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들은 있는 그대로의 인간이 아니라, 자신이 그렇게 존재해 줬으면 하는 인간의 모습을 관념적으로 그리고 있다. 즉, 그들은 윤리학이라는 이름으로 풍자소설을 쓰고 있고, 현실에 적용가능한 정치이론이 아니라, 사실은 망상에 가까운, 유토피아나 유용성이 거의 없는, 시인이 지어낸 황금시대 같은 데서나 실현될 만한 정치이론을 고안하고 있다."
산책하는 스피노자
칼 마르크스
그리고 마르크스가 말한 소위 "과학적 사회주의"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그리고 실천을 통한 검증이 없었다. 그렇게 "관념적"이고 "비과학적" 이론이 그 이전의 사회주의 사상을 "비과학적공상"이라 규정하고 자기 이론은 마치 과학적인 듯 풀면서, 얼마나 많은 젊고 순수하고 진지한 지식인들을 야심가와 선동가, 정치 투기꾼들에게 이용 당하고 농락 당하는 결과로 이끌고, 참담하고황당한 결과를 초래했는가~? 멀리 바라 볼 것도 없다. 스탈린, 마오쩌뚱, 감일성...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추상적이고 관념적 이론에 담긴 가치를 위해 젊음과 심지어 생명까지 바치며 분투했던 순수하고 진지했던 분들의 정신과 양심, 노력은, 추앙하고 위로해 드리고 싶다.
그리고, 그러면서, 새기고 싶은 한마디는, 인간 본성과 연결된 기본 욕구까지 자제해야 할 것을 요구하는, 그 정도로 고귀한 도덕과 가치를 대중에게 내세우고 말하려면, 우선 자기 자신에 대한 절제와 관리부터, 최소한의 기준과 경계선 안에서만이라도, 행동하면서 해야 한다는 게 기본 전제로 요구된다는 것이다. 그게 안된다면 모두 위선이고 개뿔일 뿐이다. 물론 어느 정도 위선도 필요하다고는 생각한다. 단, 그것도 어느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의 문제이고 상황별로 실사구시적으로 판단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 대목에서 최근에 불거진 이재명이 부산에서 테러를 당하고 응급 처치만 받은 후 수술을 위해 부산대 병원에서 헬기를 불러서 타고 서울대 병원으로 간 건에 대해서 한마디 하자면,
대권 후보 반열에 있는 자에 대해서는 이런저런 아쉬운 감을 이야기 할 수는 있겠지만, 나 개인적으로는 적어도 이번 건을 갖고 이재명 대표의 행동에 대해 조국씨에 대해서 했듯이, 분노하거나 어떤 평을 하고 싶지는 않다.
간단히 말하자면, 내가 그런 상황(제1야당 대표로 헬기를 타고 서울대 병원에 갈 수 있는 조건이 되는 상황)에 처했다면 가족이나 측근이 헬기 불러서 서울로 가자고 했을 때 그 걸 만류하고 부산대 병원에서 수술 받겠다고 강하게 주장할 수 있을 지, 거기까지는 장담하지 못하겠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국씨의 경우는 다르다. 적어도 나라면, 입으로는 유별나게 주구장창 "가재, 붕어, 개구리도 함께 잘 사는 사회 만들자"고 떠벌이면서, 뒷구멍으로는 자기 자녀 대학 진학에 유리한 평가를 위해 성적표나 인턴 경력 증명을 위조하는 행동은 안할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그렇다고 윤석열 검찰의 조국씨 가족에 대한 표적수사와 압색까지 옹호하는 건 아니라는 거, 분명하게 밝혀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