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앞으로도 나를 살릴.
작년 한 해 마음이 휘청이는 순간들마다 책을 집어들었다. 책은 내게 도피이자, 구원이었다. 책마저도 나를 살리지 못한 순간들도 있었지만, 나를 버티게 해준 동아줄이었음은 분명했다. 내가 새끼손톱보다도 작게 느껴질 때, 광활한 우주에 홀로 둥둥 떠있는 것만 같을 때, 감정에 압도되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을 때, 펑펑 울어 더 이상 눈물이 나오지 않게 되면 나는 어김없이 책을 찾았다.
나와 비슷한 아픔을 겪은 이의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여정을 따라걷다 보면 나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었다. 나와 마음의 모양이 닮은 누군가가 세상 어딘가에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내게는 벅찬 위안이 되었다. 내가 느꼈던 감정을 누군가도 느꼈다고 속내를 고백하고, 아직도 굳건히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이 내가 이상한 게 아니라고, 다들 비슷한 마음을 가지고 산다고 토닥여주는 것 같았다. 작년 한 해 동안 읽은 책 속 문장들 중 유독 마음에 들어왔던, 위로이 되었던 문장들을 나눠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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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온과 안락>_뮤코 中
- 그가 들고 간 책을 하룻밤 사이에 다 읽어버린대도, 이미 벌어진 일을 없던 일로 만들 순 없을 것이다. 다만 책을 통해 일상과 경험을 다르게 바라보고, 다르게 해석할 수는 있다. 그렇게 시선이 바뀌면 세상이 달라지기도 한다.
- 대학 때 그런 교수님이 계셨다. 날씨가 너무 좋은 봄날에는 수업에 오지 말고 나가서 놀라고. 제법 시간이 흐른 지금, 두꺼운 책으로 배운 지식들은 다 잊어버렸지만 내가 만들어서 끌어안았던 그 여유로운 하루들은 모두 기억이 난다. 오래 남는 것은 그런 것들이다. 내게 그걸 가르쳐 주셨던 교수님은 아마 이렇게 말하고 싶었던 건지도 모른다. 봄에는 철학을 하라고. 내일이 아니라 바로 지금을 살라고.
<다 좋아질 거야, 행복이 쏟아질 만큼>_길연우 中
- 성숙하다는 것은, 어둠으로 마음이 뒤덮인 날에도 자신을 향한 애정의 빛을 꺼트리지 않는 것. 비가 내리는 마음 한 편에 자신만의 작은 무지개를 그려 넣을 줄 아는 것.
- 나를 지탱하는 것들을 많이 두어야 한다. 하나에 의존하다 보면 작은 흔들림에도 무너지기 마련이다. (...) 건강한 일상을 유지하는 사람은 자신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도록 다양한 기둥을 세운다.
<사물을 보는 방식>_온정 中
- 똑같은 이물질이라도 이 배경에서는 보이고 저 배경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자신이 가진 단점도 어떤 곳에서는 도드라질 수 있고, 어떤 곳에서는 아예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나는 지금 어떤 배경 앞에 서 있을까.
- 인생을 잘 살기 위해서는 잘 먹고 잘 자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 시시하고도 소소한 질서가 제자리에서 제대로 돌아갈 때 일상이 윤택해진다.
- 나의 이 소소한 조각들을 모으고 모아두었다가 언젠가 근사하게 조립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이 삶 속에서 무의미한 건 하나도 없다. 겨울을 맞이하기 전 부지런히 도토리를 모아두는 다람쥐의 마음으로, 삶의 조각들을 차근차근 모아보려 한다.
<시가 되는 순간들>_이제야 中
- 내 존재를 그대로 두는 것을 사랑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이렇게 나를 들여다보는 순간들은 결국 나를 사랑하기 위한 일, 독백의 노래 같습니다.
- 길을 지나다 한 번쯤 멈춰서 노모의 표정을 읽어야겠다고, 한낮의 열기보다 한밤의 외로움의 사연을 더 듣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합니다.
<표현의 방식>_이은 中
- 준비한 감동보다 우연한 다정함이 기억에 더 오래 남는다.
- 마음의 추를 영점에서 움직이게 하는 건 아주 사소한 순간들이다. 그 순간은 외부에서 오기도 하고 내 안에서 발현되기도 한다.
<웰컴 투 패닉 에어포트>_홍만춘 中
- 위 문장에서 내가 단언할 수 있는 건 ‘아직’. 나는 ‘아직’ 모든 걸 극복하진 못했지만 얼마 남지 않았다고 믿는다. 이렇게 글을 쓰며 지난날의 아픔에 대해 용감하게 고백하고 있는 나 자신이 좀 좋아지기 시작했으니까 말이다.
<오늘도 충실히 덕을 쌓았습니다>_홍만춘 中
- 무언가를 열과 성을 다해 좋아하는 마음은 곧 삶의 본질이다. 그것은 우리가 진심으로 무언가를 대하고, 그것을 통해 스스로를 발견하며 성장하게 만드는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