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오리가 일본으로 돌아간 뒤에도 연락은 변함없이 이어졌다. 고백에 관한 언급은 일절 없었다. 이 관계가 도대체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 건지 답답한 마음도 있었지만 내가 먼저 말을 꺼내진 않았다.
그러던 11월 어느 날. 시오리를 처음 만났던 날처럼 비가 내렸다. 바람은 전보다 훨씬 차가워져 있었고, 나는 코트 깃에 얼굴을 깊숙이 파묻은 채 퇴근길을 서둘렀다.
시오리로부터 메시지가 왔다.
"오빠, 밤에 잠깐 시간 돼? 할 얘기 있어."
"알았어. 운동 갔다오면 10시쯤 될거야"
"응"
문자만 봐도 평소와 다른 분위기였다.
'올 것이 왔구나'라는 직감이 머릿속을 스쳤다.
밤 10시가 되었지만 시오리는 조용했다.
10시 5분, 10분...
1분 1분이 길게 느껴졌다. 공항에서 시오리를 기다리던 시간은 설렘으로 가득했건만, 지금은 긴장감만이 맴돌았다. 20분쯤 지났을까. 화면을 가득 채우는 장문의 메시지가 도착했다.
"오빠, 그동안 말하지 못한 게 있어.
원래라면 직접 만나서 이야기해야 하는데 도저히 그럴 용기가 안 나서 이렇게 문자로 전하게 됐어.
미안해.
나, 사실 한번 결혼한 적 있어.
독립하고 싶은 마음에 서둘러 결혼했다가 1년도 채 안 돼서 이혼했어. 좁은 방에서 누군가와 함께 지낸다는게 너무 답답하고 숨 막히더라구. 그래서 나는 연애나 결혼에 맞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지내왔어.
그러다 오빠를 만난거야. 처음에는 그냥 착한 사람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오빠랑 대화하고 함께 있는 시간이 너무 즐거워졌어.
솔직히 그 날 고백해줬을 때도 정말 너무 기뻤어. 멀리 떨어져 있어도, 굳이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아도 이렇게 나를 아껴주는 사람이 있다는 걸 처음 느꼈거든. 그래서 이 행복을 조금만 더, 하루만 더 간직하고 싶어서 그동안 말하지 못했어. 나 너무 이기적이지.
정말 미안해.
이제 나를 더이상 보지 않겠다고 해도 괜찮아. 당연히 내가 감당해야 할 일이야.
오빠에게 큰 상처를 줘서 정말 미안해. 마지막으로 이런 나를 좋아해줘서 고마워.
오빠를 만나는 동안 너무 행복했어."
읽고 난 뒤 나도 모르게 깊은 한숨이 새어 나왔다. 머릿속이 일순간 멈춘 듯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았다. 라인을 열어둔 채로 시간만 흐르고 있었고 시오리도 더 이상 메세지는 보내지 않았다.
전화를 걸었다.
몇 번의 연결음이 지나자 시오리가 전화를 받았다.
"......"
"......"
아무 말도 없었고 소리도 잘 들리지 않았지만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시오리는 숨을 죽인 채
울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