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나르 베르베르
『나는 그대의 책이다』 | 베르나르 베르베르
이 책은 독자를 끌어당기는 책이 아니다.
오히려 책이 먼저 말을 걸어오고, 독자에게 조건을 요구하는 책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 책은 나의 개인적인 독서 취향과는 꽤 거리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내 이 책을 놓지 못했던 이유는 분명하다.
이 책은 ‘읽히는 책’이 아니라, 함께 있어야 하는 책이기 때문이다.
『나는 그대의 책이다』를 읽는다는 것은
기차에 오르는 것과 닮아 있다.
한 번 올라탔다면 중간에 스마트폰을 꺼내거나, 딴생각을 하거나,
잠시 내려 다른 일을 보기엔 적합하지 않다.
이 책은 “지금 여기 머무르라”고 끊임없이 독자에게 말을 건다.
그리고 그 요청을 받아들였을 때, 비로소 이 책의 진가가 드러난다.
이 책은 크게 네 개의 세계를 따라 흐른다.
공기의 세계, 흙의 세계, 불의 세계, 물의 세계.
독자는 독서자가 아니라 여행자로 초대되고,
페이지를 넘길수록 이 세계들을 ‘이해’하기보다는 ‘통과’하게 된다.
문장들은 깔끔하고, 설명보다는 감각에 가깝다.
이 책이 깨우는 것은 사고보다 오감에 가깝다.
읽는 내내 반복해서 든 생각이 하나 있다.
이 책은 오디오북이 된다면 훨씬 강력해질 책이라는 것이다.
만약 이 문장들이 귀로 나에게 말을 걸어온다면,
나는 위로가 필요할 때, 결핍이 커질 때
명상처럼 이 책을 틀어놓고 기꺼이 그 안에 머물고 싶을 것 같다.
그만큼 이 책은 ‘활자’라기보다 ‘목소리’를 닮아 있다.
다만 이 책은 독서 환경을 매우 가린다.
집안일이 쌓여 있는 공간, 끊임없이 호출되는 일상 속에서는
쉽게 이탈할 수 있다.
특히 주부라면, 이 책을 읽을 때만큼은
반드시 집을 벗어나기를 권하고 싶다.
조용한 카페, 방해받지 않는 휴식 공간,
혹은 오롯이 나만의 시간으로 확보된 장소에서
‘독서’라기보다 ‘명상’에 가까운 마음으로 시작해야 한다.
집중이 요구되는 만큼,
집중에 성공했을 때의 보상도 분명하다.
이 책은 독자를 가두지 않는다.
오히려 충분히 몰입한 독자에게
무한히 넓은 자유를 건넨다.
『나는 그대의 책이다』는
모두에게 친절한 책은 아니다.
하지만 책이 나에게 말을 걸어오길 원하는 독자,
생각보다 감각으로 읽고 싶은 독자,
읽는 시간 자체를 하나의 경험으로 남기고 싶은 독자에게는
분명 깊은 인상을 남길 책이다.
이 책은 말한다.
“당신이 준비된다면, 나는 열릴 수 있다”고.
그리고 그 문장을 믿을 준비가 된 독자라면,
이 책과의 여행은 충분히 값질 것이다.
*** 열린 책들 출판사 서평단에서 제공받은 도서의 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