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쩍 떠나고 싶었다.
나는 첫째와 둘째를 연달아 낳으면서 2년째 육아휴직을 하는 중이었고, 남편도 오랜 회사 생활을 멈추고 퇴사를 각오한 육아휴직을 시작했다. '우리 부부가 함께 이렇게 오래 쉴 수 있는 기회는 다시없을지도 몰라'라는 생각이 이 여행의 시작이었다.
무작정 "아기와 한 달 살기"를 검색했다. 3개월, 21개월 아기 둘 그리고 남편과 나. 국내에서도 어린이집의 도움 없이는 아기 둘을 케어하는 것이 버거웠던 우리였기에 한 달 살기를 간다면 마침 일을 잠시 쉬고 계시는 친정엄마에게 도움을 청해 보기로 했다.
요즘 우리 부부가 푹 빠져있는 Chat GPT에게도 며칠 동안 질문을 쏟아냈다. 국내로는 제주도, 해외로는 필리핀, 치앙마이, 말레이시아, 베트남과 같은 동남아국가들까지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한 달 살기를 할 수 있는 나라들을 비교해 나갔다.
하지만 동남아의 물가도 5인 가족에게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평균 500만 원 이상이 드는 한 달 살기.
부부가 동시에 육아휴직을 들어온 상태였고, 둘째가 태어나면서 무리한 이사와 중고 SUV를 구매한 우리 가족에게는 너무 버거운 돈이었다. '무모한 도전이었나?' 하는 생각과 동시에 '어떻게든 방법을 마련해 보자'하는 승부욕이 발동했다.
나는 하고 싶은 건 결국 해내고야 마는 사람에 가깝다. 20살이 되었을 때 해외에서 꼭 살아보고 싶어서 대학교 교양수업으로 급하게 중국어를 배워 알바로 모은 돈으로 대만 교환학생을 갔다 왔고, 방학 중에 한국에 나 와명동에 있는 한 면세점에서 알바로 일하면서 돈을 모아 다시 중국 본토로 어학연수도 다녀왔다.
여행이 떠나고 싶을 때는 한국에서의 생활비를 악착같이 줄여서 기어코 떠나는 사람이었고, 좋은 호텔이나 좋은 식사가 아니어도 충분히 만족하고 행복해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해보고 싶은 일이 있으면 어떤 방법으로도 문을 두드려보자!"가 나의 인생 모토이기 때문에 첫째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낮 시간 동안 서칭을 시작했다.
제일 처음 생각난 것은 카우치 서핑(Couch Surfing)이었다. 카우치 서핑은 전 세계 여행자들을 대상으로 무료로 본인들의 집을 내어주는 시스템이다. 대만 타이베이에서 교환학생을 지낼 때 중국 친구와 함께 대만 남부로 카우치 서핑을 갔던 순간이 떠올랐다. 하지만 아기가 둘이나 함께 하는 5인 가족을 받아주기는 어떤 집도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방법을 없을까? 숙박만이라도 해결하면 좋을 텐데...' 이리저리 머리를 굴려보다가 문득 오래전에 보았던 영화 <로맨틱 홀리데이> 속 "홈 익스체인지(Home Exchange)"가 번뜩 생각났다. '영화 속에서 보았던 그 시스템을 현실에서도 하는 사람들이 있지 않을까?'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 인터넷을 서칭 하기 시작했고, 나는 마침내 홈 익스체인지(Home Exchange)라는 어플을 발견했다.
무언가에 홀린 듯이 바로 어플을 다운로드하였다. 우리 집 소개글을 올리라는 말에 당장 나의 친구 GPT의 도움으로 북한산 자락에 있는 20년 된 우리의 구축 아파트를 예쁘게 포장한 글을 올렸다. 마침 지난달에 이사를 온 터라 인테리어 직후의 나름 깔끔한 집 사진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나이스!"를 외치면서 집 소개를 신나게 마친 이후 어플을 탐색하다가 소위 말하는 "현타"가 찾아왔다.
프랑스에서 개발된 어플이어서 그런지 유럽 국가들에서 활발하게 익스체인징이 이용되고 있었고, 마치 대학생처럼 여행 한마디에 들떠있는 나 자신이 마치 '엄마'스럽지 않았다.'내가 지금 뭐 하고 있는 거냐. 누가 한국을 검색해서 오고 싶어 하겠어... 설령 온다고 해도 그렇게 좋은 위치도 아닌 우리 집에...'. 좋은 발견이었지만 현실성은 떨어진다는 생각에 정신을 차리고 첫째 아이 하원길로 달렸다.
그렇게 아무런 생각 없이 하루 그리고 이틀이 지났다.
아침에 눈을 떠보니 엊그제 다운로드하였던 '홈 익스체인지'에서 알림이 와있었다.
'광고 알림인가? 알림 팝업을 꺼놨어야 했는데..' 하며 알림을 확인한 순간 나는 깜짝 놀라 남편에게 달려갔다.
안녕! 우리는 뉴욕에 사는 가족인데 우리와 집을 바꿔 살아보래?
그렇게 어느 평범한 아침, 갑작스럽고 놀랍게 우리의 미국 한 달 살기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