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히지 않는 문장을 끝까지 읽는 일

고전처럼, 아기처럼

by 이경해mysunjh

한 달 전, 『자유론』을 읽었다.
처음 접한 고전 인문서였다.

우리말로 번역된 책인데도
문장을 따라가는 일이 쉽지 않았다.
한 줄을 읽고, 고개를 갸웃.
다시 돌아가 또박또박 읽는다.

문장이 아니라
문장이 감추고 있는 뜻을 읽는 일.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의미를
헤아리며 책장을 넘겼다.

끝까지 읽었지만,
여전히 이해하지 못한 문장이 있었다.

아이를 돌보는 일도 그렇다.

특히 아직 말을 하지 못하는
영아를 돌보는 일은
고전의 문장을 읽는 일과 많이 닮았다.

울음, 몸짓, 표정, 숨소리.
아이들은 말이 아니라
몸으로 마음을 전한다.

“왜 우는 걸까.”
“방금까지 웃었는데?”
“불편한 건가, 졸린 건가.”

도무지 읽히지 않는 문장을
하루 종일 붙들고 있을 때도 있다.
그래도 멈출 수 없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처음부터 다시 읽는다.

그리고
아주 짧은 순간.
아이의 마음과 나의 마음이
조용히 맞닿는다.

그제야 알게 된다.



이 일은 사랑만으로 되지 않는다.
사랑 위에 관찰이,
관찰 위에 해석이,
그리고 해석 위에는 기다림이 필요하다는 걸.

고전을 완독하는 일만큼,
한 아이를 이해하는 일도 어렵다.

하지만
그 문장을 포기하지 않고 읽어내려 했던 것처럼,
아이와 마음을 잇기 위한 노력도
결코 헛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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