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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빠 Oct 16. 2023

17. 아들 자전거 성공 시킨 자전거 못 타는 엄마

하성이가 초등학교 1학년 되었다. 네발로 타던 자전거를 두 발로 탈 때라고 판단해 보조바퀴를 떼어냈다. 하성이는 스스로 2발 자전거를 잘 못 탈거라 생각했다. 자신감이 없었기에 보조바퀴 떼는 것을 반대했다. 

“하성아 처음부터 잘 타는 사람은 한 명도 없어. 두 발 자전거를 타야 아빠라 자전거 여행도 할 수 있는 거야.”

 자녀가 태어나면 아이와 자전거를 타는 꿈을 꾸던 조아빠는 욕심을 내었다. 하기 싫다는 아이에게 달콤한 제안들로 꼬셨다. 결국 넘어온 하성이와 학교 운동장으로 갔다. 내가 뒤에서 안장을 잡아주었다. 하성이는 힘껏 페달을 밟으며 인생 첫 두 발 자전거를 타고 앞으로 나갔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 1초도 안 돼서 넘어졌다. 또다시 출발했다. 이번에는 2초, 다음에는 1초 몇 번을 바로바로 넘어졌다.‘ 자전거를 이렇게까지 못 탈 수 있나?’ 생각이 들었다. 5분쯤 연습을 했을 때 처음으로 좀 길게 탔다. 조아빠는 몰래 손을 놓았다. 조금 가다가 바로 넘어졌다. 뒤에 아빠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는 왜 놓았냐고 따져 물었다. 혼자서도 너무 잘 타서 놓았다고 말하며 굉장히 오버액션을 하며 칭찬을 해주었다. 그 후  3~4번을 더 연습을 했다. 하성이가 넘어질 때마다 “아니 이렇게 해야지” 잘 탈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더 이상의 극적인 발전은 없었다. 하성이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졌다. 도와주고 싶었던 아들을 위한 아빠의 노하우는 잔소리가 되어 있었다. 여러 번 넘어지기를 반복한 하성이가 자전거에서 내렸다.

“아빠 그냥 4발 탈래요.”

“하성아 진짜 잘하고 있어. 아빠도 어렸을 때 진짜 많이 넘어졌어. 근데 포기하지 않고 탔더니 지금은 엄청 잘 타고 있잖아. 하성이도 아빠처럼 타고 싶지 않아? 같이 자전거 여행 해야지”

“4발로 하면 되잖아요. 저 놀이터 가서 놀게요.”

 조금 놀다가 다시 자전거 탈거라 기대했던 하성이는 오지 않았다. 조아빠는 그런 하성이의 모습에 화가 났다. 자전거를 들고 미끄럼틀 앞으로 갔다. “몇 번만 더 탈까?” 최후의 통첩을 했다. 돌아온 대답은 “아뇨”였다. 그 대답이 너무 짜증이 났던 조아빠는 협박을 하기 시작했다.

“진짜 안 탈거지? 아 그럼 하성이랑 자전거 여행도 못하겠네. 너무 아쉽다. 아빠 혼자 가야겠네, 가서 맛있는 것도 사 먹어야지.” 전혀 통하지 않았다. 

“진짜 안 탈거지. 진짜로 안타는 거지, 그래 그럼 타지 말어.”

이 말에 담긴 조아빠의 감정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지만 10살 아이에게 40대 아빠가 엄청 비꼬며 말했다. 정말 치사하기 짝이 없었다.  

 하성이의 어떤 모습에 화가 나고 짜증 났던 것일까? 잘 못하는 거라고 쉽게 포기하고 노력하지 않는 모습이 싫다. 자전거 외에도 야구, 축구, 줄넘기, 스키를 같이 하다 보면 ‘이게 안 되나? 왜 못하지? 못하면 더 열심히 해야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또 시간과 돈도 투자했기에 열심히 하지 않는 모습들에 화가 났다. 그 후로 자전거 연습을 하자고 몇 번을 이야기했지만 한 번도 하지 않았다. 

 1년의 시간이 흘러 2학년이 되었다. 어느 날 오후에 아내가 하성이에게 자전거를 타로 가자고 이야기를 했다. 안 간다고 할 줄 알았는데 흔쾌히 따라나섰다. 조아빠는 일이 있어 함께 가지 못했는데 그게 신의 한 수였다. 2시간이 지나고 집에 돌아온 하성이의 얼굴은 세상을 다 가진 얼굴이었다.

“아빠 나 이제 두 발 자전거 타요.”

 아내는 조아빠와 달랐다. 하성이에게 잔소리를 하지 않았다. 아니 못 했을 수도 있다. 아내는 자전거를 못 탔기 때문이다. 그런 아내와 가서 두 발 자전거를 성공하고 오다니 놀랄 일이다. 밤에 스토리를 들어보았다. 자기는 그냥 잡아주고 넘어지면 “괜찮아? 어렵지? 또 타볼까? 잘했어” 이야기만 했다는 것이다. 타기 싫다고 하면 더 이상 타자고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렇게 놀다가 타다가 어느 순간 혼자 타기 것에 성공했다고 한다. 

 아내는 조아빠와 달랐다. 있는 그대로 받아주었다. 공감해 주었다. 자극하지 않았다. 비꼬지 않았다. 예전에 조아빠 20대 초반에 운전면허 시험을 보던 때가 떠올랐다. 그때는 실기시험으로 기능, 주행 2가지 시험을 따로 보았다. 그 당시 친구들 사이 유행하는 것이 있었다. 운전면허 학원을 다니지 않고 여기저기 선배들에게 주워들은 공식을 가지고 실제 시험장에서 시험을 보는 것이다. 5번~7번 이내에 붙으면 금전적으로 엄청난 이득이었다. 친구 몇 명이 그렇게 시험에 붙었다. 조아빠도 그렇게 시험을 보았다. 5번째 아쉽게 떨어지고 7번째 골인 지점까지 왔다. 합격이라고 생각하며 기뻐하던 순간 ‘실격’이라는 방송이 나왔다. 알고 보니 마지막 평행주차 코스에서 실수를 해서 센서가 작동하지 않아 실격이 된 것이었다. 그 후로 나에게 문제가 생겼다. 시험을 보려고 차에만 올라타면 다리가 떨리기 시작했다. 이전에 한 번도 실수하지 않은 오르막길에서 시동을 꺼트렸다. 그렇게 16번 주행시험에서 떨어졌다. 결국 연습을 시켜주는 학원에 등록을 했다. 처음 연습하러 가서 코스를 돌았다. 강사가 “이렇게 잘하는데 학원에 왜 왔어요?”  결국 하루 연습하고 다음번 시험에 높은 점수로 합격했다. 

 마지막 시험도 쉬운 길은 아니었다. 16번이나 떨어진 소식을 들은 친구들은 놀려대기 바빴다. 장난이라고 하지만 그것은 나를 많이 위축시켰다. 그나마 친하게 지내던 교회누나가 나를 위로해 주며 시험장까지 태워다 주었다. 차를 타고 가는 내내 ‘잘할 거다. 운전이 어렵다. 긴장만 안 하면 된다.’ 라며 많은 응원을 해주었다. 드디어 시동을 켜고 출발을 하는데 또 오르막에서 시동을 꺼트렸다. 또 떨어지겠구나 생각했다. 순간 멀리서 “조상호 긴장 말고 정신 차려” 큰 소리가 들렸다. 그 후로 나는 모든 코스를 완벽하게 통과하고 17번 만에 주행시험에 합격을 했다. 


 누구든지 잘하지 못하면 그 부분에서 자신감이 떨어진다. 자전거를 잘 타지 못하는 하성이에게 노하우라며 잔소리를 하던 모습과 주행 시험에 16번이나 떨어진 나를 놀려대던 친구들의 모습은 차이가 없었다.  공감해 주던 아내와 나를 응원해 주던 교회 누나의 모습이 같은 것처럼 말이다. 


 하성이가 어려서부터 잘하지 못하는 것을 남에게 보여주고 싶어 하지 않는 아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오케이 인정, 하지만 이상하게도 운동만은 인정하지 못했다. 아들과 함께 여러 가지 운동을 하는 꿈을 꿔서일까? 바꿔주고 싶었다. 나름 운동신경이 있던 나였기에 하성이도 조금만 노력하면 될 거라 생각했다. 조아빠의 욕심이 태도로 나타나 잔소리가 되었다. 결국 하성이가 열심히 하지 않고 중간에 포기했던 것은 조아빠의 영향일 수도 있다. 왜 아내와 같은 방법을 쓰지 못했던 것일까? 수많은 육아 책을 읽었다. 기다려줘야 한다는 것, 때가 되면 할 거라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기다리지 못했다. 실제로 사용하지 못한 지식이었다. 

 두 발 자전거를 타고 한 달 만에 좀 더 큰 사이즈의 자전거로 바꾸었다. 그 해 가을 하성이와 왕복 3시간 거리의 코스로 자전거를 탔다. 정말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하성이의 자전거 사건을 통해 조아빠는 또 한 번 성장했다. 아이들은 각자의 때에 맞는 순간이 있다. 그 순간을 잘 맞이하도록 그 모습 그대로 인정하고 응원하며 준비하면 된다는 것을 말이다. 그 결심을 잊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요즘은 탁구와 배드민턴을 배우고 함께 하는데 나도 모르게 잔소리 나오는 순간이 있긴 하지만 함께 즐기려 마음에 주문을 걸고 있다.

“상호야 때가 되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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