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

어떻게 나이 들고 싶은가

by 달보드레

얼마 전 모임원들과 ‘어른’이라는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우리 주변에는 진짜 ‘어른’이라 불릴 만한 어른들이 얼마나 있는가? 나는 내가 되고 싶은 어른이 되어가는 중인가? 각자가 생각하는 어른은 무엇인지, 어떤 어른이 되고 싶은지 나눠보고 싶어 이 주제를 선택했다.

나는 욕심이 많은 사람이라 되고 싶은 어른의 모습이 꽤나 세세하다. 나이가 들수록 고집이 세진다고 한다. 귀는 닫아버리고, 입만 여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흔히 말하는 ‘내가 맞고 너는 틀리다’의 자세인 셈이다. 나는 오히려 귀는 항상 열고, 입은 필요할 때만 여는 어른이 되고 싶다. “내가 경험해 보니 이게 맞더라”가 아닌 “내가 경험해 본 바로는 이렇던데 너는 어때?”라고 물어줄 수 있는 어른. 나의 언행이 타인에게 미칠 영향을 거시적인 관점에서 생각하고 타인의 말을 경청하고 수용할 줄 아는, 귀와 마음이 열려 있는 어른이고 싶다.

내가 되고 싶은 두 번째 모습은 ‘품이 너른 어른’이다. 인간은 누구나 실수하기 마련이니 누군가의 작은 잘못을 용서하고 너그럽게 품어주고 그럴 수 있다고 다독여주는 모습에서 나는 어른답다고 느낀다. 주변에도 그런 친구들이 있다. 그들은 누군가가 실수를 하더라도 너무 성급하거나 각박하게 질책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넓고 깊은 바다처럼 커다란 마음으로 보듬어주는 그들에게서 또래임에도 어른의 모습을 발견하곤 한다. 나는 스스로에게 심히 엄격한 편이라 상대적으로 타인에게는 그렇지 않다 생각했는데, 때로는 내게 적용되는 엄밀한 기준이 타인에게도 옮겨가곤 한다. 누군가의 사소한 말이나 행동에 서운해지고 꽁해 있는 스스로를 보며 아직 갈 길이 멀구나 느낀다.

마지막으로는 ‘사람 대 사람’으로 관계하는 어른이 되고 싶다. 우리 모두는 사회에서 페르소나라 불리는 가면을 쓰고 살아간다. 내 진짜 모습은 마음 깊숙이 꽁꽁 숨긴 채 가면 대 가면의 만남이 늘어간다. 우리가 숨기고 억압했던 모습을 대방출할 수 있는 사람은 대개 많지 않다. 마찬가지로 나도 스스로가 온전히 편안할 수 있는 관계는 아주 적다. 그런데 문득 진정으로 편한 모습을 맘 놓고 보일 수 있는 사람이 얼마 없다는 건 서글픈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 공허하고 표면적인 관계만이 아닌, 겉모습 너머의 그 ‘사람’을 읽어주는 어른으로 자라나고 싶다. 진짜 사람 대 사람으로 만남 하는 충만한 관계가 늘어나면 우리가 사는 세상이 조금은 더 사람 냄새나는 세상이 되지 않을까.

이미 내가 내게 바라는 모습이 넘치게 많지만 이렇게 또 바람이 늘어가는 중…. 그래도 되고 싶은 모습이 많다는 건 그만큼 삶에 애정이 많다는 뜻이 아닐까 싶다. 이 모든 모습을 반드시 이룰 필요는 없지만 이 바람들이 내 삶의 이정표가 되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