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현대소설 번역 연재, 罗伟章의 중편 소설, ‘我们的路’
눈발이 더욱 거세졌다. 나는 옷을 챙겨 입고 문밖으로 나가 대나무 숲의 눈을 털어냈다. 털어내지 않으면 이렇게 밤새 내려서 가지와 잎에 쌓인 눈더미가 대나무를 꺾어 버릴 수도 있다. 그 대나무 숲에 막 발을 들여놓았을 때, 서쪽 뜰에서 꺽꺽거리는 울음소리를 들었다.
다음 날 아침에 만나는 사람마다 어젯밤의 울음소리에 대해 말했다. 보아하니 매우 많은 사람들이 모두 그 울음소리에 휘말려 잠을 깬 듯했다. 그 울음소리는 본래 매우 작았으나, 소리내지 않고 몸주변으로 기어오는 뱀처럼 일단 감지하면 하늘과 땅이 울리듯이 기겁하게 했다. 사람들 모두 그것이 춘매가 울고 있는 것임을 알았다.
아내가 아침밥을 짓는 동안, 나는 동쪽 마당 장씨 아주머니 댁에 가보기로 했다. 얼마 전 그녀의 손녀가 물에 빠져 죽었을 때 마을 사람들이 모두 가서 그녀를 위로했을텐 데 나는 아직 가보지 못했다.
집을 나선후, 나는 장 아주머니 댁으로 향하지 않았다. 다시 마음을 바꾸었다. 춘매 아버지 라오쿠이아저씨(老奎叔)가 나를 찾아오지 않았으니 응당 내가 그를 찾아가야 했다. 나는 춘매의 사정을 그에게 말해주겠다고 결심했다. 그 갓난 아이 때문에도 잠깐은 속일 수 있을지라도, 계속 숨기고 갈 수는 없기에.
서쪽 마당 안에는 여전히 사람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다. 아이들은 아직 일어나지 않았고 어른들은 모두 집 안에 숨어 있었다. 보아하니 모두들 춘매네 식구와 마주치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꺼리는 것 같았다. 눈이 깊게 쌓인 돌뚝을 가로질러 춘매네 집으로 향하는 데, 돌연 원샹(文香)이 비스듬히 허리를 틀고 자기 집 문앞에 서서 눈으로 인사를 보내왔다. 이쪽 마당의 북측면은 비어있는 체로 집이 없고, 나머지 삼면은 벽이 연이어 붙은 체로 사람들이 살고 있다. 원샹과 춘매네 집은 같은 방향이었고, 그 사이에 한 집만이 있다.
원샹은 키가 훤칠한 여자였다. 오랜 세월 어깨로 짐을 나르고 등 굽혀 노동했어도 그녀의 몸매는 거의 망가지지 않았다. 허리를 비스듬히 비틀고 서 있는 모습이 나른하면서도 다정하고, 불가사의한 매력을 뿜어냈다.
나는 그녀를 향해 걸어갔다. 그녀는 나에게 집안으로 들어오라 하지 않고, 단지 곁눈질로 흘겨보며 물었다. "따바오, 어제 돌아왔다면서요?" 내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녀가 손으로 흩어진 머리칼을 쓰다듬은 후 매우 애처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 집 그 양반은 여전히 안왔어요."
"일이 많을 겁니다." 내가 말했다. "어떤 곳은 설 명절에 일이 평소보다 더 많아요. 그 친구, 아마 지금쯤 공사장 비계 위에 올라가 있을 거에요. 그는 이 집을 금덩어리 은덩어리 위에 올려 놓으려고 마치 소와 말처럼, 설도 안쇠는 거죠."
나의 말 속에 뼈가 느껴졌는지, 원샹은 입술을 움찔거리더니 겁 먹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역시 당신은 형제네요. 그를 이렇게 걱정해 주고 그의 고생을 알고 있군요.”
연기에 그을린 탓인지, 흑백이 분명한 그녀의 눈동자 안의 핏발이 더욱 붉어졌고, 눈물이 반짝였다. 이 여자가 제 남편을 사랑하지 않는 건 결코 아니다. 그녀는 정말로 견디기 힘들 것이다. 아직 스물 다섯도 안되었고, 몸은 저렇게 건강하고 또한 저런 정열까지 잠재되어 있으니. 그렇지 않다면, 그녀는 절대로 양자오촌의 청밍과 그런 짓을 할 리가 없다. 청밍은 스물일곱, 여덟살이고, 돼지를 잡는 사람이고, 체격이 건장하고 듬직했으나, 온몸에서 돼지똥 냄새와 돼지 냄새가 났다. 청밍의 우세는 오직 젊다는 것이었다. 이제 라오쥔산(老君山) 부근에서 젊은 남자를 찾기란 매우 어렵다.
원샹(文香)은 내게 자기 남편에 관한 정보를 기대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의 남편은 저장(浙江)에 있고, 나는 광동에 있으니 그저 듣기 좋은 말 몇 마디 해주는 수밖에 없었다.
춘매네 집 문은 열려 있었다. 그녀의 집은 문에 들어 선후 4-5미터 길이의 골목을 걸어 들어가야 부엌이 있다.
내가 문지방으로 들어 서자, 춘매의 오빠인 춘이(春义)가 부엌 부뚜막쪽에서 나를 보았다.
“따바오형, ……, 아버지, 따바오형 왔어.”
잠시 후, 춘매 아버지 라오쿠이 아저씨가 일어나서 억제하지 못하는 듯한 기침을 하며 나왔다. 수십년간 석공 일을 했으니, 그의 목구멍과 폐속으로 얼마나 많은 돌가루가 들어 갔는지 모른다. 터진 구멍으로 솜이 삐죽삐죽 나온 솜옷을 입고 그가 내 앞으로 걸어왔다. 여전히 기침을 하면서 목에 검은 근육을 드러낸 체로.
겨우 기침을 멈추자, 부뚜막 돌에 가래침을 뱉고 나서 “따바오, 좋은 아침이다.”라 말한 후 춘이를 시켜 나에게 담배 한 개비를 주었다.
춘이는 나에게 담배를 건네 주고 무거운 발걸음으로 방으로 들어 갔다. 아마 공부하러 가는 것일 것이다. 매일 그에게 할당된 집안 일중 가장 큰 일이 아침에 불을 피우는 일이고 기타 시간엔 공부하는 것이었다. 곧 당면해야 할 대화가 내 마음에 매우 큰 부담을 주었지만, 빙빙 돌리면 더 나빠질 것 같아서,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춘매는요?”
라오쿠이 아저씨는 나를 흘낏 본 후, 빠르게 눈길을 돌리고, 춘매는 그의 엄마와 함께 채소밭에 요강을 비우러 갔다고 했다.
나는 담배에 불을 붙이고, 힘주어 두 모금 빨고 난후에 말했다.
“아저씨,내가 그곳에서 춘매를 잘 돌봐주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그가 다시 기침을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진짜로 기침을 하는 건 아니었다. 그런 후에 힘들게 담담한 어투로 말했다.
“그 애의 사정은 모두 알고 있다. 어제 밤에 그 애가 솔직하게 말해 주었다.”
나는 춘매가 어느 정도까지 사실대로 이야기했는 지 알 수가 없어서 감히 어떤 말도 하지 못하고, 다시 미안하다는 말만 했다.
“그건 자네 탓할 일이 아니다”, “어떻게 자네 탓을 하겠나, 우리 애가 정숙치 못한 탓이지”
그의 눈이 뻘게졌다. 부뚜막 틈새에서 사람 길이의 반쯤되는 긴 담뱃대를 꺼내어 마른 담배를 쟁였다. 그의 손가락은 매우 굵고 매우 검었고, 상처가 많았다. 담배를 쟁이고 나서 그는 담뱃대 부리를 입에 물고 목을 젖히고 담뱃대를 아궁이 속으로 넣고 불을 붙였다.
불을 붙이자마자, 그는 담뱃대를 뱉어 내고 큰소리로 말했다. 그는 본래 낮고 쉰듯한 목소리였는 데, 이때는 오히려 칼처럼 예리했다.
“따바오야, 창피하구나!”, “발바닥을 핧을 정도로 가난하더라도, 절대로 남의 첩 노릇을 해서는 안되는 데!”
그는 담배 한 모금 빨고나서 다시 그런 어조로 말했다.
“첩노릇도 못하고, 쫒겨났으니!”
여기까지 말하고, 그는 무력하게 나를 흘끗 보고, 돌연 실성한 듯 크흐흐 통곡했다.
춘이가 눈물 자욱이 난 얼굴로 방안에서 뛰쳐나와서 자기 아버지의 등을 두드렸다.
그러자 라오쿠이 아저씨가 두 손을 힘주어 휘둘렀다. “꺼져, 너, 이 개자식아!”
춘이는 비틀거리며 땅바닥에 넘어졌다. 라오쿠이 아저씨는 더욱 화를 내며 일어나서 긴 담뱃대로 춘이를 때렸다. 철로 된 담뱃대로 때리면 몸의 뼈도 다칠 수 있었다. 나는 급하게 그를 끌어 안고 말렸다.
라오쿠이 아저씨는 두 발을 땅에 구르며 춘이를 가리키며 욕을 했다. “너 이 개자식 잡종아, 너를 위해서가 아니었다면, 너의 둘째 누이동생이 오늘 이 지경까지 되었겠냐?”
춘이는 땅에 엎드린 체 울었다. 그는 넘어져서 우는 것도 아니고 놀라서 우는 것도 아니었다. 그는 정말로 울고 싶어서 우는 것 같았다.
바로 이때에 춘매와 그녀의 엄마 거우(苟) 아주머니가 돌아왔다. 한 사람의 손에 빈 요강이 들려있었고, 요강 속에서 오래 묵은 오줌냄새가 품겨져 나왔다.
두 모녀 모두 눈이 부어있었다. 춘매는 애를 업고 있지 않았다. 아이는 아직 방에서 자고 있을 것이다. 포대기를 벗고, 걸친 옷도 적어서 춘매는 더욱 허약하게 보였다. 마치 바람이 불면 날아가 버릴 것 같았다.
눈앞의 광경을 본후에, 거우 아주머니는 두 눈으로 남편을 쏘아보며, 가슴을 불룩불룩하며 큰 소리로 나에게 말했다.
“따바오야, 말리지 마라. 그 영감이 사람을 때리게 나둬라. 그는 미친개이다. 사람을 보면 바로 물고 싶어한다. 그를 말리지 마라. 그가 우리를 모두 때려 죽이게 하자! 우리가 그의 눈을 더럽혔다. 우리가 죽으면 그는 깨끗해 질 것이다!”
라오쿠이 아저씨는 말리는 나의 팔안에서 낮은 신음소리를 내고 물러나 나무 걸상에 앉았다. 이와 동시에, 춘이도 땅바닥에서 일어나 방안으로 뛰어 들어 갔다. 나는 정말로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몰라서 머뭇대다가, 일어나서 작별 인사를 했다. 라오쿠이 아저씨가 한 손으로 나를 잡았다.
“따바오야, 어찌되었건 밥은 먹고 가라”
나는 아니라고 했다. 아내가 이미 밥을 했다고 했다.
“너희 집 밥은 네 아내 일이고, 우리집 밥은 나의 일이다.” 그는 거의 애걸조로 말했다.
“니가 이렇게 나를 얕보면 안된다.”
그의 말투가 매우 무거웠다. 그러나 이러한 때에 어떻게 그의 집에서 머물면서 밥을 먹을 수 있단 말인가? 나는 어쩔 수 없이 거짓말을 했다. 우리집에 손님이 왔다고 했다.
“그러냐” 그가 우물거리며 말했다. “그럼 가봐라……”
그런 후에, 다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따바오야, 너에게 부탁이 있다.”
“말씀하세요 아저씨”
그가 손으로 주름이 가득한 얼굴을 문질렀다.
“우리집의 추한 일을 다른 사람에게 말하면 안된다. 부탁한다.”
나는 대답하지 않고 춘매네 집에서 나왔다.
쫒아나온 춘매와 만난 곳은 춘매네 집 문앞 황각나무(黄桷树) 아래에 왔을 때였다. 내 곁으로 달려온 춘매가 긴장한 체로 물었다.
“따바오 오빠, 우리 아버지한테 내가 이발소에서 일했던 사실은 얘기 안했지.”
“안했어”
“그럼 됐어” 춘매가 길게 숨을 쉬었다.
“만일 우리 부모가 그 일을 알게 된다면 그들은 줄에 목을 맬거야”
내가 망설이다가 말했다.
“춘매야, 줄곧 네게 말하고 싶은 게 있었다.”
춘매는 기다리고 있었다.
“너는 왜 그자를 고발하지 않는 거니? 그는 응당 책임을 져야 한다. 최소한 너에게 경제적 보상은 해줘야 한다.”
“소용없어” 춘매가 침통하게 말했다.
“광동에서 알게된 나와 같은 처지에 있는 애가 상대 남자를 고소했는 데, 결과는 소송에서 졌고 소송비까지 물어주었데. 또 심하게 맞아서 손발이 부러졌데. 거기는 그자들의 바닥이야, 오빠가 말하는 그런 도리가 어디에 있겠어”
춘매의 말에 나는 말문이 막혔다. 내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봐도 그것이 고래의 도리였다. 즉, 처마밑에서는 머리를 숙여야 하고, 의분만 충만해서는 안되는 일이 많다는 것을.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