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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큐레이터의 서가 Apr 09. 2021

추상미술 별건가요 #9 물질적 분석, 추상미술을 만들다

회화는 물질로 이루어졌다 


20세기 현대미술가들의 분석 활동은 형태 분석이나 조형 분석, 무의식의 분석에 머물지 않았다. 분석은 급기야 회화의 물질적인 토대로까지 이어졌다. 캔버스를 보라. 물질적으로 캔버스는 지지대(support), 천(canvas), 물감(pigment)의 층으로 이루어졌지 않은가!


Taliek at English Wikipedia,


20세기 전위미술가들은 회화를 무엇을 재현하고 표현하는 수단이기 이전에 지지대, 천, 물감 층으로 이루어진 물질적인 대상으로 분석하였다. 20세기 미술가들은 그것이 회화의 본질이라고 주장했다.



회화의 구조. 회화를 물질적으로 분석하면 지지대, 천(canvas), 물감의 층으로 분석할 수 있다.


회화는 정신을 표현하는 장(場)이기 이전에 의자나 걸상 같은 물체라는 것이다. 사실 물질적으로 보면 캔버스는 하나의 물질이라고 할 수 있다. 미술을 물질로 접근하면 전통예술과는 전혀 다른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재현 미술은  눈속임 기술이다


20세기 초, 현대미술가들은 지금까지의 미술은 다 거짓말이라고 주장했다. 한번 생각을 해봐라. 측면에서 보면 몇 밀리미터도 채 안 되는 캔버스에 어떻게 수 백 미터나 되는 깊이를 내고 입체를 표현하는 일이 가능한가? 삼차원적 사실주의 회화는 결국 어떤 속임수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이다. 결국 원근법이나 명암법이란 우리 눈을 속이는 수단에 불과하다는 것이 현대미술가들의 생각이었다.



현대미술가들에게 재현 미술은 거짓 그림이었다


현대미술가들의 주장대로라면 화면 위에 그린 이야기는 다 거짓말이라는 이야기가 된다. 그림이 그럴듯하면 할수록 더 거짓말이라는 역설이 된다. 현대미술은 사실적으로 묘사된 그림이 거짓이라는 것을 증명하는데 매진했다. 그들은 마침내 혁명적인 결론에 도달했다.


“그림은 현실을  옮겨다 놓은 장소가 아니라 회화는 물감으로 이루어진  물질일 뿐이다!”  




그림은 그림일 뿐이다!


지극히 당연한 말 아닌가! 그러나 과학적 세계관으로 무장한 현대미술가들의 입장은 달랐다. 그들이 “그림은 그림이다!”라고 주장하는 의미는 그림이 더 이상 현실의 이야기를 표현하는 장소가 아니라 그림이란 캔버스라는 천 위에 물감이라는 안료가 올라와 있는 물체라는 극단적인 결론에 도달한 것이다. 모리스 드니의 주장이 실제적으로 실현되기 시작한 것이다.


20세기 초, 미술은 “회화는 캔버스 위해 색들이 나열된 것에 불과하다."라고 주장했던 모리스 드니의 주장이 실제적으로 실현되기 시작한 것이다.


모리스 드니, 부활절 아침, 1900



미술, 질료를 실험하다


그림의 물질적 구조에 주목한 20세기의 현대미술가들은 조형적 실험의 단계를 넘어 회화를 대상으로 물질적으로 다양한 실험을 시도하여 나갔다. 그들은 화면을 한 가지 색으로 균일하게 바르기도 하고, 캔버스에 물감을 스며들게도 하고, 캔버스의 틈을 매우기도 하고, 캔버스를 칼로 찢기도 하고 캔버스 자체를 물체같이 휘게도 하였다.



모리스 루이스, 베타 카파, 1961



미술의 물질적인 분석은 20세기 미술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고 갔다. 미술이 인간의 정신과 감정을 표현하는 수단이 아니라면 미술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미술이 물체가 되어 버린다면 우리가 미술을 할 의미는 무엇인가?


회화는 죽었다!


그 결말은 20세기 초, 러시아의 구축 주의(Constructivism)가 보여주었다. 구축 주의는 재현 미술을 포기하고 현실에서 물체를 구축하는 것으로 미술의 방향을 전환하였다. 그들에게 무엇을 그리는 미술은 더 이상 아무 의미가 없었다. 구축 주의자들은 미술을 버리고 구체적인 물체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외쳤다. “회화는 이제 죽었다!"라고



로드첸코, 순수한 빨강 ․ 노랑 ․ 파랑, 1921


20세기 추상미술의 끝판왕은 미니멀리즘이었다. 미니멀 아트는 자기표현을 최소한도로 억제하는 예술로 작품의 형태와 색채, 구성 등을 극도로 단순화시켜 종국에는 사물이 되는 예술이다. 미니멀 아트는 대상의 본질만을 남기고 불필요한 요소들을 모두 제거하여 나갔고 최소한의 형태와 최소한의 색상을 사용해 기하학적인 뼈대만을 표현하였다.


Tony smith, freeride sculpture - 3D rendering, 1962


Michael Demers - Color Field Paintings, 2013





미니멀 아트


최소한의 예술’이란 의미를 지닌 미니멀 아트는 예술상의 자기표현을 최소한도로 억제하는 것으로 작품의 형태와 색채, 구성 등을 극도로 단순화하였다. 미니멀 아트는 가장 기본적인 구조로만 이루어졌다고 하여 프라이머리 스트럭 추어(Primary structure)라고도 한다.


또 하나하나씩 제거해나간다는 의미로 마이너스 아트(Minus Art)라고도 부른다. 미니멀리즘에 이르면 더 이상 미술이 나아갈 길은 없어 보인다.


이브 클라인, 청색 모노크롬, 1961


950년대 클라인은 캔버스를 블루색으로 균일하게 칠하였다. 그에게 푸른색은 가장 순수하고 무한하며 ‘사물의 무(無)’에 근접한 색채였다. 그는 이 색상에 ‘인터내셔널 클라인 블루(International Klein Blue:IKB)’라는 이름을 붙여 1960년 자신의 고유한 색으로 특허를 받았다.


사실 미니멀 아트에서는 보이는 것 이외에 아무것도 없다. 당신이 보고 있는 것 바로 그 자체가 작품이다. 미술을 물질로 보는 순간 로드첸코의 말대로 우리가 아는 미술은 죽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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