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 재판 어떻게 해야 하나
항소심 증거 채부
2024. 7. 경 지방의 어느 민사항소심 재판의 첫 기일에 참여하였다. 재판장은 신속히 각종 준비서면과 증거들을 진술 혹은 제출케 하고는 우리 측 3건의 증인신청도 불채택 하면서 변론을 종결하겠다고 한다. 나는 추가로 대리인 선임이 되었는데 종전 대리인이 이미 신청한 증인신청 외에 새로운 증인신청이 필요함을 알리고 속행을 구하자 가까스로 속행기일을 지정하는 걸로 만족해야 했다. 물론 그동안의 심리에서 많은 부분이 우리 당사자에게 불리하지만, 추가 변론도 필요하고 유리한 증거를 수집하는데 시간이 더 필요한 사건임에는 틀림없다.
우리 민사항소심은 사후심보다는 속심의 기능을 수행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우리 대법원과 같이 원심에서 제출된 증거를 바탕으로 원심 판결의 당부를 심리판단하는 제도가 사후심이라면, 민사항소심은 1심 판결 이후에 제출된 증거들을 포함하여 1심 판결의 당부를 심리판단하는 속심 구조를 취하고 있다.
하지만 항소심을 담당하는 판사는 1심의 기록과 판결을 이미 보고 심증을 상당 부분 형성한 상태이므로, 많은 경우 새로운 주장이나 증거신청이 아닌 이상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가 많고 속히 결론을 내리려고 한다. 나도 수 년동안 항소심을 담당하면서 그러한 운용기조를 유지하여 왔다.
그런데, 짧은 기간이나마 당사자 입장이 되어 보니, 자신에게 유리한 증거가 항상 준비된 게 아니고, 때론 치열한 고민과 설득을 통해 시간이 지나 비로소 얻어지기도 한다. 나온 증거를 형식적으로 판단하게 되면, 법을 모르고 대비하지 못한 순박한 당사자가, 사악하지만 치밀한 상대방에게 억울하게 당할 수가 있다.
따라서, 사실심의 마지막 단계인 항소심에서는 충실하고도 세심한 심리가 필요하고, 때론 시간을 투여하면서 관련증거를 살피는 게 필요해 보이며, 형식적으로 결론을 내기보다는 정의롭게 여겨지는 조정도 시도해 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