 도화선, 계기, 촉발”

내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 거라고 하지만,

그 방아쇠는 나에게 향해 있었던 거고

이번이 계기가 됐을 뿐이다.


결국 표적과 트리거 모두 나였다.


[감정 기록 질문지]

● 당신도 트리거가 된 적이 있나요?

● 그때 감정을 어떻게 정리했나요?

● 누군가의 방아쇠가 되어버린 순간, 당신은 자신을 어떻게 지켜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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