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작가 대구 3인방이 뭉쳤어요
“작가님들, 목요일에 어디서 만날까요?”
예순을 넘긴 나이에 이런 설레는 약속이 생길 줄은 몰랐다. 지난 1월 27일, 글쓰기 플랫폼 브런치를 통해 알게 된 MY WAY 작가님, 박영선 작가님과 즐거운 만남을 가졌다. 지난해 여름에 한 차례 만난 뒤 이번이 두 번째였다. 셋 모두 대구에 산다는 공통점이 있다.
우리의 인연은 ‘미야의 글빵 연구소’에서 시작되었다. 온라인 수필 강의를 6개월간 함께 들으며 서로의 글을 읽고 댓글을 나누었다. 글로 만난 사이라 그런지 첫 만남도 어색하지 않았다. 이미 서로의 일상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3월이다. 돌보던 손자를 갑작스러운 고양이 알레르기 때문에 만나지 못하게 되었을 때였다. 허전함을 달래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했다. 한 편을 쓰면 두세 시간은 훌쩍 지나갔다. 글은 내게 위로가 되었다. 구독자들과의 소통은 삶에 다시 숨을 불어넣어 주었다.
한때 나는 ‘관계 다이어트’를 생각한 적이 있다. 살을 빼듯, 사람도 덜어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었다. 만나고 나면 유난히 지치는 관계, 의무감이나 죄책감으로 억지로 이어가던 인연이 떠올랐다. 사회생활을 오래 하다 보니 휴대전화 연락처가 천 개를 훌쩍 넘기도 했다. 하지만 일부러 번호를 지울 용기는 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뜻밖의 일이 벌어졌다. 오 년 전쯤이었다. 휴대전화 번호를 바꾸고 나오다 실수로 연락처가 통째로 삭제된 것이다. 수십 년간 쌓인 번호가 한순간에 사라졌다. 멍하니 휴대전화를 바라보며 한동안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그 안에 담긴 시간과 인연도 함께 사라진 듯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사건 이후 마음이 가벼워졌다. 자연스럽게 관계 다이어트가 된 셈이었다. 그때부터 새롭게 맺어질 인연에 대해서는 조금 더 신중해졌다. 이제는 관계를 넓히기보다 깊어지고 싶었다.
이번 만남은 그런 마음 위에서 이루어진 자리였다. 수성못 근처 식당에서 시작된 대화는 좀처럼 끝날 줄 몰랐다. 식당 직원이 “무료 주차 네 시간이 지났습니다”라고 알려주고 나서야 우리는 놀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네 시간이 훌쩍 지났다는 말에 우리 셋은 동시에 웃었다. 시간은 많이 흘렀지만, 마음은 이제 막 풀어놓은 듯했다. 아쉬운 마음에 식당 옆 카페로 자리를 옮겨 이야기꽃을 피웠다.
MY WAY 작가님은 자녀교육에 대한 글을 연재 중이고, 박영선 작가님은 꽃에 대한 사유를 깊게 풀어내는 글을 쓰고 있다. 나는 손주에게 보내는 편지와 일상을 쓴다. 박 작가님은 최근 서정 문학상을 받고 수필로 등단했고, MY WAY 작가님과 나는 각각 라디오 방송에 출연했다. 서로의 기쁜 소식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웃었다. 나이는 50대, 60대 초반, 60대 후반으로 서로 달랐지만 우리는 수십 년을 만나온 사람들처럼 편안한 시간을 보냈다.
박영선 작가님은 직장이 있어서 평일에 시간을 잘 내지 못하는데 그날은 일부러 시간을 빼놓았다. MY WAY 작가님과 나는 학교 방학 중이어서 가능했다. 나는 대학생이고, MY WAY 작가님은 대학 강사다.
마지막으로 우리의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오마이뉴스로 접어들었다. 나는 이미 시민 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터라 두 작가님에게 시민 기자가 되기를 권했다. 다음 날 박 작가님은 내가 권한 주제로 쓴 글이 채택되었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글이 또 다른 인연을 이어준 셈이다.
한때는 관계를 줄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살아보니 무조건 덜어내는 것이 답은 아니었다. 나를 지치게 하는 관계는 자연스레 멀어지고, 마음이 통하는 인연은 다시 다가왔다. 브런치 작가님 중에도 연락하는 분이 여럿 계시지만, 대한민국 곳곳에 흩어져 있어 만남으로 성사되기란 힘든 일이다. 같은 지역에 마음결이 비슷한 작가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 모른다.
관계 다이어트 끝에 만난 사람들. 이 인연은 스쳐 가는 바람이 아니라, 오래 곁에 머무는 숨결 같다. 서로에게 힘이 되는 사람이라면 오래도록 지켜가고 싶다. 유리잔을 다루듯 조심스럽게, 그러나 따뜻하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