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보다 더 일찍 나섰다. 목적지가 사무실이 아니라 병원이라서다. 남보다먼저 와서 빨리 진료받고 복귀하고싶었다. 간호사보다 먼저와빗살 날리는 길가에서기다렸다. 진료 개시까지 한 시간은 더 남았지만 마음은 급하다.
약을 타러 왔다. 갱년기도 사람에 따라 질환이라서 잠시 동안의술에 기대고 있다. 환기도 하지 않고 에어컨부터 켜놓은 실내에 간호사들의표정은 사무적이고냉담하게 전해져 왔다. 반갑지 않은 이른 손님일까. 미소를 찾다가 시선을 접었다.
진료든 치료든 건네는 관심이 먼저일 것 같은데 그건 의사만 하는 건 아닐 텐데아침부터 지친 걸까. 아이컨택을 바라거나 미소를 기대하는 건 욕심인지도 모르겠다. 가장 먼저 온 간호사를 따라 들어와 출근하는 분들에게 일일이 인사하다가 멋쩍어 괜히 나를 돌아보게 된다.
어느 젊은 날엔가 주민센터, 그 당시 동사무소를 방문하고 놀랬던 기억이 난다. 돌아와 우리 사무실에서 태도를 바꿨었다. 학생이나 외부인, 타 부서인이 문을 열고 들어서면 큰 소리로 '어서 오세요'를 외쳤고 간혹은 자리에서 일어나 달려 나갔다. 그 습관은 모두에게 좋은 계기가 됐다.
방문하던 타 부서 모 선배 한 사람이 어느 날 스카프를 하나 사서 나를 불러낸 적이 있다. 누구도 그러지 않았는데 자신을 반겨주고 대접해 줘서 정말 고마웠다는 것이다. 그렇게 모두는 작은 관심에 목말라하고 기뻐하고 마음에 담는다는 걸 그때 알았다.
지금 낯선 병원에 앉아 한 시간여를 기다리는 나 역시 열외가 아니다. 직장에서 친절하기란 쉽지 않고 특히 일로 대하고 일로 만나는 사람은 덜 보고 싶을 수 있다. 그래도 눈을 바라보고 미소 한 번 지어 준다면 사람들의 마음이 얼마나 편해지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