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난삽하다

유지

by 고대현

나는 부풀었다. 일종의 희망- 하늘을 향해서 날아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추락은 내게 어울리지 않는 단어인 줄 알았다. 오르막이 있을 뿐- 내리막은 없는 길이라고 생각을 했다. 비탈길에서 구르는 흙먼지와 돌은 나와 하등 상관이 없는 것인줄 알았다. 나는 이제 준비를 끝마쳤다. 모든 것에 대하여 대비하고 있었다. 올라가기만 하는 것- 발걸음을 떼기만 하면 시작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나는 발걸음을 옮기려고 하는 순간에 / 발가락이 없다는 사실을 새삼 느꼈고 발이 없다는 사실과 함께 발목이 없다는 사실도 종아리도 허벅지도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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