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인신문 도중 처벌불원의사를 이끌어내 공소기각으로 종결된 사건
형사소송에서 '소추조건'이란 범죄가 성립하는 경우에도, 공소를 제기하거나 유지하기 위하여 요구되는 절차법상의 요건을 의미한다. 소추조건은 범죄의 성립요건이나 처벌조건과 구별되는 공소제기의 유효요건이다. 개별 사건에서 소추조건이 충족되지 않을 경우 법원은 유·무죄 판단에 나아가지 않고 공소기각 등 형식재판으로 소송을 종결하게 된다. 이러한 소추조건은 특히 피해자의 의사를 존중할 필요가 있는 범죄 영역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데, 대표적으로 친고죄와 반의사불벌죄가 이에 해당한다.
친고죄란 피해자 또는 고소권자의 고소가 있어야만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범죄를 말한다. 사자명예훼손죄, 모욕죄, 비밀침해죄, 업무상비밀누설죄 등이 이에 포함된다. 반면, 반의사불벌죄는 원칙적으로 공소제기가 가능하지만,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명확히 표시한 경우에는 형사상 소추가 불가능해지고 공소를 유지할 수 없는 범죄를 의미한다. 명예훼손죄,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죄, 폭행죄, 협박죄, 과실치상죄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소송조건이 특히 문제 되는 영역이 바로 인터넷 명예훼손 사건이다. 인터넷 명예훼손은 표현의 자유와 개인의 명예 보호라는 가치가 충돌하는 대표적인 영역이다. 악성 댓글이나 허위 게시글로 인해 피해자는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반면, 게시글 작성자는 자신의 표현행위에 대한 형사처벌을 과도하다고 느끼는 경우도 적지 않다. 특히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명예훼손)죄는 반의사불벌죄로 규정되어 있어, 피해자의 의사는 단순한 참고 사정을 넘어 형사절차의 존속 여부를 좌우하는 결정적 요소로 작용한다.
최근 수행한 사건에서도 이러한 점이 분명하게 드러났다. 해당 사건은 의뢰인이 정보통신망법위반(명예훼손)으로 기소된 사안이었다. 필자는 담당변호사로서 구체적 사실의 적시가 아니라는 점, 명예훼손의 고의 및 비방할 목적이 없다는 점을 중심으로 무죄 입증을 목표로 치밀하게 증인신문을 준비하였다. 그런데 증인신문 도중, 피해자가 법정에서 증언하던 중 돌연 피고인에 대한 처벌 의사를 철회하였다. 이와 같은 명시적인 처벌불원의사가 확인되는 순간, 반의사불벌죄의 법리상 더 이상 공소를 유지할 수 없게 된다. 결국 법원은 증인신문 종료 직후 공소기각 판결을 선고하였고, 사건은 실체 판단에 이르지 않은 채 종결되었다.
이처럼 반의사불벌죄에서 피해자의 의사는 형사절차의 진행여부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기능한다. 살인이나 강도와 같은 중대 범죄는 개인적 법익을 넘어 사회 전체의 법익을 침해하므로 피해자의 처벌 의사와 무관하게 처벌이 필요하고, 피해자의 처벌 의사는 양형에 참고될 수 있을 뿐이다. 반면 명예훼손과 같이 개인적 법익이 중심이 되는 범죄는 피해 회복이나 당사자 간 분쟁 해결 여부가 보다 중요하게 고려될 수 있다. 이는 모든 범죄를 국가가 일률적으로 처벌하기보다는, 일정한 범죄에 한하여 피해자의 의사를 존중하겠다는 입법적 판단에 기초한다. 이러한 이유로 입법자는 일정 범죄를 반의사불벌죄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반의사불벌죄에서 피해가 회복되고 당사자 간 분쟁이 실질적으로 해소된 경우, 국가가 형벌권을 계속 행사할 필요성은 감소한다. 의뢰인의 입장에서는 실체적인 판단을 통해 무죄 판결을 받는 것이 더 중요할 수도 있으나, 상황에 따라서는 신속한 절차 종료가 더 큰 이익이 될 수 있다. 변호사로서 피해자 증인신문을 치열하게 준비했음에도, 피해자의 한마디로 공소유지가 어려워진 점은 다소 허탈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러나 의뢰인의 안도와 기쁨을 보며 그 자체로 충분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공소기각 판결은 이러한 점에서 실질적인 해결이 될 수 있으며, 본 사안 역시 의뢰인에게 가장 유리한 방식으로 마무리된 사례라 할 수 있다.
한편, 필자는 얼마 전 지역주택조합과 관련된 정보통신망위반(명예훼손) 사건에서 무죄 판결을 이끌어낸 바 있다. 당시에는 입주민의 한 사람으로서 조합 운영에 대해 합리적인 의혹을 제기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구체적 사실의 적시에 해당하지 않고 비방의 목적도 없다는 점을 중심으로 변론하였다. 또한 최근 대법원이 명예훼손 및 모욕죄에 있어 표현의 자유를 보다 두텁게 보호하는 취지의 판결을 선고하고 있다는 점도 함께 강조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