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선생님이 위험하다

by 오이쌤

몇 년 전 수업컨설팅이란 것이 유행일 때가 있었습니다. 주로 저경력 교사나 신규교사를 대상으로 학교에서 컨설팅 의뢰서를 요청하면 지역교육청에 소속된 컨설턴트들이 2~3회 방문하여 수업 및 학급경영, 생활지도 등 전반적인 내용을 알려줍니다.

신규교사들은 교대에서 4년 동안 교육과정, 수업, 평가, 생활지도 등을 배웠고 임용고사를 위해 수많은 공부를 하고 수업 시연 연습도 엄청 많이 한다고 들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교생 실습학교에 근무할 때 교대생의 경우 4년 동안 2학년 2학기에 한 번, 3학년 1학기, 2학기, 4학년 1학기에 한번, 총 4번 실습을 하는데 한번 올 때마다 2주 정도 실습을 합니다. 교생 담임을 맡아 가르칠 때 참 열심히 하는 교생도 많았는데 2주 쯤되면 조금 학생들도 알게 되고 수업도 적응하려는데 다시 학교로 돌아가야 하는 실정이었습니다. 그리고 다음 학기에 오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느낌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해서 임용고사에 합격한 선생님들은 2월에 1주 정도 연수를 받은 후 곧바로 3월 1일자로 현장에 투입됩니다. 하지만 신규교사들은 마치 처음 학교에 가보는 것처럼 부담되고 떨린다고 합니다.

‘도대체 수업은 어떻게 하지?’

‘도대체 아이들은 어떻게 지도해야 하지?’

‘학부모들이 따지면 어떻게 해야 하지?’

걱정도 이만저만이 아닐 것입니다. 그리고 3월 2일 아이들과 첫 만남부터 삐꺽거리기 시작합니다. 새로운 선생님을 만난 아이들은 기대에 부풀어 왔는데 들떠 있는데 선생님은 진땀을 흘리며 어떻게 해야할 지 갈팡질팡하며 정신없이 첫날을 보냅니다. 그리고 오후에는 다음날 수업할 일이 또 걱정됩니다. 2주 후에는 학부모 상담주간이라 하는데 학부모님은 또 어떻게 상담해야 하는지 더 걱정입니다. 오후가 되니 생전 처음보는 업무에 대해 설명해 주고, 나이스, 전자업무시스템, 에듀파인 등과 마주해야 합니다. 동학년 선생님들이 이것저것 작성해 달라고 메신저도 옵니다.

이것이 초보 선생님의 하루입니다. 물론 모든 초보선생님이 다 그렇지 않지만 대개의 경우 이럴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수업 진도에 대해 부담을 가진 나머지 진도 빼기에 정말 바쁩니다. 심지어는 한 달도 안 지났는데 벌써 국어교과서 100쪽을 다 하기도 합니다.

우리나라 교사 양성 시스템에 문제가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단면이라 생각합니다. 선생님이 발령났을 때는 모든 것이 준비되어 있어야 하며 그래야 아이들이 피해를 보지 않습니다. 의대생이 4년 공부하고 바로 시험 쳐서 병원에 발령이 나서 외과 수술을 집도해야 한다면 어떨까요? 의대는 보통 인턴, 레지던트 생활을 4~5년 거치고 전문의 시험에 합격해야 병원에서 의사를 할 수 있습니다. 인턴, 레지던트 시절은 혹독한 트레이닝과 공부의 연속인 것을 의학드라마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우리는 병원에 가면 의사선생님에 대한 의심 없이 진찰을 받고 수술도 받습니다. 일단 의사선생님은 수많은 연습과 노력으로 훈련된 의술을 가지고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우리 초보 선생님들은 어떨까요? 첫날부터 시행착오의 연속입니다. 정말 정신없이 보냅니다. 이것이 잘하는 것인지, 못하는 것인지도 모른 채 닥치면 일단 합니다. 그 사이 초보 선생님 반 아이들은 조금씩 흐트러지면서 알아야 할 것과 배워야 할 것을 놓치는 경우가 생기게 됩니다.

이러 현상은 우리나라 교사 양성 시스템에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우리나라 교사 양성 시스템은 정말 위험합니다. 바로 잡지 않으면 초보 선생님이 맡은 1년은 아이들도, 선생님도, 학부모도 시행착오를 겪을 수 밖에 없습니다.

일단 초등학교 교사를 양성하는 교대 커리큘럼을 바꿔야 합니다. 신규 교사들에게 물어보면 4년 동안 교대에서 배운 것 중 학교 현장에 적용할 만 것이 거의 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교대 커리큘럼을 이론 중심보다 실천 중심의 학교 현장 교육으로 바꿔야 합니다. 일선 선생님 중 수업명사나 수석교사를 중심으로 교과별 특성에 따라 교수학습 방법을 가르쳐야 하며, 학교 현장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사례를 중심으로 교대생들을 가르쳐야 합니다. 생활지도를 잘 하기 위해 상담기법도 지금보다 훨씬 더 강화해야 합니다. 초등학교는 학생 생활지도가 50% 이상 차지하기 때문에 전문상담사 될 정도로 교육해야 합니다.

그리고 교생실습기간도 더 늘려야 합니다. 적어도 한 달 정도는 아이들과 부대끼며 아이들의 습성도 알게 되고 수업의 기술도 좀 더 익혀야 하며 무엇보다 학교 현장의 감을 느껴야 합니다. 겨우 2주 정도의 실습기간은 아이들과 좀 친해지고 익숙해지려할 때 수업에 대해 조금 알만하다고 느낄 때 실습이 끝나고 학교로 돌아간다고 합니다. 그래서 실습기간은 학기를 조정하고 통합하더라도 한번 왔을 때 한 달 이상 학교에서 생활해야 합니다.

교대 커리큘럼을 바꾸기 어려우면 경상남도도교육청의 정책을 바꾸어야 합니다. 도교육청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가지고 신규교사들을 바로 발령내는지 모르겠습니다. 발령내기 전 최소 한 달 이상은 신교교사 연수를 시켜야 하며 발령을 내고도 1학기 정도는 지속적으로 연수에 참여하도록 해야 합니다.

그리고 신규교사와 수업명사(수석교사) 멘토링제를 운영해야 합니다. 1대 1 멘토와 멘티를 맺어서 1학기 정도는 1주일에 한번 정도 멘토링을 해서 수업에 대한 부담과 걱정, 학생지도방법 등을 이끌어주고 상담해 주어서 학교 적응력을 높여주어야 하고 교사 자존감도 높여주어야 합니다. 업무는 각 학교 교감선생님이나 교무선생님 또는 부장선생님이 멘토 역할을 맡아주도록 정책을 펼쳐야 합니다.

외과의사가 집도를 잘 하려면 얼마나 많은 집도 연습을 할까요? 헤어디자이너가 실제로 손님 머리카락을 자를려면 가위질을 얼마나 많이 연습할까요? 프로야구 선수들이 3할대의 타율을 올리기 위해 얼마나 많은 스윙을 연습할까요?

그에 비해 우리 초보 선생님들은 수업시간 집중을 잘 시킬 수 있는 연습을 얼마나 하고 발령받을까요? 발문하는 연습은 얼마나 할까요? 수업시간 토의 잘 하게 하는 방법은 얼마나 연습할까요? 역할활동 잘 하는 방법, 숙제 잘 내주는 방법, 발표 잘 하게 하는 방법, 욕하는 아이 욕 안 하게 하는 지도 방법 등등 수십 가지 아니 수백 가지의 교사 기술을 얼마나 익히고 왔을까요? 그렇게 준비도 되지 않았는데 임용에 합격했다고, 발령을 바로 내주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가요? 집도 연습을 제대로 하지 않은 외과 의사에게 바로 수술을 하라고 하는 것과 같습니다. 의사와 환자에게 엄청 위험한 일입니다.

우리 선생님은 한 아이의 영혼과 심성을 가르치는 사람입니다. 선생님의 맞지 않는 수업과 잘못된 지도는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길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그러한 실수와 시행착오를 최대한 막아야할 의무가 있습니다. 선배 교사가 학교가 지역교육청이 도교육청이 해야 할 일입니다.

시도교육청이 배움중심 수업, 교수평 일체화 등 행복한 교실 수업을 위해 정말 많은 노력을 하는 동안 초보 선생님들이라는 사각지대를 놓치고 있진 않을까요? 어느 한 곳도 대강, 허술하게 교육받아도 되는 아이들은 없습니다.

우리 초보 선생님들 중에는 조금이라도 더 빨리 수업에 적응하기 위해 연구회에 가입하거나 연수, 교육 서적 등을 통해 열심히 배우는 선생님도 많습니다. 우리 초보 선생님들은 중고등학교 때부터 공부를 잘 하였기 때문인지 조금만 설명해도 금방 잘 알아듣고 현장에서 실행에 옮기는 것도 많이 보았습니다. 초보 선생님들이 1년 동안 정말 힘들지 않게 학교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초보 선생님들에게 선배 교사로 참 미안합니다. 초보 선생님, 힘내세요.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