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편
김민서의 말에 송일우가 잠시 입을 다물었다. 사실 그 역시 그 모든 이야기들에 더욱 깊은 원리를 설명해줄 만큼, 연구자도 아니었고 과학자도 아니었다. 현대 물리학과 온갖 이론들을 점철해서 과학도들이 간신히 파악하고 있는 가상의 점프 이론을 전부 읊어줄 수도 없었다.
그는 단순하게 현실만 이야기했다.
”편차가 있는 것 같은데… 아마 당신의 의사에 따라 더 강한 인력을 발휘하는 것 같습니다. 당신은 살아 숨 쉬는 천연 점프 재밍 장치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어요.“
생각보다 더 지독한 문장이었다. 민서는 송일우를 빤히 쳐다봤다. 매섭게 생긴 사내였다. 눈빛은 약간 순해진 것 같지만, 그리고 그가 목격한 바로 홍인수와 정면 대결을 할 정도이니 격투 실력도 달인급의 수준이었고.
민서는 미약한 불만 사항이나, 의문을 곧바로 그에게 토해내지는 않았다. 어디까지나 송일우도 조직에 있어서는 자신과 같은 외부인에 가까운 위치였고, 조직 내부 사정은 다른 이들이 더 잘 알테였다. 그리고 협력을 구한다면 또 다른 조직원이 찾아올 것이었고.
아마 민서와 안면을 익힌 홍인수가 오지 않을까 싶었다. 정 그가 바쁘다면 다른 이들을 새롭게 보게 될 테였지만.
송일우는 단순한 전달자에 불과했다. 이후에 조직에서 민서에게 요구할지 모르는 다양한 일들과 협조, 상황들에 대해 놀라지 말라고 먼저 말해주는 간략한 정보 전달의 심부름꾼.
민서는 눈빛을 흐리며 잠시 송일우의 어깨너머로 펼쳐진 하늘을 바라보았다. 구름이 하얗다. 하늘은 파랬고. 봄날의 태양은 따사로웠다. 흠. 다시 곱씹어보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숨 쉬는 재밍 장치라는 이름은 조금 불길했다. 숨만 보장받고 다른 자유들을 그다지 누리지 못하는 신세로 24시간 굴려지는 악몽같은 모습이 그의 머릿속에 잠깐 떠올랐다.
그는, 김민서는 얼마 전에인가 홍인수가 건네준 작은 통신기기를 떠올렸다. 한 손에 들어오는 작은 피쳐폰 형태의 발신기였다. 폴더폰이라 열고 아무 버튼이라 누르면 된다고 했었다. 어차피 뭘 누르던 똑같은 신호가 수신 장치에 전달되고, 또 위치 역시 가리지 않으니 편하게 사용하라고.
잠깐 누를까, 생각했지만 관두었다. 일단 이야기를 좀 더 마저 듣고, 홍인수에게 좀 더 물어볼 질문들을 가려본 뒤 눌러도 늦지 않다. 민서는 다시 송일우에게 시선을 돌렸다.
”뭐, 혹시 속이라도 안 좋습니까?“
민서의 기색에 일우가 물었다. 민서는 송일우를 바라보며 말할 뻔 했다. 댁이 속이 안 좋아질만한 이야기를 면전에다 하지 않았느냐고. 송일우의 격투 솜씨를 상기하며 삼켰다. 그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아닙니다. 이야기 마저 하시죠.“
햇살이 내리 쬐는 옥상. 그들은 땡볕에서 그러고 있었다. 민서가 문득 분위기라도 환기하듯 고갯짓을 했다. ‘저쪽으로 갈까요.’ 하는 눈치였다. 송일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를 따라갔다. 옥상에 그늘이 질만한 건물은 하나 뿐이었다. 옥상 출입구 근처로 걸어가며 일우가 이야기를 이어갔다.
”조직의 연구부는 해당 가능성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여태까지 발견되었던 점퍼들과는 다른 종류로 JE에 개입하는 인자가 발견된 셈이니까요. 근대부터 이어지는 긴 시간 동안 부족한 표본으로 이어져 오던 연구에 드디어 획기적인 변화가 생겼다고.
그리고 또… 아까 말했던 재밍 장치에 대한 가능성도요. 조직의 수뇌부가 기대하는 부분은 이쪽입니다. 당신의 능력이 다른 이들의 점프에 강력하게 영향을 줄 정도라면, 여태껏 점퍼 조직이 해오던 일의 대부분이 편하게 될 수 있어요. ‘점프’라는 능력이 기본적으로 개입 불가능한 현상이었기 때문에 일이 이렇게까지 어렵게 되었던 건데.“
그 일을 어렵게 만들었던 장본인 가운데 하나가, 눈앞의 송일우였다. 노회하고, 전투적으로 단련된 점퍼라는 존재는 지극히 다루기 어려운 대상이다. 단순히 더욱더 단련되고, 강력한 점퍼나 그에 준하는 인력들이 투입되지 않는 이상 사회 속의 괴물이나 테러를 일삼는 무언가가 될 수 있다.
점퍼들을 조작하는 재밍 장치, 의 존재라는 건 결국 점퍼들 자신의 가능성을 제한하는 일이었지만, 점퍼 조직으로서는 두 팔 벌려 환영하고 있다. 어차피 기술의 발전이야 그들이 바라마지 않는 일이었다. 개인의 능력으로 모든 것들을 해내야 하는 시대에서, 조금 더 편리한 시대로의 발전. 점퍼 조직의 수뇌는 기술 발전을 그렇게 바라본다.
점프도, 기술도 결국 도구일 뿐이다. 누군가가 어떤 사상을 갖고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서 미래가 달라지는.
송일우와 김민서는 옥상의 돌출된 건물 옆에 섰다. 출입구를 바라보고 서자 바람이 사라졌다. 다소 얇은 옷차림으로 나선 터라, 김민서는 여전히 약간 추웠다. 민서가 입을 열었다.
"음… 그렇군요."
별달리 할 말은 없었다. 조직의 행보에 대해서는. 대개의 경우 그는 그냥 그렇군요, 라고 하고 따를 뿐이었다. 비슷한 처지를 따져보자면 갓 중소기업에 들어간 신입이나, 견습과 비슷했다. 해오던 게 있는데 어련히 알아서들 잘 하시겠지.
송일우가 결론적으로 말했다.
"그래서, 아무쪼록 이전과는 다른 방향으로 협조를 좀 해주셔야 된다는 게, 조직의 전언입니다. 당장 당신의 능력을 사용할 수 있다면 더 좋고요. 가능한한 빨리 움직여 주시죠."
"어… 그러니까,"
민서는 차마 답을 하지는 못했다. 시간은 오전 11시. 얼마 안 있으면 아르바이트를 갈 시간이다. 송일우가 말했다.
"저 역시 잘은 모릅니다만. 조직에서 하는 일의 대부분은 보상이 확실한 편이라고 합니다. 당장 저만 하더라도 조직을 위해 점퍼로서 일하는 것만으로 이전까지의 행적에 대해서 잊고 고용해주겠다는 투로 이야기를 해서 이러고 있는 거기도 하고."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갈 길이 없다면, 송일우같은 이들은 더욱 더 범죄나 혹은 손쉽게 삶을 망치면서 살아갈 테지만, 주변에서 도움을 주고 다시 사회에 적응하며 살 수 있도록 해준다면 또 돌이켜 볼만했다. 가능성이 있다면 얼마든지 골라볼만한 선택지였다. 일상적이고 위험하지 않은 삶이란 말이다.
사회적인 제도에서 비슷한 모습을 보자면 사법거래로 형량을 줄여주는 일이나 마찬가지였다. 조직은 사법기관도 아니었고, 송일우 역시 정상적인 재판을 받은 적은 없었지만.
일우가 덧붙인다.
"계약 상에 문제가 되는게 아니라면, 아르바이트 역시 당분간 조직의 일에 전념하는 걸로 바꾸시죠. 아마 적당한 인력을 구해서 업장에는 보내 둘 겁니다. 그리고 일반적인 아르바이트보다는 훨씬 고소득을 보장할 테고요."
민서가 눈을 멀뚱히 뜬 채 그를 바라보자 송일우가 내민 것이 있었다. 짧막한 계약서였다.
연구 협조, 근로 계약서.
라는 이름으로 이런저런 내용들이 써있다. 그리 길지 않은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었고, 그가 아르바이트를 하는 시간보다 훨씬 적은 시간을 의무적으로 기지의 연구소에서 보내야 했다. 신체적, 정신적 손상이 갈 위험이 있다면 필히 본인에게 알리고 보험 또한 적용된다. 강제하는 것은 아니며 일상적인 수준에서 연구 활동에 도움을 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무엇보다 금액이 훌륭한 편이었다. 단적으로 말해서, 일하는 시간은 반으로 줄고 버는 돈은 2.5배 정도 되었다. 거대한 규모의 프로젝트에 참가하는 입장에서, 사소한 금액일지 몰랐지만 민서에게는 다가오는 의미가 달랐다. 어차피 중요한 일들은 연구부의 박사들이 할 테였고. 민서가 할 일이라곤 그들의 지시에 따라 간단한 실험을 돕는 것 뿐이었다.
그는 그가 모르는 내용의 일들로 인해 막대한 돈을 취할 생각까지는 없었다. 그가 고개를 끄덕인다.
"이런 꿀 알바를."
물론 살아있는 재밍 장치, 라는 것이 구체화되었을 때 어떤 종류의 일을 하게 될 지는 명시되지 않았다. 계약서에 있는 내용은 연구부와 관련한 일 뿐이다. 뭐, 조직에 있어서 조금 더 힘을 쏟고 고생을 한다고 해도 나쁠 일은 없으리라. 애초에 시간이 지나서 그 집단에서 일을 하게 되는 것도 괜찮겠다, 하던 참이었다. 돈도 많은 곳이었고.
대강의 상황은 인지했다. 당장 기지로 가서 뭘 시킬 지는 모르겠지만. 두고 보면 알 일이리라. 그가 알고 있는 홍인수나 김만철같은 이들이 그에게 대놓고 부당한 짓거리를 시킬 것 같지는 않았다. 상황이 급박하지 않다면 쉬엄쉬엄 할 수도 있겠지.
민서는 동의의 의미로 일우에게 손을 내밀었다. 송일우는 그를 바라보곤 마주 잡았다.
단체 도약에는 신체의 접촉, 혹은 그에 준하는 근거리가 필요했다. 정확히는 손을 이용한 터치가 유효했다.
송일우는 그대로 도약을 시도한다. 익숙한 작은 소리와 함께 그들이 빌딩 옥상에서 사라졌다.
홍인수는 먼저 말했다.
"옷 벗으시죠."
"예?"
김민서는 그게 무슨 미친 소리냐는 표정으로 반문했다. 홍인수는 알다 보면 성격이 좀 급한 인간이고, 때때로 조직의 일과 관련된 데서 말이 짧아지는 경우가 있었다. 그러니까, 상세한 설명이 부족한 경우들이.
"아, 겉옷 벗고 연구소 가운 걸치라는 말입니다. 잘 왔습니다. 확실한 상태를 모르니 급하게 되는군요. 만약 당신의 능력이 즉시 개화 가능한 종류라면 당장 조직 내 피곤한 인원들의 고생을 좀 덜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들은 스위스에 있었다. 조직의 본부, 기지와는 다른 곳이었다. 점퍼 조직이 협약을 맺고 도움을 주고 받는 단체는 세계 각국에 퍼져 있었다. 이곳은 그 중 하나인, 물리학 연구소였다.
연구소라면 으레 그래야 한다는 듯 흰 톤의 인테리어가 인상적이다. 전체적으로 기지 본부와도 얼추 비슷해 보이는 느낌이었다. 다만 기지에 있을 때와는 다르게, 외부와 환기가 원활하고 바깥으로 통하는 문과 창문이 여러개 있었다.
북반구의 쌀쌀한 추위가 느껴지는 듯도 하다. 봄이라지만, 확연히 서울보다는 추운 날씨였다. 굳이 따지자면 아직 겨울의 추위가 다 녹지 않은 3월 정도의 날씨.
개방적인 건물의 형태는 멀리로 경치를 구경하기에 용이했다. 연구소는 도심과는 다소 거리가 떨어진 곳에 지어져 있어서 멀리로 스위스의 자연 경관을 구경할 수 있다. 볕이 잘 드는 구조로 지어진 연구실은 내부에서도 일조량이 풍부한 편일 듯했다. 다만, 한국 시간으로 늦은 오전이었던 그들이 도착한 때는 캄캄한 새벽녘이었다.
민서는 주섬주섬, 홍인수가 건네는 가운을 걸쳤다. 봄옷으로 입고 있던 가벼운 셔츠는 벗었다. 이 곳은 정확히 어디인가. 말로는 어딘가의 연구소와 자주 교류하고 있다고 했었으나 실제로 그가 와본 것은 처음이었다.
송일우가 기지 본부로의 직접 도약이 불가능하기에 어느 다른 곳이라고는 생각했지만, 한국과는 이질감이 큰 관경에 적응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한 건 어쩔 수 없었다.
송일우와 김민서는 스위스 베른 근처 어디에 지어진 연구소 내부로 바로 점프 해왔고, 그 자리에 있던 홍인수가 기다렸다는 듯이 말을 건 상황이었다.
주변에는 홍인수 외에도 여러 명의 연구소 인원들이 있었다. 물론, 민서로서는 말을 붙이기도 어려워 보이는 북반구의 유럽인들이었다. 스위스가… 영어 말고 다른 말을 하던가? 민서는 속으로 고민했으나 직원들은 익숙하게 영어로 말을 걸어 왔다.
이야기가 길어지면 알아듣기 어려우나 간단한 문장 정도는 그도 이해했다. 홍인수는 아주 익숙하다는 듯이 그들과 대화를 하고 있었고. 'jump…' 'mutant…' 'uniqe…' 들었다고 하기에는 민망한 길이였지만 그들끼리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민서는 자리에 선 채 가만히 있었다. 송일우도 별 관련은 없는 사람처럼 적극적인 자세는 아니었다. 홍인수가 얼마간 이야기를 하다가 생각 났다는 듯이 그를 돌아보았다.
"아, 미안합니다. 당신을 세워 놓고. 일단 컨디션은 괜찮습니까? 뭐 안 좋아봤자 별 수 없지만. 대단한 걸 시킬 건 아닙니다. 그냥 간단하게 작은 룸 안에서 뇌파 검사같은 거 하고, 채혈 좀 하고, 신체 검사 좀 하고, 점프와 관련된 반응 검사 좀 할 겁니다."
간단할 지는 모르겠다. 말하는 투를 들어보면 크게 어려울 건 없어 보인다. 민서는 대강 고개를 끄덕였다. 이곳에 말이 통할만한 인간은 이 양반 뿐인건가? 민서가 궁금증을 담은 눈으로 주위를 둘러볼 때 한국말로 누군가 인사를 했다.
"여. 김민서 씨. 이런 데서 보게 되는군요."
"스미스Smith."
제법 익숙한 얼굴이었다. 홍인수와 김만철을 제외하면 그가 조직에서 가장 친숙한 낯이기도 하다. 조직의 기지에 처음 왔을 때, 마주친 인물이었다.
비교적 작은 키에 어린 티가 나는 동안. 짓궃은 표정이 잘 어울리는 사내였다. 잘못 착각하면, 학생이라고 볼 수도 있을 법한 한국인이었다. 스미스가 말했다.
"기지에 없으면 나는 주로 이곳에서 죽치고 있습니다. 내 일터에서 보게 된 것 같아서 반갑네요."
연구소의 그리 넓지 않은 방. 스미스가 그에게 악수를 청해왔다. 민서는 그 손을 마주잡고 작게 흔들었다. 기지의 방을 모방한 것 같이 깔끔하고 별다른 구조물이 없는 실내다. 바닥에는 붉은 색으로 둥그런 지점을 표시해둔 게 있었는데, 민서와 일우가 정확히 그 위로 도약을 해왔다.
조직의 기지에도 연구소 시설은 있지만, 대형 장비가 필요한 물리 실험 따위를 모두 그 안에서 할 수는 없었다. 가능한 만큼은 기지 내에서 하고 있었고, 상세하고 본격적인 실험은 조직 외부의 협력 단체에서 직접 시행하고 있다.
스미스는 조직의 연구부 소속의 책임자로서, 기지와 세계 각국의 연구소들을 돌아 다니면서 정보를 공유하고 실험 결과를 전달 받는다. 단순히 데이터로도 가능한 일이었지만, 점프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뛰어난 학자들이 거리와 상관 없이 연구소를 오가며 지식을 교류하는 건 제법 효율이 괜찮은 일이었다.
머릿속에 있는 지식을 데이터화 시켜서 주고 받고, 다시 그 의견을 정리해서 나누고 하는 데는 아무래도 시간이 걸리는 법이었다. 점퍼와 관련된 연구는 시간이나 공간적 제약이 많이 허물어진 상태에서 이루어진다. 그리고 그런 점들이, 관련한 연구자들의 의욕을 고취시키는 점이기도 했고.
"이제 자주 보게 될 것 같은데, 이참에 이름을 알려드리죠. 송경태입니다. 내 이름은."
악수를 하는 중에 스미스가 말했다. 김민서는 그의 이름을 처음 들었다. 그가 조직의 기지를 오가면서 많은 시간을 보냈지만 조직원들과 교류를 나눈 건 지극히 제한적인 일이었다. 보통, 아침에 홍인수가 약속된 장소로 오면 같이 기지로 이동한 뒤 바로 훈련실에 처박힌다.
그대로 몇 시간을 구르고 나서 식사를 하고, 조금 쉬었다 싶으면 다시 구기 종목의 공이랑 비슷한 꼴이 되어서 튀겨지고 굴려지다가 하루를 마무리하는 것이다. 그가 기지에서 보는 장소는 기지 내 점퍼들의 출입구처럼 쓰이는 하얀 방, 그리고 훈련실, 식당과 기지에서 내 준 작은 원 룸이 끝이었다.
김만철과 홍인수를 제외하고는 몇 마디 이상 이야기를 나눠 본 이가 거의 없었다. 보통 김민서를 바라보고 약간은 애처로운 눈빛을 하고는 지나가기 일쑤다. 그 역시 누군가에게 먼저 말을 거는 성격은 아니었고.
스미스는 별다른 일이 없고, 기지 내 인원이 일정 비율 이하로 떨어지지 않으면 보통 연구부 건물에 처박혀서 나오지 않는다. 처음 기지에 와서 본 것, 그 이후에 훈련실에 찾아와서 짧은 이야기를 나눈 것 이후 세번 째 만남이었다.
제대로 된 통성명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 예. 반갑습니다."
새삼스럽게 반갑다는 말이 맞는가, 에 대해서 고민하며 김민서가 이야기했다. 송경태는 씨익 웃어 보이며 손을 붕붕 흔들었다. 뒤에서 한참 이야기하던 홍인수가 말한다.
"김민서 씨. 지금 움직이시죠. 얘기는 얼추 들었죠? 일단 평일 오후 시간은 직접 여기 오셔서 연구에 협조해주셔야 합니다."
홍인수의 말에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의 인도에 따라 방을 나선다. 실내에 있던 다른 서양인 연구자들도 같이였다.
송일우는 굳이 따라오지 않았다. 그는 다른 이들이 방에서 나서는 걸 지켜보고는, 조용히 그들이 도착한 붉은 포인트 위로 자리를 옮겼다. 반경 30cm정도 되는 원형의 표시였다. 정확한 좌표를 기억해 두었다가, 연구소를 점퍼들이 오갈 때 사용하는 위치이다. 점퍼들도 나름대로 편했고, 연구소 내 인원들이 그들을 맞이할 때 유용했다.
후욱, 하고 송일우는 다시 점프를 이용해 이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