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껴야만 알게 되니

by 엠제이

설악산 흔들바위 가보자 가봐

비 온 뒤라 추울까 봐

껴입고 또 껴입은 겉옷을

한걸음 한걸음 오르막으로 옮겨질 때마다

왜 이리 거추장스러워


벗기고 또 벗기고 껴입은 옷들을 벗어던져

천근만근 발걸음 그나마 가볍네


사람 마음 이렇게 간사하다니

목마르다 허기질까 챙겨 온 것들

한걸음 한걸음 오르막으로 힘들게 옮기다 보니

비우고 비우고 내려놓고 내려놓으니

비로소 우리의 오르막도 끝이 나나보다

허리에 두르고 목에 걸치고

입에 털어 넣고

내 몸에 쌓여 있기는 매 한 가지인데


한걸음 한걸음 옮겨질 때마다

벗기고 비우고 나니


눈앞에 펼쳐진 오르막 끝.

흔들바위 정상이네


정상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그제야 알 거 같아

비우고 버리고 해야만 그나마 오르막길에

한걸음 두 걸음 더 나갈 수 있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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