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토빈한 May 31. 2023

최근 대규모 전세사기 사건이 연이어 터지는 이유

최근 전세사기 사건은 과거와는 그 양상을 크게 달리함

  최근에 인천, 동탄, 부산, 구리 등 전국 각지에서 수십억, 수백억의 단위의 전세사기 사건이 연이어 터지고 있다. 현재 문제 되는 전세사기 사건은 일당들이 공인중개사, 감정평가사, 컨설팅업자 등과 공모하여 전세보증금을 부풀려 전세계약을 체결하고, 주택명의자에게 수백 채, 수천 채의 주택을 보유하게 하는 방법으로 이루어졌다. 전세사기 범행은 경제적 형편이 넉넉하지 못한 청년과 서민, 신혼부부 등 취약계약을 대상으로 조직적·체계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그 죄질이나 행위태양이 극히 불량하다고 볼 수 있다. 전세사기가 중요한 사회문제로 대두됨에 따라 국회와 정부에서도 여러 가지 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수많은 피해자들의 피해가 온전히 회복되기까지는 다소 많은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최근 들어 대규모 전세사기 사건이 연이어 터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문제되고 있는 대규모 전세사기의 경우 대체로 2020~2021년 무렵 전세계약이 체결된 사건이다. 해당 무렵은 코로나-19 등으로 유동성(통화량, 가계대출)이 크게 확대되어 부동산 가격이 가파르게 올라 무분별한 갭 투기 등이 성행하던 시기였다. 당시 전국 아파트나 오피스텔 시세가 가파르게 오르는 추세였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빌라나 다세대주택에 대한 수요도 증가하여 빌라나 다세대주택의 매매 및 임대시세도 계속 오르던 상황이었다.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던 시기에 전세사기 범행은 일반인이 빌라나 다세대주택에 대한 시세정보를 쉽게 접하기 어렵다는 점을 적극 이용하는 방법으로 이루어졌다.


  전세사기 일당들은 아파트와 마찬가지로 빌라나 다세대주택의 시세도 계속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임차인들을 기망하였고, 이에 속은 임차인들로부터 시장가치보다 높은 전세보증금을 교부받았다. 전세사기꾼들은 조직체계를 갖추어 저렴한 주거지가 필요한 더 많은 서민들에게 접근하여 매매시세보다 높은 전세계약을 체결하여 더 많은 리베이트와 수수료를 챙기고, 주택명의자에게 수백 채, 수천 채의 주택을 보유하도록 하여 제3자(바지사장)에게 전세보증금을 반환의무를 떠넘겼다. 심지어 전세사기범들은 선순위 근저당권자가 있는 상황에서도, 임차인들에게 ‘주택소유자가 주택 수백 채를 보유하고 있는데, 당신의 전세보증금을 변제하지 못할 일은 전혀 없다’, ‘전세보증보험에 가입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기망하는 방법으로 대규모 전세사기 범행을 일삼았다.


  물론 2020~2021년의 부동산 상황에 비추어 보면, 부동산업계 종사자의 입장에서 빌라나 다세대주택의 전세보증금도 일정 부분 올려 전세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불가피한 측면도 있었을 것이다. 당시만 하더라도 불과 1~2년 후에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집값이 전국적으로 내려갈 것이라고는 상상하기 어려웠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최근 발생하고 있는 대규모 전세사기 범행은 전세보증금이 매매시세보다 높다는 사실을 임차인들에게 의도적으로 숨기는 방법으로 기망행위를 하였고, 주택명의자(바지사장)으로 하여금 수백 채, 수천 채의 주택을 소유하도록 하여 임차인들에게 전세보증금을 반환하지 못하는 사태를 충분히 예견하면서도 사기범행을 지속하였다고 볼 수 있다.




  최근 문제되고 있는 전세사기 사건은 과거와는 그 양상이 크게 달라졌다. 과거에는 전세사기 범죄가 계약당사자 간에 중요한 사실을 고지하지 않거나 특정서류를 위조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 개인적 차원의 범죄로 여겨진 측면이 있었다. 어느 시점부터는 전세대출을 끼고 갭 투자하는 것이 마치 재테크 수단처럼 여겨지고 있고, 전세제도가 무분별한 갭 투기를 용인하는 수준을 넘어, 전세사기꾼과 중개인들에 의해 조직적인 사기범죄에 악용되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 전세사기 사건은 경제적으로 가장 취약한 사람들에게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전세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하는 위험을 부당하게 전가시킴은 물론이고, 서민들에게 안정된 주거를 확보해 주고자 마련된 전세 제도를 악용하여 부당한 이득을 취했다는 점에서 엄중한 법적 제재가 따라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전세제도는 서민들에게 안정된 주거를 확보함과 동시에 전세보증금에 대해서는 사금융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최근 부동산가격의 등락과 무분별한 캡 투기로 인해 전세보증금이 제때 반환되지 못하는 리스크가 현실화되어 전세보증금 보증사고 건수가 몇 년 사이 현저하게 늘어나고 있고 한다. 더군다나 전세사기꾼들이 계약 당시 전세보증금 반환의사 없이 무분별하게 전세계약을 체결함에 따라 불특정다수의 선량한 피해자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앞으로 전세제도가 본래의 취지대로 서민들의 주거안정에 기여하고 조직적·체계적인 사기범죄에 악용되지 않도록, 전세사기 범죄에 대한 강력한 제재수단을 마련하고 전세시스템 전반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지속해 나가야 할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수사기관에서 거짓말을 해도 될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