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 매일 썼을 뿐이에요.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를 읽고
툭툭, 하루키가 말을 건다
소설가라는 직업이 궁금했다.
하루키는 대뜸 이렇게 말한다.
“나는 특별한 사람이 아니에요. 단지 매일 썼을 뿐이에요.”
툭. 한 문장이 내 눈에 들어온다.
대단한 열정도, 거창한 목적도 없다.
그저 쓰기 시작했고, 지금도 쓰고 있을 뿐이라고.
이야기를 지어내는 게 아니라,
어느 날 불쑥 등장한 첫 문장을 붙잡고 따라간다고 한다.
길을 미리 짜두지 않고,
어디로 향할지 모르는 채로 나아가는 글쓰기.
어떤 날은 쓸 말이 없고,
어떤 날은 마음이 무겁고,
어떤 날은 무기력하지만
하루키는 하루 2천 자를 쓴다.
매일 정해진 시간에.
계절이 바뀌고, 시대가 변해도.
“소설은 체력이다.”
그 말에 웃었다.
하지만 금세 고개가 끄덕여졌다.
머리보다 중요한 건 끈기,
감정보다 중요한 건 근육.
글을 쓰는 사람에게 체력은 생각보다 중요하다.
하루키는 매일 달리고, 근력 운동을 한다.
소설가로 오래 살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는 말한다.
자신만의 리듬이 필요하다고.
리듬은 언어의 색깔이고,
작가의 영혼을 담는 그릇이라고.
그래서 남의 흉내는 금방 들통난다고.
자기만의 세계, 자기만의 문장.
그게 전부라고.
비판에 대해서도 묻는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조용히 말한다.
“비판은 따라붙는 것.”
그걸 피하려고 애쓰면
오히려 글이 흐려진다고.
자기 목소리를 믿고, 묵묵히 써나가야 한다고.
하루키는 묻지 않는다.
“당신은 왜 쓰고 싶나요?”
대신,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소설을 시작하게 된 계기,
작가로 살아남기 위한 훈련들,
자기만의 언어를 만드는 지난한 시간들.
별거 없어 보이지만
문장 하나하나가 마음에 꽂힌다.
툭툭, 던지는 말투인데
어쩐지 호숫가 물결처럼 서서히 스며든다.
마치 오래된 친구가 조용히 말해주는 것처럼.
작가가 되고 싶은 사람에게
이 책은 큰소리로 외치지 않는다.
대신 낮은 목소리로 말해준다.
지금 당신의 방에서,
당신의 언어로,
당신의 속도로 써나가면 된다고.
나는 오늘도 고민만 하는 아마추어지만
그의 말 덕분에 노트북 앞에 앉는다.
조금은 두려워도, 어색하고 미숙해도,
내가 쓸 수 있는 세계를 조금씩 조각하기 위해서.
쓰는 사람은, 쓰는 사람일 뿐.
그 단순한 진실을
하루키는 여전히, 매일 증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