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할머니와 첫 기차 여행을 떠났어요

사랑하는 나의 보물, 하성이와 하유에게

by 오즈의 마법사

얘들아, 안녕. 할미야.


지난번에 쓴 「나의 보물 손자에게 보내는 편지 1」에서는 하성이가 할머니 집에서 보낸 스물여섯 달의 시간을 추억으로 남겨두었단다. 이번에 쓰는 이 편지는 하성이와 하유가 함께 할머니 집에서 보낸 1박 2일의 시간을 기록해 두려는 마음으로 적어 본다.


혹시 첫 번째 편지에 하유의 이야기가 많이 나오지 않아 서운했을까 봐 마음에 걸렸단다. 그래서 이번 편지에서는 하유도 하성이와 함께 이야기의 주인공이란다.


이 이야기는 2024년 2월 23일, 하유가 네 살, 하성이가 다섯 살이던 날로 거슬러 올라가 볼게.


“할머니, 나 한 번도 기차 타 본 적 없어.”


하성이의 그 한마디가 이 여행의 시작이었단다. 할머니는 할아버지와 상의 끝에 너희에게 처음으로 기차를 태워주고 놀이공원에도 데려가 보기로 했단다. 목적지는 구미였어. 이동 시간이 길지 않아 처음 기차를 타는 너희들에게도 무리가 없을 것 같았고, 어린이 놀이공원도 있는 곳이었기 때문이야.


여행 가기로 한 날,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먼저 너희 집으로 갔단다. 겨울이라 두툼한 외투와 부츠를 신고, 엄마 손을 잡고 주차장으로 내려오던 너희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할머니 차는 주차장에 두고, 엄마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동대구역으로 갔단다. 승차장까지 함께 들어온 엄마는 기차를 처음 타는 너희를 환하게 웃으며 배웅해 주었지.


기차가 출발하자, 너희는 창밖 풍경에서 눈을 떼지 못하더구나.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들판과 건물들을 신기한 듯 바라보는 모습을 보며 할머니 마음은 기뻤단다. 너희가 하고 싶어라 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해 주고 싶다는 생각뿐이었거든.


구미역에 도착해서는 아빠가 어린 시절을 보냈던 동네를 잠시 둘러보고, 시장으로 가서 국수를 사 먹었지. 차가운 날씨 속에서 김이 모락모락 오르던 국수를 후루룩 먹던 너희 모습은 지금도 할머니 기억 속에 또렷이 남아 있단다. 재래시장이 처음이었던 너희는 모든 것이 낯설고 신기해 보였지.


그다음에는 택시를 타고 금오산에 있는 금오랜드로 향했다. 가장 먼저 탄 것은 눈썰매였어. 썰매를 타고 아래로 ‘슈웅’ 내려오면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너희를 맞아 주고 다시 썰매를 끌고 올라갔다. 썰매를 끌고 올라가는 일이 좀 힘이 들었어. 다리가 너무 아팠지만 좋아하는 너희들을 보니 “그만 타자”고 못 하겠더구나. 너희는 힘든 줄도 모르고 오르막길을 뛰어 올라갔지. 얼마나 신나게 놀았는지 너희 둘의 볼은 금세 빨갛게 물들어 있었단다. 눈썰매를 실컷 탄 뒤에는 꼬마 기차도 타고, 자동차 놀이기구도 탔어.


금오랜드에서 사랑하는 손자들과 할미가 함께 찰칵!!



그날 아주 뜻밖의 일이 있었단다. 하유가 다니는 어린이집 친구를 금오랜드에서 만난 것이야. 같은 아파트에 사는 친구였고, 할머니와 그 친구 엄마도 서로 아는 사이여서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지. 너희는 셋이 함께 서서 기념사진도 찍었단다.


금오랜드 입구 바로 옆에는 티니핑 랜드가 있었어. 놀이공원과 이어진 건물 안에는 인형과 카페, 포토존, 작은 체험 공간들이 마련되어 있더구나. 너희는 그저 구경만 할 뿐, 무엇을 사 달라고 조르지 않았단다. 그 모습을 보며 할머니는 웃음이 났단다. 만약 손녀가 있었다면 할아버지 주머니는 그날 많이 가벼워졌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났거든.


기차 시간에 맞춰 다시 택시를 타고 역으로 돌아왔단다. 할아버지가 함께해 주셔서 가능한 여행이었지, 할머니 혼자였다면 너희 둘을 데리고 다니기 쉽지 않았을 거야. 동대구역에는 엄마가 마중 나와 있었지. 우리는 함께 저녁을 먹고 집으로 돌아갔단다.


너희가 그날의 첫 기차 여행을 기억할지는 모르겠구나. 하지만 할머니에게는 오래도록 마음을 따뜻하게 해 주는 몽글몽글한 추억으로 남아 있단다.


하성이는 이제 곧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하유는 유치원에서 가장 큰 형아가 되겠네. 하성이는 할머니가 약속한 멋진 가방을 함께 고르러 가자꾸나. 물론 하유도 입학할 때 할머니가 가방 사 줄 거야. 가방 사는 그날까지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잘 지내렴.


2026년 1월 10일

언제나 너희를 사랑하는 할머니가

토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