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질수록 고파지는 마음
나는 욕심쟁이다.
나는 먹고 싶은 게 많다. 무언가를 먹으면서도 다음 먹을 걸 생각한다. 누가 ‘뭐 먹고 싶어?’ 물으면 머릿속에 먹고 싶은 음식 리스트 10개씩은 기본적으로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 입은 짧다. 막상 먹으면 몇 숟갈 뜨지 못하고 배가 볼록 불러온다. 먹고 싶은 건 늘 한가득인데, 나약한 위장을 가진 사람이라 슬프다.
갖고 싶은 것도 많다. 특히 옷, 화장품, 액세서리, 나를 꾸미는 데 사용되는 것들. 세상엔 예쁜 것들이 넘치도록 많고, 하늘 아래 같은 제품은 없다. 그러니 별 수 있나. “너, 내 애착 옷이 돼라” 하며 사버릴 수밖에. 터치 한 번이면 원하는 것들이 다음 날 집 앞에 뚝딱 놓여 있는 세상이니, 이 시대에 사는 행위란 너무나 쉽다. 어려운 건 내 지갑 사정일 뿐. 그런데 문제는 금방 질려버린다는 것. 옷장을 열면 엇비슷한 풍의 옷들이 한가득이다. 개중에는 사놓고 한 번도 안 입은 것들도 몇 개 있다.
20대 초반, 대학교 시절에도 옷에 관심이 참 많았다. 옷을 갖고 싶은 욕망은 커다랬지만 씀씀이는 지금보다 작았기에, 옷장은 듬성듬성 비어 있었고, 몇 개의 옷을 계속 돌려 입었다. 그러다 보니 좋아하는 옷, 혹은 아끼는 옷이 생겼다. 제일 좋아하는 옷을 입을 땐 전날 밤부터 옷을 꺼내 옷걸이에 예쁘게 걸어두고, 그 옷에 어울리는 화장품과 액세서리도 고르며 한껏 설렜다. 좋아하는 옷은 일주일에 몇 번을 입어도 질리지 않았고, 그 옷을 입은 날은 온종일 잔잔한 행복감이 나와 함께했다.
다시 옷장을 열어 본다. 더 이상 들일 틈도 없이 빽빽하다. 숨이 막힌다. “하나라도 더 들어오면 나 파업이야!”를 선언하듯 옷장은 언제든 속의 것들을 토해낼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제는 가장 좋아하는 옷도, 얼른 입고 싶어 그날이 기다려지는 옷도 없다. 헛헛하다. 그때의 나는 적은 걸로도 행복할 줄 알았는데, 훨씬 많은 것들을 가진 지금의 나는 공허함에 몸부림친다. 그 공허함을 메우기 위해 다시 구매하기 버튼을 누른다. 가질수록 배고파지는 마음, 그게 욕심이 아니라면 무엇일까. 신기루처럼 금세 사라지고 말 포만감 속에, 오늘도 헛배만 두둑이 불러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