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뭐 먹고 싶지!

스스로 결정장애라 말하는 나에서 짜장면이 먹고 싶다고 말하기까지.

by nemo


이제,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각자 조용히 표현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한 분이 말했다.


참여자1.

“결정장애요.”


네모

“맞아요. 스스로를 ‘결정장애’라고 말하는 이유, 정말 이해돼요.
내 인생의 일인데도, 내가 결정하는 것이 어려운 사회에 살고 있으니까요.”

“제가 짧지만 깊이 만나본 경험으로,
‘참여자1’님은 아마도 지금 짜장면이 먹고 싶은데
제가 돈가스 먹으러 가자고 하면, 돈가스 먹으러 갈 것 같아요.”



참여자1님은 ‘어찌 알았지?’ 하는 표정으로 살짝 미소를 지었다.

내가 무슨 말을 이어갈지 알 듯 말 듯, 흥미로운 얼굴로 기다린다.


네모

“그런데 제가 다음엔 설렁탕 먹으러 가자고 해요.

그럼 또 설렁탕을 먹으러 가요. 그러곤 마음속으로 생각하죠.
‘그래, 짜장면은 집 가서 애들이랑 먹지 뭐.’

그런데 막상 집에 가면, 아이들이 치킨을 먹자고 해요.
그러면 ‘내가 먹고 싶은 것’은 점점 이런저런 이유로
뒤로, 또 뒤로 밀려나게 되죠. 그렇게 외면당한 감정들은 쌓이고 쌓여
어느새 ‘서러움’이 됩니다.”



이렇게 꾹꾹 눌러담은 감정이 얼마나 많을까?

서러움, 슬픔, 억울함, 분노, 모멸감, 민망함, 외로움...

이렇게 눌러진 감정들은 서로 뒤엉켜 깊은 곳으로 들어가 자신의 색깔을 잃어버리게 된다.


이렇게 꾹꾹 눌러 담은 감정이 얼마나 많을까.

서러움, 슬픔, 억울함, 분노, 모멸감, 민망함, 외로움…

서로 뒤엉켜 깊은 곳으로 가라앉고,

그 속에서 감정은 자신의 색깔을 잃어버린다.


언제부터인가

'내가 뭘 원하지?'

'내가 뭘 하고 싶지?'

'내가 뭘 먹고싶지?'

이렇게 점점 잃어버린 것들 - 감정, 생각, 의견, 사유, 재미, 사색, 취향, 감각, 자율 등등 - 은

한 번에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살아오면 조금씩, 아주 조금씩 가랑비에 옷 젖듯 뒤로 밀려나 있고

내 앞에는 현실문제들이 태산을 이루고 있음을 발견한다.


사실은 짜장면이 먹고 싶어요 라는 말을 찾는데 긴 작업이 필요하다.

우선 강력한 삽자루를 들고 굳어진 땅을 파고,

뒤엉킨 감정들을 찾아서 서로 각자의자리를 찾아주고

어딘가에 찌그러져 하염없이 나를 기다리고 있는 작은 속삭임을 발견하기까지.


네가? 그 '짜장면이 먹고싶어요?'맞니?

'짜장면이 먹고 싶어요.' 살며시 고개를 끄덕이고

서로 손을 내밀며 어떤 방식으로든 화해를 하며 자아회복의 서막이 열린다.


이 무슨 엉뚱한 소리야 싶을 수도 있지만

사회적기능을 매우 잘 해온 사람들일 수록 더 잘 이해될거란 생각을 해본다.


그림책 심리 프로그램을 하면서 가장 많이 인지 통계는 안해봤지만,

엄청 많이 듣는 말이 '도대체, 내가 뭘 원하는지 모르겠어요' 이다.


이 길은 그것을 찾아 떠나는 여행.

다 함께 모여 자신만의 뒤로 밀려있는 그 무언가를 찾아 회복하는 여정이다.

과거에 메여 사는것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행보다.

도전적이며, 진취적이고, 회복적이며, 새롭게한다.

마치 나무뿌리의 다친 곳을 찾아 약발라주러 가는 것과 같다.

더 싱그러운 잎사귀를 돋게하고, 피지 못했던 꽂 봉오리를 펼칠 수 있는 동력을 갖고 현실은 더욱 힘있게 살 게 하니까.


참여자1

"사실 저는 아무거나 먹어도 괜찮아요. 제가 뭘 말하면 상대방도 먹기 싫은데 거절을 못해서 억지로 가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내가 말을 하는게 맞나 싶기도 해요. 진짜 아무거나 먹어도 괜찮아요."


네모

"그럴수 있어요.

정말 괜찮을 수 있어요.

그렇다면, 인생 전체가 그래도 되나요?

그 사람을 만났을 때, 매 번 상대방의 의견대로 다 결정되어도 괜찮나요?"


참여자1

"그건 아니죠"


네모

"맞아요, 그건 아니에요. 어떠다 그럴수 있어요. 저도 그렇기도 하구요. 말씀처럼 저도 매번 그렇다면 그건 아닌거도 매우 동의해요.

하지만 이러한 현상이 반복이 되면 이제 상대방은 내 의견을 묻는 것을 생략하게 되면서 나라는 사람은 상대방에게 '고려의 대상'에서 제외 돼요. 이러한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려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사람들은 각자의 의견을 다양하게 표현했고, 우리가 다 알고 있는 당연한 결론이 이르렀다.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고, 한 번씩 양보하며 조율하는 것으로.

짜장면은 다음 모임에 먹기로했다.


참여자1님은 여전히 짜장면을 안 먹었지만,

자신의 의견을 명확하게 표현하고, 조율하는과정에서 스스로 손해와 헌신을 선택한다.

여기에 머무르는 자신의 마음은 완전히 다른 감정을 느낀다.


알고 양보하는 것과, 모르고 묵살당하는 것.

결과는 같아 보일 수 있어도,
마음 안에서 일어나는 감정의 파동은 천지차이니까.

감정과 생각을 존중한다는 것.
생각보다 매우 쉬운 일이면서도,
생각보다 실천이 몹시 어려운 일이다.


이제 우리는 마음의 '내 것'이 정리되면서 지금 발견된 나의 표현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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