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보다 급식이 먼저

by 뚜벅뚜벅

<교단일기 > 수업 보다 급식이 먼저

3학년 모반의 교실에서 튀어나오는 남학생과 그 남학생을 불러 세우며 교무실로 따라오라고 선생은 소리 지르며 교무실로 가, 성찰카드에 수업 시간에 일어났던 일을 번호를 매겨가면서 꾹꾹 눌러쓰고 있다. 그런 선생의 비위를 어떻게든지 건드리고 싶어 책상을 손가락으로 건드려보고, 늦어서 급식 못 먹으면 책임질 거냐며 중얼거린다. 한눈에도 선생의 말을 우습게 여기는 남학생은 선생을 제대로 자극해 보겠다는 태도다. 날이 선 선생은 위태롭다. 지켜보는 다른 선생들은 끼어들지 않는다. 혼자 이 남학생을 승복시켜야 한다. 시작을 했으니 이기지 못하면 앞으로 그 반의 수업은 더 어렵다. 수업 방해 사실이 확실해야 하고, 선생의 실수가 없어야 한다. 학생은 선생의 실수만 꼬투리 잡는 훈련이 이미 되어 있으니까. 이런 상황을 몸으로 체감한 선생도 어떻게 학생을 대해야 할지를 안다. 수업을 방해한 행동과 말을 지적하며 사실을 확인하게 하고 기록으로 남긴 후 학생부로 갈지, 담임 앞에서 인정하고 반성할지를 결정하라고 한다. 선생이 지키려는 것은 수업이지 권위가 아니기에 학생이 물러날 곳을 주면서 대응해야 한다.

현재 우리 교실에서는 선생과 학생이 수업 시간에 함께 지켜야 할 합의가 없다. 시험 점수에 대한 압박이 없는 학생에겐 두려움도 없다. 그들을 선명하게 잘잘못을 가리지 못한다. 학교의 두루뭉술한 규칙들은 그때그때 사람에 따라 달라진다. 속된 말로 안 되는 것도 없고, 되는 것도 없는 학교에서 선생은 어떻게 수업을 할 수 있을까?

“ 교과서 27쪽을 펴세요. 자리 바꾼 사람은 원래 자리로 돌아가세요. 오늘은 프린트 10번부터 14번까지 합니다. 주인공은 지난 시간에 ~ “

“몇 쪽이라고요? 프린트 없어요.”

TV 화면의 숫자를 손으로 가리킨 후 교탁 위의 프린트도 가져가라고 손짓하지만 대답은 안 한다. 교실 주도권을 가지고 있는 학생과 시작부터 대척점에 설 순 없지만, 대답을 하다 보면 수업 흐름이 끊긴다. 이제 와서 내신을 챙기려 해도 어디부터 무엇을 해야 할지 엄두가 나지 않으니, 수업 내용에는 관심 없다. 지금만 편하고 재미있으면 그럭저럭 지나간다는 태도다. 이 반은 이런 학생이 세 명이다. 그중에 제일 힘센 오**이 3교시 후 쉬는 시간에서야 왔다. 본인이 가지고 온 냉커피의 얼음으로 옆에 엎드린 학생의 머리 위에 올려놓는다. 소란스럽진 않으니 눈에 담지 않으려 외면했다. 지금 말해도 듣지 않을 것이고, 오히려 수업에 대한 내 집중력만 흐려질 테니까.

오**이 눈짓으로 전**을 부른다. 서로 눈짓하며 소리 없이 웃는다. 거기까지는 무시했다. 그러나 맨 앞의 최**이 네 번째 자리의 오**에게 “미쳤어? 뭐?”라는 큰 소리까지는 허용할 순 없다.

“그만”이라고 최**에게 경고했다.

"뭐라고요?"라고 되묻는다.

“수업 시간을 방해하면 성찰카드를 줄 수 밖에.“

“누구누구 경고하는 거예요? 몇 번까지 봐줘요?”

“그런데 저는 경고받은 거예요?"라며 전**도 물고 늘어지고,

오**도 ”우웩, 으으윽“ 트림 소리를 내며 아이들을 웃긴다. 이젠 그 트림 소리를 전**과 최**도 하면서 낄낄 거린다. 여기서 흔들리면 무너진다.

감정에 빠지면 수업은 깨진다. 놓치지 않아야 할 것은 누구로부터 무엇을 해야 할까 하다. 교과서는 펼쳤지만 필기는 하지 않는 이**에게 11번을 해결하기 위한 교과서 본문 32쪽 12줄부터 읽으라 한다. 이**이 읽는 동안 자신이 찾은 근거에 밑줄 친 후 손을 들어 나에게 확인받으라 한다. 3~5명은 손을 든다. 2줄 이상 친 줄은 핵심 단어만 찾으라 하며 좁혀 가고 엉뚱한 부분에 줄을 친 학생에겐 문제와 연결할 때 자연스러운지를 검증하라고 한다. 가까스로 14번까지 이르렀다. 그 사이 “그만, 하지 마.”는 수십 번 외쳤지만 안 하는 학생들 사이에서 하는 학생을 찾아 반응하며 수업 흐름을 놓치진 않았다. 수업 마치는 종이 치면 수업 방해 학생이 작성한 성찰카드에서 빠진 사실을 확인한 후 주의를 줄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한다.

자기 손으로 성찰카드를 순순히 작성한 최**은 지난 시간엔 교무실에서 교사에게 대들었던 학생이다. 이렇게 태도가 차이 나는 이유는 무얼까? 선생은 감정 노동자가 아니다. 어설프게 달래려 하지 않았고, 최**이 지키지 않은 사실을 끝까지 야단쳤고 잘못했다고 할 때는 받아줬다. 쉽게 나아지지 않겠지만, 지적도 받지 않으면 해도 아무 일이 없다고 학습될 테니까.