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전문변호사] 강제추행의 법률규정과 명확성의 원칙
오늘날 미투 운동(#Me Too)은 성범죄가 수직적 위계질서가 지배하는 조직 안에서 뿐만 아니라, 일상생활 속에서도 만연해 왔음을 드러냈다. 성폭력이나 성희롱을 엄단해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최근의 사회상황에 비추어 보더라도,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범죄행위는 매우 엄하게 처벌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성범죄는 판단주체의 가치관이나 처벌의 필요성에 대한 정책적 판단 등에 따라 동일한 행위에 대하여도 전혀 다른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특히 일반인의 관점에서 어떠한 행동이 처벌될 수 있는 범죄행위인지 분명하게 예측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고, 법원이나 수사기관이 자의적인 법해석으로 행위자에게 책임의 정도를 넘어서는 형사책임을 지울 우려도 없지 않다.
어떠한 행동이 범죄행위인지 명확하게 예측하기 어려운 대표적인 죄명으로 형법 제298조의 강제추행죄를 들 수 있다. 대법원은 기습추행에 대하여도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의 행사가 있는 이상 그 힘의 대소강약을 불문한다”고 판시하여 강제추행의 처벌범위를 상당히 넓게 인정하고 있다. 그런데, 강제추행의 법률규정만으로는 어떠한 행위가 일반인의 성적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지 애매모호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위 법률규정이 죄형법정주의에서 파생하는 명확성원칙을 위반한 것은 아닌지 문제가 된다.
이와 관련하여 헌법재판소는 형법 제298조 위헌소원 사건에서 “문언이 가진 뜻, 입법목적이나 취지, 성범죄와 관련한 법규범의 체계 등을 종합하여 보았을 때,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 법감정을 가진 사람이라면 어떠한 행위가 강제추행죄 구성요건에 해당하는지 합리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고 판시함으로써, 강제추행죄의 법률조항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는 취지로 판시한 바 있다.
강제추행과 관련된 성범죄가 꾸준히 증가하고 그 유형과 수법도 다양해지고 있으며, 이에 대한 처벌을 엄격히 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청이 계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대법원이나 헌법재판소의 입장과 같이 강제추행의 성립범위를 비교적 넓게 인정하여 피해자를 널리 보호하여야 할 필요성이 있으며, 앞으로도 이러한 취지의 판결은 계속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강제추행죄에 대하여는 신상정보등록 및 공지·고지, 취업제한, 전자발찌 착용 등과 같은 강력한 제재수단을 부과하고 있다. 이로 인해 구체적 사안에서 행위자의 책임을 넘어서는 형사책임이 부과될 우려가 적지 않다. 최근에는 가벼운 신체접촉이나 성적 언동에 대하여도 형사절차를 통하여 문제를 해결하려는 사건들이 증가하고 있는데, 법원이나 수사기관도 강제추행죄의 성립여부를 판단하는 것에 많은 부담을 느끼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강제추행과 관련된 성범죄를 엄하게 처벌함으로써 성범죄 근절을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고안해내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그보다도 법원이나 수사기관의 입장에서 강제추행죄에 대한 나름대로의 판단근거가 될 수 있는 규준(規準)을 마련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하며, 이를 통해 일반인들도 어떠한 행위가 성추행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명확하게 예측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나아가, 성범죄 관련법제들을 정비함에 있어서도 형법의 기본가치를 기반으로 보다 체계적이고 구체적으로 정리하여, 일반 국민의 눈높이와 법원의 판단 기준 사이의 인식 차이를 줄여나가야 하며, 성범죄 전반에 대한 진지한 논의를 통하여 누구든지 쉽게 이해하고 예측할 수 있는 성범죄의 처벌규준에 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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