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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기건 Jan 07. 2024

[오늘의 밥상 #4] 옥상 바비큐

나보다 10살 이상 많은 나의 친형은 캠핑을 참 좋아한다.(참고로 난 별로 안 좋아한다.) 예전에는 주말에 기회만 되면 장비를 챙겨 형수님, 아이들과 캠핑을 갔었는데 자영업을 시작하고 난 이후로는 삶에 쫓겨 예전만큼 캠핑을 다니지는 못하게 되었다. 그런 아쉬움이 반영되었는지, 나의 고향 본가 옥상에는 테이블과 바비큐 장비들이 갖추어진 자그마한 공간이 있다. 형이 장비를 갖춰 꾸며 놓은 공간이다. 하지만 그조차도 사용하기 쉽지 않을 때가 많다.


엊그제 오랜만에 주말을 맞아 본가에 내려갔다. 금요일 밤늦게 도착하여 일요일 아침 일찍 다시 떠나갈 생각이라 따로 살고 있는 형에게는 연락을 하지 않았었는데 토요일 점심, 엄마와 산책을 하고 있을 때 그래도 전화나 한 통 해보라는 엄마의 말에 형에게 전화를 걸었다. 가볍게 인사를 나누고 저녁에 약속이 있냐는 형의 물음에 "따로 약속은 없고 엄마가 저녁에 삼겹살이나 구워 먹자고 하여 그럴 예정이다."라고 답하니 형은 좋은 생각이라고 반색하며 본인이 고기를 챙겨 가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날 저녁, 형은 고기를 챙겨 왔다. 그리고 숯과 새우 등 바비큐를 할 만반의 준비를 갖춰왔다. 추운데 안에서 가스버너에 구워 먹지,라는 엄마의 말에 형은 별로 춥지 않다며 옥상에서 바비큐를 할 준비를 하였다. 그렇게 시작된 겨울의 옥상 바비큐. 형 말대로 날씨는 다행히 그리 춥지 않았고 부모님과 나, 형과 조카 그리고 형네 강아지까지 6명(?)은 겨울의 옥상 바비큐를 즐겼다. 고기를 굽는 일이 번거로울 만도 한데 형은 즐거워 보였다. 잠시나마 본인이 좋아하는 캠핑을 온 것 같은 느낌이었다. 형은 연신 본인의 고기 굽는 솜씨를 자랑했고, 형이 구운 고기(돼지고기 목살)는 실제로 부드럽고 맛있었다. 1월 초의 어느 그리 춥지 않은 겨울날에 벌어진 옥상 바비큐는 형에게도, 나에게도, 부모님에게도 나름 즐거운 기억으로 남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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