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감명 이혼가사전담센터
사실혼과 법률혼의 구분 지표
시대가 지나고 가치관이 변화하는 중에서도 결혼이라는 특수한 관계가 갖는 의미는 여전합니다. 사회적으로도 특별한 인간관계이자 가족관계의 단초가 되고, 서로 간에 통념적으로 인정되는 권리와 의무가 발생합니다. 여기서 파생되는 도덕률 역시 시대상의 변화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기는 하지만 여전히 중요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음에 틀림없습니다.
그렇다면 이 혼인관계가 형성되기 위해서는 어떤 절차가 필요할까요? 우리 민법에서는 남녀 간의 혼인관계가 성립하려면 반드시 당사자들의 혼인의사와 더불어 혼인신고를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두 사람이 부부가 되기 위한 필수적인 요건으로 특별한 약혼절차나 결혼식과 같은 의례가 아니라 행정적인 절차를 필요로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다면 두 사람은 절대 부부라고 할 수 없는 것일까요? 아닙니다.
사실 우리 주변에서 결혼한 부부라고 알고 있는 사람들이 실제 혼인신고를 했는지 하지 않았는지는 알 수도 없고 알고자 하지도 않습니다. 어쩌면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그들이 부부가 아니라고는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처럼, 혼인관계를 형성하고 있으나 법률이 요구하는 기본적인 요건인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경우를 두고 사실혼관계라고 합니다. 이미 사실혼은 일종의 특수한 사례를 넘어서서 상당히 보편적인 유형으로 자리잡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혼에 법률혼과 완전히 동일한 효력을 부여하는 것이 옳은가 하는 점에 대해서는 많은 논의가 필요하며, 실제 법률과 판례는 사실혼을 일종의 혼인으로 인정하되, 법률혼과 같은 보호를 하지는 않습니다.
사실혼관계의 특징과 이혼 문제
법률혼이든 사실혼이든 이들 관계의 본질이 혼인이라는 점에는 전혀 차이가 없기 때문에, 법률혼관계가 아닌 사실혼부부라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살아가는데 있어서 별다른 불편함을 느끼지 못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혼인관계의 특징 중 하나인 구속에서부터 일부 자유로울 수 있다는 점에서 자유로움을 느낄지도 모를 일입니다. 하지만 법률혼과 사실혼의 차이점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은 정상적인 혼인관계가 유지될 때가 아니라, 혼인관계가 종료될 때입니다.
보통 사실혼 배우자가 감수하여야 할 가장 큰 불이익은 상속문제라고 합니다. 사실혼은 혼인신고를 수반하지 않으므로 혼인신고를 전제로 하는 요소들에 있어서는 보호를 받을 수 없는데,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상속권입니다. 가족관계에 올라있지 않은 이상, 가족관계를 기반으로 하는 상속순위에서는 당연히 제외될 수밖에 없어 배우자가 사망하더라도 상속을 못 받게 됩니다.
그런데 이혼절차 역시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커다란 차이점을 보입니다. 법률혼 부부는 혼인신고라는 절차로 맺어져 있는 연이기 때문에, 상대방이 변심했다고 해서 일방적으로 이혼을 당할 일은 없습니다. 우리 법률은 이혼문제에 있어서 유책주의를 택하고 있기 때문에, 두 사람이 동의하는 협의이혼이 아닌 한 특별한 유책사유 없이 이혼소송을 제기하는 축출이혼이 불가합니다.
사실혼관계에서의 부당파기 문제와 해법
그러나 사실혼은 신고되지 않은 혼인관계이므로, 설령 그것이 유책배우자의 축출이혼과 비슷한 형태라 할지라도 막을 방법이 없습니다. 판례는 이를 두고, 애초부터 당사자들이 구속력을 원치 않았던 관계이므로 당연하다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혼인신고를 하게 됨으로 인해 발생하는 가장 큰 효력은 다름아닌 구속력인데, 특별히 어려운 절차나 높은 비용을 요구하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이상, 구속으로부터의 자유는 당사자 쌍방이 원했던 효과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법률혼관계에서 배우자가 억지스러운 이유를 들면서 이혼을 요구한다면, 그 요구를 거절하고 소송이 제기된 경우에도 이혼소송을 기각시키면 될 일이지만, 사실혼관계라면 상대방의 일방적 통보만으로도 관계는 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 상대방이 가정폭력을 저지르던 사람이든, 외도를 한 유책배우자이든 무관합니다.
하지만 사실혼관계에서도 사실혼 부당파기에 대한 해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관계를 지속시키는 것은 불가능할 수밖에 없지만, 사실혼 역시 일종의 혼인관계인 이상 이를 무책임하게 파기한 점에 대해서는 대응할 방법이 없지 않은 것입니다. 바로 사실혼 부당파기에 대한 책임을 물어 위자료를 청구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간혹, 이러한 위자료 청구가 상대방에게 유책사유가 있는 때에만 가능하다고 알고 계신 분들이 있습니다.
사실혼관계에서는 이혼 문제를 법률혼과는 조금 다르게 접근해야 합니다. 당사자 쌍방의 협의이혼과 유사한 방법을 원한다면 사실혼에서도 마찬가지로 합의절차에 의하면 되지만, 그것이 아닌 경우에는 사실혼 해소 이후 그 책임 소재가 문제됩니다. 만일 상대방에게 유책사유가 있는 경우라면 사실혼을 파기하고 유책배우자에 대한 위자료청구를 하면 된다는 점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그 누구에게도 유책사유가 없는데 상대방이 일방적으로 관계를 깨거나, 상대방에게 유책사유가 있는데도 적반하장식으로 사실혼관계를 파기한 경우에도 위자료 청구가 가능합니다.
사실혼이라 해도 재산분할청구권이 인정되기에
한편, 사실혼 배우자라 하더라도 재산분할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재산분할청구권은 혼인 이후 부부가 보유하고 있었던 공동의 재산에 대하여 공평한 분할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인데, 사실혼관계라고 하여 재산분할청구권을 배척하여야 할 이유는 없으므로 법률혼과 차이 없이 사실혼재산분할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혼인신고를 하지 않아 법률혼으로 인정받을 수 없다 하더라도 기여도에 의한 상대방 특유재산의 분할 요구도 가능하기 때문에, 사실혼관계에서는 각자 명의 재산대로만 가져가면 된다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간혹 위자료를 받을 수 있지만 재산은 도리어 분할해줘야 하는 경우 소송을 제기하는 시점에 고민이 있으실 수 있지만, 어차피 재산분할청구소송은 근시일 내에 들어오게 되어 있으므로, 상대방에게 반소를 제기하도록 두고 유책사유 또는 부당파기의 부당성이 희석되기 이전에 선제적으로 소송을 제기하시기를 권유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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