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TV 채널마다 여행상품이 넘쳐난다. 가까운 나라뿐 아니라 유럽, 동남아의 명소까지 구체적으로 선정하여 만든 상품이 다양하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해외를 드나드는지 알 수 있다. 가까운 곳 1박 2일의 여행을 좋아하여 눈여겨보지 않았다.
가만 생각해 보니 한동안 그렇게 긴 날동안의 여행이 없었다. 친구나 지인들과의 여행도 단출하게 1박이 좋았다. 업무상의 출장도 2박을 하는 경우는 드물다. 어딘가로 떠나는 일은 일이었고 다녀온 뒤에는 여독을 푸는 쉼이 필요했다. 그런 여행은 온전한 휴식이 아니었다.
사전에 '여행'을 검색해 봤다. '자기가 사는 곳을 떠나 유람을 목적으로 객지를 두루 돌아다님'이다. '유람'은 '아름다운 경치나 이름난 장소를 돌아다니며 구경함'이다. 그러니 여행은 일상에서 벗어나 좋은 곳을 보며 취하는 휴식을 말할 테다. 내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며 마음이 편안할 때 그 유람은 더 흥이 나고 진정한 쉼의 효과가 난다.
'나에게 여행이란' 뭘지 생각해 보면서 선뜻 글을 쓰지 못했다. 물리적인 거리를 떠나는 그 여행을 생각해봐야 할지 내 마음속에서의 여행을 짚어봐야 할지 몰라서다. 콕 짚지는 않아도 나를 위한 여행을 다녀온 적이 드물었음을 깨닫고 싶지 않아서였을 것이다. 아직 젊어서일까? 언제나 챙겨야 할 사람과 챙겨야 할 일이 유람보다 앞섰다.
생업에서 벗어나면 무거운 채무의 빚에서 좀 벗어날까? 아이들이 제 길을 찾아가면 한시름 놓아질까? 이런 걱정보다 솔직히 주어진 시간과 기회를 제대로 즐기는 재주가 없는 건 아닌가? 걱정을 안고 살아온 데만 익숙하여 스스로를 메어 놓은 건 아닌가? 이런 자문은 '그동안 찾아다녔던 경치들을 보고 진정 기뻐하고 즐기고 누렸던가?'라는 의문도 불러왔다.
어디를 가고 누구를 만나든 내가 진정으로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할 때 여행이다. 좋은 곳에 가서 가까운 사람이라고 쉬 상처를 주고받는 경우도 많았다. 배려해 주고 존중하는 사람들과 함께 할 때 쉼이 있는 여행이 된다. 그러니 나에게 여행이란 마음이 통하는 사람과의 즐거운 대화다. 가고 싶은 곳을 찾아가고 하고 싶은 말을 주고받는 거다. 존중과 덕담을 주고받으며 서로를 응원해 주는 만남이다.
소소한 일상에서 벗어나 자신을 챙기고 상대방도 챙겨주는 그런 여행을 가보자. 나와 상대방에게 온전한 휴식을 주는 여행을 하자. 어딘가에 메여있는 생업자로서는 쉽지 않지만 짧은 기간이라도 자신에게 흠뻑 빠지는 그런 기회가 재충전의 계기를 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기를 쓰고 여행을 갈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