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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필우입니다 Jan 31. 2024

격조

디카시가 뭐요?




살아 있다? 

움직임이 없다. 


머리를 숙여 눈을 크게 뜨자 유난히 작은 개미들이 축제 준비로 분주하다. 

어떤 연유로 죽음에 이르게 된 것인지 알 수 없지만, 

머리부터 꼬리 끝까지 비늘로 갑옷처럼 뒤덮고, 

두 눈은 장미와 마주한 까닭에 붉게 빛났다. 


짧은 앞발을 막 움직이다 멈춘 듯 벌렸고, 

몸통과 꼬리 경계에 붙은 뒷다리가 당장이라도 차고 나가려는 듯 곧추세웠다.

흐트러짐 없이 둥글게 말린 꼬리가 먼 옛날 이 땅을 호령했던 공룡의 본질을 잃지 않으려는 

너의 마지막 움직임이었음을 알아차렸다.     

                             

죽음에 제법 격조가 있어 시간을 거스르고 거스르면 티라노사우루스에 닿을 법하다. 

비록 하잘것없는 개미 떼의 식량 거리가 되더라도 

생존의 핏빛을 끝끝내 포기하지 않았을 

너를 추모한다. 


주검을 알아차린 장미가 희생하면서까지 

광휘를 보내지 않았느냐. 

빙하기를 견딘 네 조상에 대한 전설을 품고 간 너는 새로운 전설로 살아날 것이다. 


너를 향한 장미의 찬사가 

하릴없는 인간의 시각이라지만, 

장미와 더불어 탈색되지 않은 정물이 되어 

가슴에 착상되었다. 


대신 살아갈 용기는커녕 죽을 용기도 없어 

서서히 자살을 선택한 인간에게 

죽음까지 독려하진 말아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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