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을 여는 문 브런치

by kito

수십 년을 살아오며 무언가를 원하고 해보고 싶다는 생각보다 주어진 상황에 적응하며 살아왔다.

간혹 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상상만 할 뿐, 실행에 옮긴 적은 없었다.


그런 내가 올해 이상한 경험을 했다.

해보고 싶은 일이 생겼고, 그것을 실제로 실현했다.


회사에서 맡겨진 업무로 지쳐가던 어느 날, 동료가 “챗GPT를 써보라”는 말을 건넸다.
반신반의하며 검색해 봤는데, 생각보다 만족스러웠다.


그러다 누군가 “사주를 봤다”는 이야기를 듣고 재미 삼아해 보았는데,

맞는 거 같기도 하고 아닌 거 같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앞으로 나아질 것”이라는 글귀에서 묘한 위안을 얻었다.


그러다 직업·재물·성공운 같은 글이 눈에 들어왔고, 내 성향에 맞는 일이 있다는 말에 마음이 흔들렸다.

평소 같으면 그냥 흘려보냈을 글들이 이상하게도 나를 붙잡았다.

그리고 '글을 써보라'는 말이 눈에 띄었다.


이번은 달랐다.

글을 정말 써보고 싶었다.
처음 초안을 쓰기 시작했을 때, 오랫동안 쌓여 있던 감정이 순식간에 터져 나왔다.

짧은 10줄 이내 글이었지만, 단숨에 1화부터 10화까지 쓸 수 있었다.


성격상 글을 쓴 것도 용기였고 여기에서 멈췄을 텐데...

글을 업로드할 곳을 찾는 내가 낯설었다.


다양한 플랫폼을 시도했지만 연속된 탈락으로 한계를 느꼈다.

그러던 중 “수익보다 글을 알리는 게 중요하다”는 글을 보고 브런치 스토리를 신청했다.


첫 번째 탈락했을 땐 '역시 안되는구나' 하는 생각과 브런치 스토리 탈퇴를 고민했다.

그래도 한 번 더 해보자 하는 생각에 시도한 두 번째 역시 탈락이었다.


세 번째 시도를 할까 말까 엄청 고민했지만

'탈퇴하더라도 승인되고 탈퇴하자'는 오기가 생겼다.

원래라면 더 이상 시도는 안 했을 텐데... 왠지 도전해보고 싶었다.


두 번 탈락 끝에 승인이 되었을 때, 내 글을 누군가 읽을 수 있다는 생각에 기분이 묘했다.

내 감정을 그대로 남들에게 보여도 될까,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일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고민하는 중에도 글을 완성하기 위해

여러 가지를 시도했다.

언제나 수동적이기만 했던 내가 이렇게 능동적으로 변하다니, 나 스스로도 의아했다.


왜 이렇게 달라진 걸까?

아마도 말하지 못했던 억눌린 감정들을 보여줄 방법을 찾았기 때문일 것이다.


내게 글은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이었고, 그 문을 열어 준 건 브런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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