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한국인이다
2019년 여름, 우리 가족은 첫 해외여행을 떠났다.
인천공항의 넓은 유리창 너머로 비행기가 오르내리고, 출국장을 오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은 분주하면서도 설레어 보였다. 그 공기만으로도 가슴이 두근거렸다.
영어 한마디 할 줄 모르는 우리 가족은 태국 패키지 여행을 선택했다.
5박 6일, 촘촘하게 짜인 일정표는 그 자체로 모험처럼 느껴졌다.
비행기에 오른 순간부터 현실은 조금 달랐다.
좁은 좌석에 네 시간을 넘게 앉아 있자, 여행의 시작이 아니라 작은 벌을 받는 기분이었다.
태국 공항에 도착했을 때는 비가 내리고 있었고, 버스 안에서 들려온 가이드의 목소리는 일정 안내와 함께 각종 옵션을 권유했다.
설렘은 여전했지만, 은근한 압박도 함께 스며들었다.
호기심이 앞섰던 우리는 결국 야시장과 격투기 관람, 밤거리 투어까지 덜컥 신청했다.
뭐든 놓치고 싶지 않았던 마음. 그러나 일정은 더 빡빡해졌고, 하루의 시작은 점점 더 힘들어졌다.
패키지 여행의 가장 큰 고비는 이른 아침 집합 시간이었다.
아침잠 많은 아이들을 깨워 조식을 서둘러 먹이고 나서는 늘 전쟁처럼 뛰어나가야 했다.
여행이 사흘쯤 지나자 아이들은 지쳐서 쉽게 짜증을 냈고, 나와 남편도 피곤에 무너져 갔다.
음식은 또 다른 고민이었다.
가이드가 정해놓은 식당의 음식은 입맛에 잘 맞지 않았다. 결국 호텔로 돌아오는 길마다 간식거리와 컵라면으로 허기를 달래야 했다.
마지막 날, 한국식 삼겹살 집에서 점심을 먹었을 때 아이들은 웃으며 말했다.
“이게 제일 맛있어.”
귀국 후 아이들에게 소감을 물었다.
“굳이 또 갈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맛있는 건 다 한국에 있는 거 같아요.”
뜻밖에도 이런 말도 덧붙였다.
“우리나라가 정말 살기 좋은 곳이야.”
나는 웃음이 났다. 힘들고 피곤한 여행이었지만, 그 여정 덕분에 아이들과 나는 우리 일상을 다시 바라볼 수 있었다.
낯선 곳을 다녀온 뒤에야, 우리가 가진 익숙한 풍경이 얼마나 따뜻한지 알게 되는 것처럼.
✦ 여행은 결국, 집으로 돌아오는 길을 더 빛나게 만드는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