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오면 품었던 총은 자식에게 들키지 않도록 숨겼다. 피 묻은 손등은 닦았지만, 두려워 흘리는 땀은 닦지 못했다. 싸움터에서 돌아와 헐떡이는 숨소리도 식탁에서 기도하며 잘 숨겼다고 믿었다. 자기 아들은 자신과 다른 삶을 살 수 있기를 기도하며, 가족을 지키기 위해 아버지는 최선을 다했다.
아버지는 아들을 사랑하면서 아들의 뒷모습은 보지 못했다. 아들의 실수는 꾸짖었지만, 잘못은 외면했다. 아들의 잘못이 사라질 것이라 믿고 외면하며 참았다. 그래서 아버지의 사랑은 아들의 잘못을 바로잡지 못한 채, 죽일 듯이 싸우다가 눈물 흘리며 그리워했다. 중간은 없다.
아버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쪽은 오히려 아들이라서, 닦지 못한 땀과 피냄새는 아들에게 들키기 마련이다. 아버지만 모른다. 아버지는 숨겼던 자기 모습을 아들에게서 발견하고 화를 낸다. 자신의 땀과 피냄새가 보여서 두렵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집에서 가면을 쓸 수 없다. 가면을 쓰지 못한 아버지는 아들에게 밀린다. 아들에게 밀리는 순간부터 아버지는 아들에게 미안해야 한다. 가면은 앞면만 있고 뒷면은 없다. 아버지의 연약한 뒷면을 지켜준 어린 아들을 아버지는 봤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