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 아이를 돌려보냈다.

공동체와 개인사이

by 이경해mysunjh

"교사로서의 하루는 수많은 선택의 연속입니다. 때로는 그 선택이 누군가의 하루를 무너뜨릴 수도 있다는 걸 알기에, 더 조심스럽고 더 아픕니다."


오늘 아침, 나는 수족구 증상을 보이는 한 아이를 어린이집 입구에서 되돌려 보내야 했다.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아이 엄마는 병원에서 ‘등원해도 괜찮다’는 진단서를 받아 왔다. 아이는 이미 두 번이나 병원을 다녀온 상태였고, 말 그대로 형식상으로는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아이의 발바닥에 있던 수포를 나는 쉽게 넘길 수 없었다. 눈으로 본 그 증상은 교과서보다 더 설득력이 있었다.

무엇보다 다른 아이들의 건강이 먼저 떠올랐다. 혹시라도 전염되면 어쩌나, 그 불안감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늘 민감하게 반응하던 몇몇 부모들의 얼굴도 떠올랐다.
나의 선택이 또 다른 민원으로 번지게 될지도 모른다는 현실적인 걱정이 마음을 짓눌렀다.

결국 나는 아이와 엄마에게 수차례 “정말 죄송합니다”를 말하며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아이를 맡길 곳이 마땅치 않아 난감해하던 엄마의 눈빛이 하루 종일 마음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하루는 선택의 연속이다.
물 한 잔을 마실지 말지, 버스를 탈지 지하철을 탈지, 커피는 뜨겁게 마실지 아이스로 마실지—
이렇게 평범하고 사소한 선택들이 모여 하루를 만들고, 그 하루들이 모여 인생을 만든다.

하지만 때때로, 어떤 선택은 누군가의 하루를 통째로 흔들 만큼 무겁게 다가온다.
오늘 내가 한 결정처럼.

아이 하나를 돌려보낸 일이 단순한 행정 절차일 수는 없다. 그건 사람의 마음과 마음이 맞닿는 지점에서 일어나는 일이었다.
나는 공동체의 안전을 위한 결정을 내렸고, 그 선택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다.

하지만 “다른 방법이 없어요”라며 눈을 떨구던 엄마의 목소리를 떠올릴 때면 마음이 먹먹해진다.

나는 옳은 선택을 했다고 믿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옳은 선택이라고 해서 늘 편하거나 가벼운 것은 아니라는 걸 오늘 또 배운다.

그 선택의 무게는, 아이 엄마의 미안한 얼굴과 함께 내 하루를 오래도록 따라다녔다.


무해하게 살고 싶었습니다.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지 않으면서도, 모두의 안전을 지키는 선택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오늘 하루는 조금 더 조용히, 오래도록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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