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재해소송 어떻게 하면 이기나
산재소송 입증방법
국내 대표적 대기업인 삼성전자 주식회사에서 근무하다 백혈병에 걸려 숨진 근로자에 대해 산업재해로 인정한 서울행정법원 판결이 주목을 끈 적이 있다. 산재보험은 1964년에 최초의 사회보험으로 도입되었으니 나이가 제법 들었다. 초기의 산업재해는 주로 건설현장과 위험한 기계 기구를 설치·사용하는 사업장에서 발생하였으나, 요즈음은 신종 직업병과 과로·스트레스로 인한 재해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2022년 한 해 산재보험 지급액은 6조 6,864억 원으로 해마다 소폭 증가하고 있고, 그중 장해급여가 2조 5,448억 원으로 가장 많은 액수를 차지한다.
산업재해는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겪을 수 있으므로 산재소송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관심이 대단히 높다. 언론사들도 파급력이 있다거나 흥미로운 사건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나온 때에는 앞 다투어 보도를 한다. 언론보도만 놓고 보면 법원에서 ‘이런 것도 산재로 인정하나’ 하는 생각도 들만큼 대부분 원고 청구가 인용된 사례가 많다.
그런데, 근로복지공단의 통계자료에 의하면, 2022년 산재보험 관련 소송 건수는 6,565건으로 전년 대비 268건(4.26%) 증가하였는데, 근로복지공단의 2022년 전체 소송사건 패소율은 10%로 전년 대비 0.73% 증가하였다고 한다. 행정소송 패소율(원고 승소율)은 14.1%로 전년 대비 1.82% 증가하였다고 한다.
이와 같이 근로복지공단에 대한 원고 승소율은 14.1% 정도이니 실상은 산재소송에서 원고 청구가 기각된 사례가 훨씬 많다. 그렇다고 법원에서 무턱대고 기각하는 것은 아니다. 나도 서울행정법원에서 판사와 부장판사로 5년 동안, 서울고등법원 행정부에서 부장판사로 2년 동안 근무하면서 산재소송을 담당하였지만, 항상 산재 인정기준을 놓고 깊게 고민하였고 급기야 이에 관한 연구논문을 발표하기도 한 기억이 있다.
산업재해의 인정요건은 업무상 사유에 의한 것이면 되므로 겉으로는 뚜렷한 것처럼 보이지만, 개개의 구체적인 사례가 그 요건에 해당하는지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법령에 정해진 인정기준을 중심으로 개별적·구체적인 기준을 세워 운용하지 않으면 자칫 심정적으로 원고 측에 유리한 판결을 할 우려가 있으므로 경계해야 한다.
산재 인정기준에 관하여 초창기에는 법원과 근로복지공단 사이에 현격한 시각차가 있었다. 전국적으로 원고 승소율이 1995년부터 1999년까지는 46% 내지 63% 정도를 보였다. 두 건 중 한 건은 승소하였다는 이야기다. 그러다가 행정소송에서 3심제가 도입되고 많은 판례가 축적된 2000년부터는 원고 승소율이 점차 낮아졌다. 원고 승소율은 2004년도에 처음으로 10% 대에 진입한 이래 현재까지 대략 10% 중반 대를 유지하고 있다.
판사로서 산재소송을 담당하다 보면, 당사자들이 제대로 입증활동을 벌인다면 산재로 인정받을 수 있는 사건도 입증부족으로 부득이 기각해야 할 안타까운 경우도 간혹 있다. 물론 여러 가지 소송지휘로 입증을 촉구하거나 직권으로 조사해보기도 하지만 한계가 있게 마련이다. 법원에서 알아서 해주겠지 하는 생각을 버리고 각종 증거방법을 통하여 차분하면서도 치밀한 입증활동을 전개하는 것이 좀 더 필요하다. 비단 산재소송뿐만 아니라 공무원이 재직 중 재해를 당하여 공무상 재해를 입게 된 경우도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