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ve Been Talking To Ghosts

by 석민준 MJ

오늘 등교하며 내가 들은 노래의 제목이다.


'We are Fury'의 <I've Been Talking to Ghosts>


노래의 하이라이트에 이런 구절이 있다.



I've been talking to ghosts and asking for help

I've given more love than I could show myself

Some days it's too much but I'm trying so hard

Is that too much for you?



노래 가사를 나는 항상 내 상황에 대입해서 맘대로 생각해 보는 편이다.


고등학교 때는 시를 읽어도 보편적인 해석을 받아들여야만 했다.


하지만 이제는 입시에서 벗어났기 때문에, 문학을 읽을 때 보편적인 해석은 참고만 하고 내 마음과 공명하는 부분에서 마음껏 울림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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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등학교 때 공부하던 나는 하나의 방향성을 갖고 달렸다.


엄청난 목표를 가지고 그걸 향해 달리지도 않았고


주위와의 비교, 더 나은 성적을 받아야 한다는 주변의 압박에 시달린 것도 아니었지만


어쨌든 내 삶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공부였다.



하나의 방향성을 가졌던 나는 주변의 압박이 아닌 내 스스로가 만든 압박에 스트레스를 받았다.


'해야 하는 일 = 공부'였고 '하면 안 되는 일 = 그 외의 일들'이었다.


되게 이분법적이지만, 하나의 방향성을 가진 시기에는 그게 정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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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공부에는 MBTI P보다 J가 유리하다고 한다.


나는 지금 생각해보면 P같은 면이 꽤 있는 사람이었는데, J처럼 사고하며 살았다.


1주일 내내 계획을 공부로 채웠다.


당연히 사람인 만큼 그걸 지키지 못하는 날도 있는 법이다.



그런데 그걸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계획을 지키지 못하고 유튜브나 보며 딴짓하는 스스로의 모습을 나는 싫어했고, 고치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


온갖 행동강령을 세우고, 여러 습관 책에서 나오는 장치들을 걸어서 스스로의 행동을 통제하려 했다.


하지만 마치 풍선 한쪽을 누르면 다른 한쪽이 튀어나오듯, 딴짓하는 문제를 완벽히 해결할 수는 없었다. 유튜브를 막으면 나무위키를 보고, 그걸 막으면 네이버tv를 보고, 그걸 막으면 어떻게든 임베드 영상이나 다른 영상 플랫폼을 찾아낸다.


인강으로만 공부하던 내게는 딴짓하는 습관이 정말 큰 스트레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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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몰입했던 하나의 방향성은 다행히 좋은 대학이라는 결실로 돌아왔다.


그런데 하나의 방향성만 갖고 살던 습관이 그대로 남아, 계획을 지키지 못하면 괜히 앞으로 할 일들에 압도되어 할 일을 놓아버렸다.



시험이 2주가 남아 내 공부량을 하루 2시간씩 쪼개 놓았는데 공부를 못한 날이 하루가 생겼다고 치자.


그럼 계획이 밀리는 걸 상상하고, 나아가 시험을 망치고 학점을 망치고 평판이 나빠지는 데까지 불안이 확장된다.


그냥 2시간 덜하고 덜한 만큼 틀려도 되는데, 내 완벽한 계획에 흠집이 나면 공부를 하나도 하지 않았을 때나 발생할 만한 미래를 상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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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하는 행동을 '나는 이만큼을 꼭 해내겠어!'라는 의지가 표면화된 것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계획은 사실 '나는 이만큼을 해내지 않을까?'하는 기대치기도 하다.


계획을 지키지 못하는 것은 그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므로, 많은 J들이 계획을 스스로 지키지 못하는 자기 자신에게 실망하곤 한다.


그리고 계획을 지키지 않은 자신에게 '나약하다' '의지가 없다' '게으르다'는 꼬리표를 붙인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세운 계획과 마음가짐을 스스로가 기대한 만큼 지킬 거라고 예상하는 것은 자만이다.


우리는 인간인 이상, 계획하지 않은 변수가 외부에서든 내부에서든 100%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 변수가 존재할 거라는 걸 받아들여야 한다.


내 퍼포먼스가 100% 나오지 않을 거라는 걸 확신해야 한다.



그러면 변수가 발생했을 때 괜한 상상과 걱정을 하지 않게 된다.


그냥 '음 당연히 발생해야 할 일이 발생했구나~'하고 그냥 70%의 퍼포먼스를 제대로 내는 데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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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비슷하게 계획을 짜고, 실수하면 자책하는 사람들은 다행이 강점이 하나 있다 :


분석에 굉장히 능하다.


상황이 발생하면 그 원인에 대한 20가지 시나리오&앞으로 발생할 일에 대한 20가지 시나리오를 그리는 우리 같은 사람들은 앞서 내가 말한 '적절한 부족함'을 받아들임으로써 강점은 강화하고 약점은 보완할 수 있다.



완벽함에 집착하면 앞으로 발생할 일에 대해 20가지 걱정을 하지만

어느 정도 받아들이면 내 상황을 정확히 분석하고 적절한 대책을 내놓으며 천천히 개선해갈 수 있다.




요지는 '한 번에' 개선하는 게 아니라 '천천히' 개선한다는 거다.




아마 결심해도 또 딴짓하고 또 계획 못지키는 일이 수두룩할거다.


그때 기록해두고, 간단하게 원인분석하는 거다.


이게 쌓이면 내 행동패턴과 내 사고과정의 원리가 보이고, 그걸 알면 점점 빈도수가 줄어들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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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게 그 노래 구절을 다시 적어 보면



I've been talking to ghosts and asking for help

I've given more love than I could show myself

Some days it's too much but I'm trying so hard

Is that too much for you?



그동안 공허한 것을 쫓아왔다는 가사 첫 줄이 지금 내가 느끼는 바와 일치한다.


나는 고등학교 시절 내 딴짓을 해결하기 위해 완벽한 행동강령을 찾으려 했고, 거기에 엄청난 에너지를 썼다.대학교 신입생이었던 작년에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제는 적당히 내 계획과 행동강령을 놓아주려 한다.



그냥 천천히, 멀리 보면서 나를 챙겨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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