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은

딸아 넌 좋겠디

by JF SAGE 정프세이지

아침부터 비가 온다. 아니 어쩌면 내가 잠든 새벽에 시작했는지 모른다. 식탁에서 바라보는 다홍색의 철쭉이 더 짙게 , 라일락 꽃송이는 무거워 보인다. 속살같이 부드럽고 연한 연두빛 화살나무의 잎이 곱다. 먼저 핀 튤립들은 꽃대만 남았다. 키가 큰 튤립 사이로 작은 꽃들이 함께 어우러져 자꾸 눈길이 머문다.특이한 형태의 튤립이다. 분홍의 큰 꽃 옆에는 같은 모양의 작은 꽃들이 있다. 따로 심은 건 아니다. 저 튤립의 특성인가?

비가 오니 커피향이 그립다. 커피를 갈고 내려서 텀블러에 담았다. 마시려다 동서가 사준 예쁜 잔을 꺼내어 마신다. 감동북클럽 4월 책인 정여울의 작가의 ,끝까지 쓰는 용기>를 읽는다. 자신의 아픔을 써야한다는 말과 함께 엄마와 화해하기 과정을 들여볼 수 있는 부분이다. 나를 제외한 모녀들은 너무 잘 지내는 것처럼 보인다. 우리는 모녀만 삐그덕거리는 것같다. 큰 아이가 질문을 한 적이 있다. "엄마는 나를 보면 뭐가 불안해?"라고. 내 답이 뭐였지. 마음 깊숙이 있던 것은 꺼내지 못하고 에둘러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 취직을 하면 이 불안이 해결되려나? 왜 쉬운 길을 놔두고 어려운 길로 가려고 하는지? 호기심이 많아 하고 싶은 것도 많았던 아이다. 그것을 엄마의 의도대로 잘랐다. 난 내 의도를 드러내지 않고 아이의 뜻대로 키운줄 알았다. 적어도 외형은 그러했으니까. 지금 생각하니 훤하게 보이네.


내 고향 마을엔 같은 나이의 여자아이들이 5명이다. 이 아이들은 나를 깍뚜기처럼 생각했고 지들 입맛에 따라 같이 놀기도 하고 나를 빼놓고 놀았다. 지금 생각하면 따를 당한 것이다. 그 중 한 아이의 언니가 나랑 함께 놀았준 기억이 난다.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은 같이 맞서 싸우는게 아니라 그냥 무시를 했다. 이 방법을 난 굉장한 방법인양 우리 아이에게 가르쳤다. 나랑 딸은 다른데...나쁜 엄마였구나, 부족한 엄마였구나.

이런 이야기들을 딸아이랑 하면서 난 딸에게 지금도 "미안해 엄마가 부족했네" 라고 사과를 한다. 하면서도 가끔은 억울하다. 난 최선을 다했는데 '저 아이는 내게 따지고 있나? 넌 좋겠다. 그렇게라도 할 수 있어서'


엄마가 보고 싶다. 엄마는 늘 바빴다. 말단 공무원의 아내로 4명의 자녀를 대학에 보내고 동생들도 데리고 있었다. 하교 후 집에 가면 늘 부업거리가 있었다. 곰돌이 인형 만들기가 생각난다. 각각 다른 색의 남아 있는 부위를 가지고 인형을 만들어주기도 했다. 그런 엄마가 내 생일을 잊어버린 적이 있다. "엄마, 딸과 아들을 차별하는거야?" 퉁명스럽게 말을 했다. 엄만 너무 미안해 하며 "내가 깜쪽같이 잊어버렸다, 어떻하냐?" 사실은 3남 1녀의 막내인 나를 차별했을 리는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서운한 맘을 표현했다. 큰 오빠네 작은 오빠네 아이들을 보살피느라 엄마의 삶은 여전히 바빴다. 내가 결혼하고 아빠가 정년퇴직을 한 연후에야 엄마의 삶은 편안해졌다. 엄마가 다시 젊어졌다. 몸과 마음이 편안해서인가? 가끔 집에 가면 못본 살림살이가 있거나 양장점에서 맞춘 옷들이나 비싼 옷들이 보였다. 이 때 엄마는 행복해 보였다. 가장 행복한 때는 성경을 필사할 때였다. 밥 안먹어도 배부르다는 엄마. 교통사고가 아니었다면 엄마는 좀 더 우리 곁에 계셨겠지


어제는 친구가 집에 다녀갔다. 계속 서 있는 친구에게 "자리에 좀 앉아 .""내가 서 있는 것 봤어? 너무 좋아서 앉을 수가 없어."라며 밖을 쳐다보았다. "카페 갈 필요가 없어. 이렇게 힐링을 할 수 있는 공간이니. 너희집 하늘은 왜 이렇게 좋으냐?" " 그렇긴 해 하늘이 가까이에 있지. 나도 그건 좋아." "그래 하늘이 가깝다는 표현 맞네." 이렇게 좋은 공간에서 엄마랑도 수다를 떨고 싶다. 우리 엄마도 꽃 좋아하는데, 화분에 꽃이 피었을 때 수줍게 내게 자랑했는데. 아니다 엄마랑 풀을 같이 뽑겠구나. 텃밭도 가꾸고. 일을 보고 냅두지 않을테니 밖에서 자꾸만 뭘할꺼고 난 그런 엄마에게 '내가 할께 그냥 들어와' 소리를 지를수. 딸아 넌 좋겠다. 엄마가 옆에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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