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날과 같이 퇴근길 브런치를 클릭해 보니 "작가님이 사라졌습니다!"라는 제목이 눈에 띈다. 누군가 올린 글인가 싶어 보니 브런치에서 나에게 보낸 내용이었다. 웃기기도 하고 조금은 미안해지기도 하고, 그러다 조금은 부담스러워지기도 하고...
독자로서의 나는 여전히 브런치 옆에 있었지만, 작가로서의 나는 이제 사라지고 있나 보다.
브런치 작가에 당선된 지 어느덧 4개월 차. 나의 첫 글에서도 밝혔듯이 맥주 한 캔이 선물해 준 용기 아닌 똘기로 인해 얼떨결에 작가 신청을 하게 되었고 예상 밖에 한 번에 작가로 선정을 해주셨다. 그때는 이게 뭐지 하면서도 설레고 좋았었는데, 막상 쓰려던 글들은 써지지 않고 무엇을 써야 하나 고민만 하다가 이제는 쓰던 블로그도 중단하고 아무 글을 쓰고 있지 않고 있다.
그동안 다녔던 여행이든, 영화든, 뮤지컬이든, 책이든...미치게 돌아가는 세상 일이든, 지난 30년 내 인생의 희로애락이든... 그때그때 쓰고 싶었던 글감과 마음도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흐려져 가고, 그나마 운영해 오던 블로그에 쓰자니 브런치가 걸리고, 브런치에 쓰자니 콘셉트를 잡지 못하겠고...
그러면서 나는 어느 곳에도 글을 쓰지 못하고 있다.
구독신청을 해놓은 작가님들의 글이나 새롭게 올라오는 분들의 글들을 읽으면서 어쩜 글을 그리도 잘 쓰시는지..모두 다 작가라 불릴 만한 정제되고 밀도 있는 글인데, 그런 글들 앞에서 작가로서의 나는 아주 작아지는 느낌만 든다.
브런치를 시작할 때는 블로그에서는 하지 못했던 "나를 찾아가는 글"을 쓰고 싶었다. 그런데 그런 글을 쓰다 보면 가족이나 친구들 이야기도 써야 하고 그것이 본의 아니게 그들에게 상처가 될 거 같아서 용기가 나지 않는다. 아마도 그런 글을 쓰기에는 조금 더 성숙한 인격과 깊은 내공이 필요할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