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용기 Oct 26. 2024

배신, 사기, 코로나


하소연하려는 것도, 억울하다고 푸념을 늘어놓기도, 세상에 한풀이를 하려는 게 아니다. 문제는 연거푸 판단 미스가 일어났다는 것이다. 2016년, 창업공신의 배신이, 사기꾼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나는 그들이 사기꾼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다. 그럼에도 조급한 성격이 문제였다. 나는 덤벼들었고, 그들에게 거액의 스카우트 비용을 지불했다. 그러고는 돈도 사람도 잃고 말았다.

2017, 2018년도 연속으로 사기를 당하는데 술이 큰 원이 되었다. 술에 취해 인터뷰를 하거나, 술이 깨지 않은 상태에서 의사결정을 했다. 그렇게 수십억 원을 날리는 과정은 술이 원인이 되었다.
나는 알코올중독자가 되어갔다. 억울하다고, 사기꾼이 꼬인다고, 세상이 그리고 가족도 나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푸념하는 나날이었다. 스스로를 정당화하며 남을 탓했다.

코로나가 왔다. 사기를 당해 직원들에게 급여를 줄 수 없을 때, 고리의 사채를 썼는데 엎친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가 오면서 매출이 1/3이 되고 말았다. 나는 절망했다. 고질적인 음주를 극복해야 했다. 그런데도 맘대로 되지 않았다. 알코올중독은 고칠 수 없는 불치병이다. 나는 술에 빠져 유아적 감정에 휘둘리는 아이가 되고 말았다.

이 글에서 하소연하지 않겠다고 첫 문장을 쓰고 바보같이 설레발을 떨고 말았다. 6~7년 동안, 나는 이 따위로 살았다. 그런데도 나는 죽지 않았다. 여전히 숨을 쉬며, 정밀한 건강검진에도 넉근히 견딜 만큼 튼튼한 몸을 가졌다. 부모님이 물려주신 건강한 유전자가 나의 마지막 보루인 셈이다.
지금, 숨만 쉬는 건 아니다. 코로나 이후 흑자로 전환했고, 예전의 1/2이지만 매출이 회복되었다. 나는 지금도 조금씩 나아가면 벅찬 비상을 경험할 것이라 믿는다. V1, VR, V2 파일럿이 비행기를 띄우는 순간을 상징하는 항공관제 용어이다. 나는 V2를 지나 수평 운항 중이다.

이전 04화 핑계없는 술자리는 없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