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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깨 May 16. 2021

웹툰의 영화화: <시동>

재밌으면 그만!


작년에 엄마와 함께 영화 <시동>을 보러갔다. 크게 기대하지도 않았던지라 크게 실망하지도 않았던 킬링타임용 영화였는데, 원작이 다음 웹툰인지는 몰랐다. <베테랑>, <엑시트>를 제작한 '외유내강' 제작사가 맡았고 NEW엔터테인먼트가 배급한 최정열 감독의 영화 <시동>은 조금산 작가의 웹툰 원작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국내 영화에서 이미 상당한 티켓파워를 가진 마동석 배우와 박정민·정해인 배우를 보러 많은 관객들이 찾았다. 영화통합전산망에 따르면 12월 24일 기준 개봉 7일차에 약 120만 명의 관객을 모았다.



<시동>에서 아쉬웠던 점이 몇 가지 있는데, 그건 택일(박정민)의 엄마에 이름이 주어지지 않고 그저 '택일엄마'로만 존재한다는 점인데, 염정아 배우를 캐스팅해놓고 등장인물에 이름이 없이 직책으로만 있는 것은 조금 아쉬웠다. 웹툰에서는 더 잘 다뤄졌을지도 모르겠으나 영화만 관람한 관객으로서 '하 어나더 사고뭉치 아들이 엄마에게 잘못 뉘우치는 이야기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영화 자체가 택일의 가출 후 여정을 그리느라, 정작 가출의 원인인 엄마와의 관계가 왜 나빠졌는지에 대한 설명력이 부족했다. 상필(정해인)이 내면은 착한데 돈을 위해 사채업을 하는 갈등적인 캐릭터라는 점에서 개인적으로 택일보다 매력있게 느껴졌다. 그나저나 택일은 박정민 배우에게 정말 찰떡같은 캐릭터이다... 넘나 양아치 연기 잘하시는듯... 거석이형(마동석)의 존재감은 등장씬에서 정점을 찍고 그 이후에는 조금씩 약해졌다. 오히려 조폭의 모습을 했을 때, 우리가 흔히 아는 마동석 (ex.악인전) 배우의 모습으로 그냥 나와서 영화 속 캐릭터와 이질감이 들기도 했다. 그래도 눈 뜨고 자는 장면은 정말 웃겼다.



제일 매력있었던 캐릭터는, 역시나 경주(최성은). 새빨간 머리를 촬영 내내 유지하느라 힘들었겠다. 액션 연기도 멋있었고 영화 촬영을 위해 3개월간 복싱 트레이닝을 받았다고 한다. 엔딩에서 갑자기 교복 입고 샤랄라 변신한 모습이 급 포장한 느낌이 없지않아서 다분히 메세지가 명백히 드러나는 결말이었다. 웹툰에서는 어떻게 되는지 모르겠지만 경주와 택일을 로맨스로 억지스럽게 엮지 않아서 좋았다. 영화가 끝나고 나는 웹툰과 영화의 현재 트렌드를 조금 더 알고 싶어져 인터넷에서 간단하게 검색을 했고, 그에 대한 생각을 아래 정리하였다.






2019년에 1600만 관람객이라는 가장 높은 박스오피스 성적을 달성한 <극한직업>을 예로 보자. 난 이 영화를 보고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진 않았는데, 주변 지인에는 3차 관람을 한 사람도 있을 정도로 열풍이 불었던 영화임은 틀림없다. <극한직업>처럼 '편하게 웃으면서, 그러나 관객을 끌고갈 수 있는 영화'로서는 독특한 설정, 한번봐도 잊지못할 독특한 캐릭터 설정이 생명이다. 이러한 흥행 요소의 재료들을 가지고 있는 시장이 바로 웹툰인것이다.











웹툰 원작인 드라마나 영화가 공개되기 전, 캐릭터 싱크로율 비교 콘텐츠는 잠재 관람객들의 흥미를 이끌어내는 매우 훌륭한 마케팅 수단으로 작용한다. 원작에 대한 정보가 없는 사람이라도, 캐릭터 비교 콘텐츠는 이 영화가 이미 신뢰할 수 있는 콘텐츠에 기반을 하여 만들어진 영화라는 확신을 갖게 만들고 그 비교를 영화 관람을 통해 주체적으로 행하고 싶게 만든다. 해당 웹툰 원작을 사랑했던 열혈 독자들에게는 영화화란 웹툰 속 움직이는 인물들에 기반했던 개인의 상상이 화면 속에서 얼마나 실현되었는지를 확인하는, 어떻게 보면 긴장되는 순간일 수도 있다. 웹툰을 거의 보지 않는 나로서는 (유일하게 정주행한 웹툰 : 역전야매요리, 금요일) 사실 이러한 트렌드가 따라잡기 어렵게만 느껴진다. 억지로 웹툰을 볼 수도 없고 이것참...









OCN의 <타인은 지옥이다>, 드라마 <김비서가 왜그럴까>, 드라마 <어쩌다 발견한 하루> 그리고 얼마 전에 엄마와 함께 찾은 'tvN 즐거움전' 에서 만난 드라마 <쌉니다 천리마마트>도 모두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평소에 나는 드라마를 잘 안 보기에 원래부터 웹툰 원작 드라마가 이렇게 많았나 싶기도 해서 더욱 이 주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던 중 네이버웹툰이 자본금 전액을 출자하여 웹툰을 영화·드라마로 옮기는 '스튜디오 N'을 작년에 출범했다는 기사를 발견했다.






스튜디오 N은 웹툰 전문 IP(Intellectual Property, 지식재산권) 브릿지 컴퍼니로, 영화·드라마에 적합한 네이버웹툰IP를 기획·개발해 공동제작하는 회사이다. 스튜디오N 권미경 대표의 커리어를 보니 참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CJ를 그만두고 캠핑카를 사서 두 마리 대형견과 함께 국내 여행을 떠났다고 하는 점도 뭔가 자유로운 느낌을 주었다. 현재 권 대표는 웹툰 원작에 맞춰 투자 안전성이 높은 200만~400만 관객 규모 작품에 비중을 두고 있음을 밝혔다. 중국·일본에서 관심을 갖는 아이템도 존재하고, 네이버웹툰이 현재 미국·일본·대만·태국·인도네시아 등지에 서비스되고 있기에 글로벌 진출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아, 나도 저렇게 대표하고 싶다! (광광)


웹툰과 영화 모두를 사랑하는 사람에게 스튜디오 N은 꿈의 직장일 것이다. 한 가지 바라는 점이 있다면, 아무리 훌륭한 웹툰 원작을 활용한다고 해도 그 영화가 관객에게 받아들여질지 아닐지에 대한 여부는 순전히 영화에 달려있다는 것을 명심하는 것이다. <시동>의 경우 좋은 캐스팅에도 불구하고 스토리가 너무 급박하게 전개된다는 느낌을 받았고, 웹툰의 이야기를 '요약'하려다 보니 어느 부분에 경중을 두어야할지에 대한 판단이 명확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웹툰 원작을 제작하는 측에서는 '이 웹툰을 영화화해야겠다' 보다는'이런 이야기를 보여주고 싶어'의 의도를 갖는게 중요할 것이다.





저 10편 중에 <이태원 클라쓰>는 기대가 된다. 웹툰 원작이 영화화 또는 드라마화가 되는 소식이 알려졌을 때 웹툰 열혈 독자들이 '가상캐스팅'을 하는 것도 스스로 마케팅을 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태원 클라쓰>에 이주영 배우가 나온다는 것을 보고 바로 믿고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제 한국은 K-드라마가 아닌 K-스토리 산업으로 확장 중이다. 모든 것이 돈으로 치환되는 세상에서, 그래도 나는 사람들이 '이야기'라는 비물질적이고 어떻게 보면 허무하기까지 한 것에 돈과 시간을 열렬하게 쓴다는 점이 참 이상야릇하게 설렌다. 우리들은 다 이야기를 사랑한다는 것이 간질간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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