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 너머로 억누른 흐느낌이 전해졌다.
시오리는 겨우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힘겹게 입을 뗐다.
"여보세요"
나는 짧은 한숨을 내뱉으며 나직하게 말했다.
"아이고... 그동안 혼자 마음고생 많았겠네. 괜찮아?"
"응, 괜찮아. 나보다 오빠가 더 걱정이야. 많이 놀랐지..."
솔직히 놀라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스물다섯, 꽃다운 나이의 그녀가 돌싱일 거라 누가 짐작이나 했을까. 하지만 놀라움보다 앞선 건 안쓰러움이었다. 그동안 이 무거운 비밀을 혼자 품고 나를 마주했을 시오리의 복잡한 심경을 생각하니 가슴 한구석이 미어졌다. 처음 고백했을 때 그토록 망설였던 이유를 이제야 비로소 이해할 수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누구를 좋아하는 마음은 의지로 조절되는 게 아니다. 고작 친구 사이일 때는 과거를 굳이 밝힐 이유가 없었을 테고, 그러다 어느새 이성적인 호감이 싹텄을 때는 이미 말할 타이밍을 놓쳐버렸을 것이다.
"이혼 한 번 했다고 해서 시오리가 다른 사람이 되는 건 아니잖아. 달라지는 거 하나도 없으니까 그만 울어"
"오빠가 가장 상처받았을텐데 왜 자꾸 나만 챙겨주는거야..."
"음... 좋아하니까?"
"사귀지도 않는데 그런말 하면 안 돼"
"뭐래? 난 이미 고백했거든?"
"...오빠, 보고싶어"
보고싶다는 그 말 한마디가 깊숙이 꽂혔다.
"갈게"
그날 밤,
도쿄행 항공권을 예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