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가져간 CCTV, 나는 왜 복사도 못할까?

경찰의 정보공개 거부를 뒤집어 핵심 증거를 확보한 실제 대응 과정

by 토빈한

1. CCTV 영상, 결정적 증거지만 확보는 쉽지 않다


사건을 진행하다 보면 CCTV 영상이 사실관계를 좌우하는 핵심 증거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가 해당 영상을 직접 확보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영상의 소지자나 보관자가 다양한 이유로 제공을 거부하거나 열람 자체를 제한하는 사례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영상소지자의 입장에서도 CCTV 영상을 잘못 제공했다가 법적 분쟁에 휘말릴 것을 우려하여 제공을 꺼리는 경우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물론 강력 사건이나 긴급 상황에서 112 신고가 이루어진 경우에는 경찰이 현장에 출동하여 CCTV를 확보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제한적인 경우에 해당한다. 경찰은 협조 요청이나 압수수색영장을 통해 영상을 확보할 수 있지만, 이는 수사기관의 권한일 뿐 당사자가 직접 행사할 수 있는 권리는 아니기 때문이다.


2. 경찰이 확보해도 ‘내 영상’이 아니다


문제는 경찰이 CCTV 영상을 확보한 이후에도 이어진다. 당사자가 경찰이 확보한 영상을 별도로 복사·보관하는 것은 여전히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경찰서 민원실을 통해 정보공개를 신청하더라도, 관련 법령이나 사생활 보호 및 개인정보 침해 우려 등을 이유로 비공개 처분이 내려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형사재판 과정에서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지위에 따라 증거 접근에 있어 불균형이 발생하기도 한다. 특히 피고인은 방어권 보장의 일환으로 수사기록에 포함된 CCTV 영상을 열람할 기회를 확보할 수 있는 반면, 피해자는 그러한 기회조차 제한되는 경우가 있다. 그 결과 동일한 증거임에도 불구하고 당사자의 지위에 따라 접근 가능성이 달라지는 구조적 불균형이 발생하게 된다.


3. 학부모 분쟁 사건에서 드러난 CCTV 확보의 한계


최근 수행한 사건에서도 이러한 문제가 여실히 드러났다. 의뢰인은 학원 인근에서 학부모 간 분쟁에 휘말렸다. 당사자 간 말다툼 과정에서 상대방이 의뢰인의 차량에 고의로 몸을 부딪힌 뒤 112에 신고하는 상황이 발생하였다. 이로 인해 의뢰인은 자칫 뺑소니 혐의를 받을 수 있다는 불안에 하루 종일 시달려야 했다. 의뢰인은 사실관계를 입증하기 위해 CCTV 영상 확보를 원했으나, 신고를 받은 경찰이 영상을 확보해 가자 학원 측에서는 더 이상 CCTV 영상을 보여주지 않았다.


해당 사안은 우발적 사고인지, 고의적 행위인지에 따라 법적 평가가 크게 달라질 수 있었고, 이를 입증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수단이 CCTV 영상이었다. 그러나 경찰은 학원 측으로부터 영상을 확보한 뒤 열람만을 허용했을 뿐 복사는 허용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당사자는 자신과 관련된 핵심적인 증거를 직접 확보하지 못하는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4. 정보공개 거부, 이의신청으로 돌파하다


의뢰인은 갈등의 확대를 원하지 않아 형사 고소를 진행하지 않았다. 대신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CCTV 영상을 확보하고자 하였다. 이에 CCTV 영상에 대한 정보공개를 신청하였으나, 사생활 보호를 이유로 거부 처분이 내려졌다. 필자는 이에 불복하여 이의신청을 제기하며 다음과 같은 점을 강조하였다.


첫째, CCTV 영상에서 인물 식별이 어려워 사생활 및 개인정보 침해 가능성이 낮다는 점, 둘째, 단순 열람만으로는 사건의 핵심 쟁점을 충분히 분석하기 어렵다는 점, 셋째, 해당 영상이 사건의 법적 성격을 좌우하는 핵심 증거라는 점이다. 그 결과 정보공개 거부 처분은 번복되었고, 의뢰인은 마침내 CCTV 영상을 확보할 수 있었다.


5. 증거 접근권, 여전히 보완이 필요하다


의뢰인은 별도의 형사 분쟁으로 이어지지 않으면서도 핵심 증거를 확보할 수 있었고, 이를 통해 사건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는 한편 심리적 안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 형사소송을 진행하지 않더라도, 상대방의 위법행위와 관련된 핵심 증거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상당한 안정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사례는 CCTV 영상과 같은 중요한 증거에 대한 접근이 여전히 제한적이며, 당사자의 지위에 따라 그 가능성이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 자신과 관련된 핵심 자료를 확보할 수 있었던 점은 다행이었지만, 그 과정에서 적지 않은 제도적 한계를 체감한 것도 사실이다. 향후에는 증거 접근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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