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끈따끈하고 부드러운 생선구이 정식에 반한 1인가구 인간들
고래의 말을 듣고 기억 속 저편에 남아있던 무언가가 떠올랐다.
“냉동실에 옥돔이 있었지!”
(참고로 이 옥돔은 무려 2022년도에 구매해서 얼려뒀던 옥돔이다.)
이미 간이 되어있는 생선인 줄도 모르고 소금을 뿌려 구웠더니
그냥 정말 짠 소금(생선향)일 뿐이라 고래에게는 미안하게도 입맛만 버렸다. 물론 나도.
생선을 구워먹어봤어야 알지... 미안...
얼마 후 우리 동네에 놀러온 고래가 또 생선구이를 먹고싶다고 이야기했다.
평소 배달은 멀리하고 집밥을 대충 해먹는지라 백반집을 좋아하는 지요.
생선구이가 나오는 백반집을 찾았고 무려 20분을 걸어서 가게를 찾아갔다. 아니, 찾아가려 했다.
“뭐야 백반집이 어디에 있다는거야?”
지도 어플에는 분명히 가게가 떠있는데 실제로 우리의 눈 앞에 보이는 것은 가정집으로 가득한 골목이었다.
이쪽면이 아닌걸거야! 주변을 둘러보아도 그 어디에도 가게로 보이는 곳은 나오지 않았다.
결국 우린 그 날 돼지고기를 먹었다.
슬프게도 우린 벚꽃이 개화하려는 3월 말이 되기까지 생선구이를 먹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지요는 고래 동네의 생선구이 정식집을 찾아냈다.
마지막 주문이 8시 30분에 마치는 무려 9시까지만 운영하는 생선구이 정식집이었는데
생선구이를 먹고싶다고 노래를 했던 고래를 보니 꼭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가자, 생선 먹으러!”
세번째 도전을 시작하게 되었다.
휴무일 체크 완료! 시간은 라스트오더 시간보다 조금 더 이르게!
무슨 일이 있어도 생선구이를 먹고야말겠다는 일념으로 움직였는데 막상 식당에 도착해보니
굉장히 넓고 주차장도 엄청 크게 따로 있었다.
여기에서 지요는 맛집임을 감지했다.
가게 넓고 주차장이 이렇게 넓다는 것은 사장님께서 생선구이 정식으로 돈을 어마어마하게 번 것일거다.
그렇게 가게로 무사히 들어갔다는 데에 감동을 한 번 받고 있는데
직원분께서 엄청난 에너지를 담아 우리를 반겨주셔서 한 번 더 감동을 했다.
밥을 먹기도 전에 식당에 감동을 받다니 웃음이 나오는 일이다.
드디어 생선구이를 먹게 된 고래는 신나게 주문을 했다.
우린 고등어구이와 삼치구이를 시켰는데 정식이어서 그런지 반찬도 꽤나 잘 나왔다.
반찬 없이 덮밥이나 원팬요리만 하던 지요에게도 너무 행복한 상차림이었다.
석박지도 맛있고 나물요리도 너무 별미이고 잡채와 미역국, 그리고 1인분씩 나오는 작은 계란찜 등등...
내 생일인가싶은 고급진 맛에 이렇게 누려도 되나싶을 정도였다.
그리고 등장한 고등어구이와 삼치구이에 지요와 고래는 현기증이 났다.
얼른 먹고싶어... 근데 사진도 좀 찍을게...
노르스름한 부분이 슬쩍 보이는 생선껍질과 촉촉한 살은 백미밥과 함께 먹으니 정말 일품이었다.
짭쪼롬한 간의 생선구이들은 잘 구워져서 살을 발라내기도 편했고 고소하면서도 반찬과도 조합이 좋았다.
우리 둘은 정말 맛있다, 너무 맛있다를 연발하며 생선을 발라먹었는데 고래 요녀석이 집는 생선이 더 커보여서 정말 잠깐 기분이 상했었다.
그런데 생선구이만 맛난게 아니라 밑반찬도 맛이 좋은지라 잡채도 미역국도 김치와 나물도 모조리 다 먹어치웠다. 얼마나 맛있었으면 고래는 밥을 두 공기나 해치웠는데, 남아있는 생선 살 잔해들과 먹겠다며 밥을 한 공기 더 추가한다기에 뜯어 말렸다.
“다음에 또 오자!” 라는 말을 듣고나서야 젓가락을 내려놓던 고래.
둘이 합쳐 3만원대로 아주 든든하고 맛있는 저녁을 먹을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던 하루였다.
(이쯤에서 한 번 실패한 생선구이 도전...)
한줄로만 이어지면 한줄평인거지, 그래...
가게는 이 곳, 조만간 또 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