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은 낯선 시작, 브런치

프롤로그

by 플렛하양이

생각이 머물다 간 자리엔 늘 짧은 메모가 남는다.

다이어리 한 귀퉁이, 핸드폰 메모장, 노트 사이사이에 흘려 적어둔 말들이

어느새 나를 표현하는 문장이 되고, 이야기가 되었다.

그게 아직도, 조금은 신기하다.


처음엔 단순한 호기심이었다.

‘인스타그램이나 네이버 카페랑 뭐가 다를까?’

그런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이 공간은 조금 다른 결을 지니고 있었다.


수락 메일을 받은 지 꽤 시간이 흐른 뒤에야

겨우 첫 글 하나를 올릴 수 있었던 건,

아마도 여전히 낯선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을지 모른다.


오랜 시간 외국에서 살아왔지만

나는 여전히 낯선 것을 두려워하고,

그러면서도 어딘가 그 낯섦을 동경하고 있었다.


애쓰지 않아도

행복할 수 있다는 걸 알지만

그걸 잘하지 못한다.


모든 것이 느릿느릿 흘러가는 이곳에서

나는 여전히 바쁘고,

힘들고, 여유가 없다.


오늘도 무거운 짐 잔뜩 메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조금 내려놓자.

다 내려놓고, 나도 좀 편해지자.


내가 글을 잘 쓰는지는 모르겠다.

누군가 내 글을 읽어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그건, 그리 중요하지 않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니까.


인생에 한 번쯤은,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해봐야 하지 않을까.


뉴질랜드 이민은 내 결정이 아니었고,

이토록 오랫동안 외국에서 살아가게 될 줄도 몰랐다.

언제나 돌아갈 거라 믿었고 그렇게 말해왔지만,

시간은 생각보다 빠르게 흘렀고, 그리고 나는 아직 돌아가지 않았다.

왜 그런지, 그 이유를 마주하는 게 점점 두렵기도 하다.


혼자 타국의 하늘을 바라보며 울적해하기보다,

웃을 수 있는 일을 먼저 생각해 보기로 했다.

선물 같은 이 공간에서, 나만의 휴식을 누려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